규정상 과거 청렴의무 위반자들 임원 발탁에 제한 없어
[서울=뉴스프리존] 김태훈 기자=서울교통공사의 정기 임원(본부장급) 공모에 과거 비리 전력 간부들이 지원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11월 20일부터 12월 7일까지 진행된 서울교통공사 임원 공모에서 총 14명의 지원자 중 청렴의무 위반, 즉 비리로 징계받은 현직 간부 2명이 포함된 것을 확인했다.
차량본부장에 공모한 A씨(현재 2급)는 과거 직무관련 업체에 조카를 취직시키고 비상장주식을 취득 등으로 물의를 빚어 정직 1개월에 처해진 바 있다.
감사원은 2019년에 2015년 A씨가 차량 본부내 처장으로 재직하면서 2호선 전동차 교체 과정에서 업체에 특혜를 주고선 그 대가로 이 업체 자회사의 비상장 주식을 팔라고 요구하고 조카의 취업까지 청탁했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그리고 기술본부장에 응모한 B씨(현재 1급)는 2017년 스크린도어 참사와 관련하여 용역 업체로부터 향응을 받은 것이 경찰에 작발되어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스크린도어 참사는 2016년 5월 28일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정비업체 직원이 미처 들어오는 전동차에 끼어 사망한 사건으로 박원순 전 시장이 직접 사과하고, 관리 감독 소홀과 업체와 공사와의 유착 관계에 대해 경찰 수사까지 이루어진 사건이다.
A씨와 B씨 모두, 징계 이후 자리를 떠난 담당 본부 임원으로 화려한 복귀를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과거에 비리로 물의를 빚은 인사들이 이번 임원 공모에 나서게 된 것이 규정위반은 아니다. 공사는 인사 규정에 따라 징계 처분 중에 있거나 징계 처분의 집행이 종료된 날로부터 일정 기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승진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으나 이들은 모두 징계 처분이 종료된 지 상당한 시간이 이미 지났다.
또한 지방공기업법 제60조, 그리고 지방공무원법 제31조에 명시된 임원 결격 사유는 '파면이나 해임 등의 징계를 받거나 300만원 이상의 벌금을 선고받은 자'등에 한정되어있고, 이들은 이러힌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공사도 지난 서울시 국정감사에서도 국회에서 이 부분에 대한 자지적이 있었지만, 자격을 갖춘 인사들이 공모에 참여한 것을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이상 억지로 막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이들의 징계 처분도 규정에 따라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비리외 부정부패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교통공사의 방침에 비추어 임원추천규정 자체에 허점이 많다.
금년 7월 공사는 인사규정을 개정하여 능동적인 금품 향응 수수자의 경우 금액에 상관없이 '해임'이상 처분하도록 징계 규정을 강화한 바 있다. 만일 금년 7월 이후 징계를 받았다면 A, B씨와 같은 경우에는 향후에 임원 공모에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과거 비리로 낮은 징계를 받은 직원들은 올해 임원 공모에 참여하는데 아무런 제한이 없다.
그리고 공사 인사추천위원회가 이런 비리전력자들을 걸러내고 탈락시킨다는 보장도 없다. 공사 노조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에 진행된 안전본부장(상임이사) 공모에서도 인사추천위원회가 비리전력자를 최종후보자에 포함시킨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당시 임명까지 이루어지지는 못했지만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비리전력자가 버젓이 임원으로 발탁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 사실을 제보한 공사 직원은 “당시에 엄청난 물의를 빚었던 인물들이 버젓이 임원으로 지원해서 놀랐다”며 “만에 하나 이들이 임원으로 발탁된다면 국민적인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이라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는 1차 서류심사와 2차 면접 등 을 거쳐 향후 임원 공모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수년 동안 친인척 채용비리 의혹으로 몸살을 앓았던 서울교통공사가 과연 과거 비리전력자를 임원으로 발탁할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지원 기준을 한층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