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여사는 삶..인간의 근본적 불안 감싸 안아

8월 21일까지 학고재 개인전

[서울=뉴스프리존]편완식 미술전문기자=가파른 산비탈에 집들이 옹기종기 자리하고 있다. 형편껏 손수지은 보금자리들이다. 가진 것이 많지 않기에 좁은 골목길 마저 나누면서 살아야 한다. 아이들의 놀이터도 되고 때론 왁자지껄한 소통의 마당이 되는 공동체를 이루는 공간이다. 그러기에 모여사는 삶이 아름다운 곳이다. 

오는 21일까지 학고재에서 개인전을 갖는 정영주 작가는 이런 사람냄새 나는 달동네 풍경을 그리는 작가다. 새어 나오는 불빛만 봐도 하루종일 부대낀 마음에 위로가 된다. 도란도란 식구들의 살뜰한 이야기들도 방문밖 너머 골목길로 마실을 나온다. 지친 영혼에 위안을 주는 공간이다. 마음의 안식처를 환기시켜주는 풍경이라 하겠다. 공동체를 이루는 공간으로서 달동네를 주목한 건축가 승효상을 떠올리게 해준다.

정 작가는 한마디로 정겨운 거주풍경을 그리고 있다. 근원적 향수 고향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이다.

“내 작품을 보는 이들에게 지치고 힘들 때 돌아가면 언제든 문 열고 반겨주는 고향집 같은 편안함을 얻게 하고 싶다.”

그는 캔버스위에 한지를 오려 붙이는 파피에 콜레 기법으로 작품을 제작한다. 어께를 맞대고 있는 달동네 판잣집의 형상을 종이로 빚어낸 후 캔버스에 붙이고 채색하는 방식이다. 수공의 노력이 단단한 정서적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 관람객은 골목길 가로등 불빛에 이끌려 그림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하이데거는 생의 근본적 기분은 불안이라고 했다. 이런 인간의 실존구조는 정 작가의 화폭속에선 불교의 열반 같이 가로등 불빛속으로 사라지는 듯 하다. 위안이 필요한 시대인 요즘 그의 그림이 인기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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