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축구병법] 성남FC 김남일 감독의 사퇴, K리그 각 구단 지도자 육성 정책에 관심 가져야

1983년 열악한 여건과 환경의 한국 축구 현실에서 출범의 팡파르를 울린 프로축구(이하 K리그)가 어언 39년이라는 짧지 않은 역사를 쌓고 있다. 그동안 한국 축구는 K리그 태동과 더불어 질적 양적으로 많은 발전을 가져와 국제축구연맹(FIFA)월드컵 10회 연속 본선 진출과 함께, 2002년 한·일 FIFA 월드컵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4강 위업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뿐만 아니라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값진 동메달(감독 홍명보)을 목에 거는 영광을 누렸고, 2019년 폴란드 U-20 이하 FIFA 월드컵에서는 FIFA 주관 대회 최초로 준우승(감독 정정용) 위업으로 축구 선진국 동참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만큼 K리그 출범은 한국축구 전체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며 여건과 환경은 물론 행정과 제도, 정책 역시 축구 선진국에 결코 뒤지지 않는 수준을 구축하고 있다. 더불어 선수들의 기량도 급성장하여 2002년 한·일 FIFA월드컵 이후 아시아를 비롯한 유럽 무대 등 해외 진출이 가속화되며, 현재는 많은 선수들이 해외에 진출 세계 유명 선수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한국 축구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선수들의 활약상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존재하고 있어, K리그 소속 구단들의 각별한 관심 속에 책임감이 절실히 요구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지도자 육성 부분이다.

K리그 39년 역사에서 수많은 지도자들이 K리그 발전의 원동력인 지도 능력을 과시했다. 그 같은 과정에서 국내 지도자와 외국인 지도자 간의 경쟁 구도는 K리그 발전을 가속화시켰다. 그러나 K리그 발전사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지도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중 국내 지도자로서 성남 일화(현 성남 FC) 지휘봉을 잡고, 2001~2003시즌 K리그 3연패를 이끌며 2003년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감독상까지 수상한 차경복(1937~2006) 감독과, 뒤를 이어 1993~1995시즌 K리그 3연속 우승(성남 일화)의 업적을 달성한 박종환(1938~) 감독, 그리고 1999년 K리그 전관왕과, 2001, 2002년 아시안클럽컵(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2연패의 신화를 쓴 김호(78) 감독 등이 대표적인 지도자로 손꼽힌다.

지난 24일 성진부진으로 자진 사퇴한 K리그1 성남 FC 김남일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지난 24일 성적부진으로 자진 사퇴한 K리그1 성남 FC 김남일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또한 '닥공축구(닥치고 공격)'라는 고유의 팀 컬러로 전북 현대의 르네상스를 일구며, K리그와 더불어 아시아 클럽 축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최강희(63) 감독은 K리그 전설로 남기에 충분한 지도능력을 발휘했다. 반면 1990년 대우 로얄즈 감독이었던 동독(현 독일) 출신 프랑크 엥겔(71) 감독은 K리그에 압박 개념을 처음으로 접목시킨 외국인 지도자로 K리그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이어 2005년 브라질 국적으로 포항 스틸러스 사령탑에 오른 브라질 출신 세르지오 파리아스(55.알 코르) 감독은 선수들의 특징을 고려한 맞춤형 전술에 의한 공격적인 '빌드업' 축구로 '삼바 축구' 돌풍을 일으켜, 2007년 K리그 우승과 더불어 역대 최다승 외국인 감독이라는 반열에 오르며 K리그 발전에 일익을 담당했다.

한편 러시아 출신 발레리 니폼니쉬(77.톰 톰스크) 감독 또한 1994년부터 부천 SK(현 제주 유나이티드) 지휘봉을 잡고 당시 K리그에서는 생소했던 수비형 미드필터 포지션을 도입, 기존의 K리그 스타일과는 사뭇 다른 우아하고 화려한 '니포 축구'로 K리그 발전에 한 획을 그었다. 뿐만 아니라 2006년부터 FC 서울을 이끈 튀르키예 출신 세뇰 귀네슈(68.구 터키) 감독은 리더십에 의한, 경기 템포를 최대한 활용하는 공격축구와 용병술로 '행복 축구'를 구현하며 K리그에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와 같이 K리그에 뚜렷한 족적을 남기며 명장에 부끄럽지 않은 지도력을 발휘한 감독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자신만의 분명한 축구 철학을 토대로 이를 팀에 접목시켰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들이 K리그를 떠난 이후 2018년 최강희 감독을 마지막으로 K리그에서 이들과 비견되는 명성을 얻고 있는 지도자는 전무하다. 이는 전적으로 2000년대 초반 구단 정책에 부합하기 위한 수단으로 K리그에 불어닥친 경력 파괴의 준비되지 않은 30~40대 감독 선임과 이에 따른 각 구단의 '성과주의'에 따른 지도자의 희생과 무관치 않다. 결과적으로 이로 인하여 K리그 무대에서 성적 부진 명분으로 인한 감독의 희생은 현재 진행형으로 지속되고 있다. 물론 매 경기 외나무다리 승부를 펼쳐야 하는 프로 세계에서 지도자의 지도 능력은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 각 구단의 '성과주의' 정책에 따른 지도자의 희생 보다는 발전을 위한, 미래 지향적인 비전에 의한 지도자 육성 정책 추진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제 K리그 발전사에서 200경기 이상 출장 기록을 세운 선수는 부지기수이고, 500 경기 이상의 출장 대기록을 쌓은 선수도 연이어 탄생되는 가운데 포항 스틸러스 소속으로 501경기에 출전했던 김기동(49.포항 스틸러스) 선수는 은퇴 후 2016년 지도자(코치)로 변신 후, 2019년 감독에 올라 급기야 2020 K리그 최우수지도자상을 수상할만큼 높은 지도 역량을 과시하고 있다. '지도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K리그 각 구단은 이 같은 사실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구단 발전의 방향성과 일치하는 지도자 육성에 심혈을 기울여야만 한다.

진정 K리그 현실에서 구단이 성적 부진의 이유로 시즌 도중 모든 책임을 지도자에게만 전가시키는 선택은 변화와 개혁에 의한 발전의 해법이 될 수 없다. 이는 K리그가 축구 선진국 리그와는 또 다른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은 그동안 외국인 지도자 영입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K리그에서 제아무리 명문구간을 표방하는 구단이라 해도 구단이 지도자 육성에 소홀하다면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지도자 육성과 함께 상생의 길을 가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뒤따른다. 분명 올림픽 동메달 획득과 U-20 이하 FIFA월드컵 준우승 성과는, 한국 지도자들의 지도 능력 우수성과 국제 경쟁력 우위를 입증한다.

이는 지도자들이 한국축구를 벗어나 FIFA와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주관하는 최고의 메이저 대회 출전 등 다양한 무대, 다양한 환경에서 지도 경험을 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 구단은 이같은 국내 지도자들의 경험을 중시할 필요성이 있다. 만약 그렇지 않고 외국인 지도자만이 구단 정책을 추구하는데 최고의 적임자라고 판단한다면 실패를 되풀이하는 '회전문 선임'에 그칠 뿐이다. 그중 대표적인 구단의 예는 전남 드래곤즈(이라 전남)다. 전남은 2019년 K리그2 강등과 함께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스페인 국적의 브라질 출신 파비아노 수아레스(54) 감독을 선임했지만, 현실과 전연 부합하지 않는 비현실적 축구로 일관하다 부임 6개월 만에 경질이라는 칼을 빼들었다.

이후에도 전남은 많은 지도자를 성적부진이라는 이유로 경질하며 반전을 꾀했지만, 구단이 의도와는 다르게 여전히 K리그2에 머물며 2022 시즌 최하위 그룹을 벗어나지 못한 채 급기야 지난 6월 전경준(49) 감독을 사퇴시키는 강수를 뒀다. 여기에 작년 11월 K리그2 안산 그리너스 사령탑에 선임됐던 조민국(59) 감독 역시, 7월 성직 부진으로 자진 사퇴, 불과 8개월여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는 불명예 퇴진을 감수했다. 수원 삼성 박건하(51) 감독 또한 올해 시즌 초인 4월 9경기를 소화한 채 성적부진에 '칼바람'을 피해 가지 못했다.

이런 현상이라면 K리그에서의 감독들의 생존 경쟁은 그야말로 '풍전등화(바람 앞의 등불)' 신세가 아닐 수 없다. 진정 K리그에 이런 흐름이 지속된다면 K리그 발전은 요원하다. 그렇다고 구단에 지도자 희생에 대한 책임만 전가시키는 것도 무리가 있다. 어디까지나 K리그 도전을 꿈꾸는 지도자라면 풍부한 지도 경험과 함께, 자신만의 분명한 축구 철학 구축으로 준비에 만전을 기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단지 어린 나이로 선수로서의 명성에 연연하여 K리그에 도전장을 던진다면 실패할 확률이 높고 이후 제2 지도자로서 생명력도 보장될 수 없다.

한편으로 각 구단은 외국인 감독 선임에 있어서 신중할 필요성이 있다. 그 대표적 예는 2020시즌 K리그2로 강등된 부산 아이파크(이하 부산) 지휘봉을 잡았던 포르투갈 출신 히카르두 페레즈(46) 감독이다. 부산은 2020년 11월 비선수 출신에 골키퍼 코치 경험만을 가지고 있던 특이한 이력과 더불어 커리어 부족은 물론 지도 능력도 검증되지 않은 인물인 페레즈를 감독에 선임했다. 그 결과 부산은 1년 9개월여 동안 페레즈 감독의 현실과 전연 부합하지 않는 말 축구에 현혹당하며, 구단은 최악의 상태에 빠져 6월 부임한 박진섭(45) 감독에게 어려움만 가중시키고 있다. 이 같은 외국인 감독의 지도능력 무능은 국내 지도자와 확연히 비교된다.

반면 국내 지도자로서 한국축구의 큰 자산이었던 홍명보(53) 감독은 2020년 12월 울산 현대의 사령탑으로 3년 7개월 만에 K리그1 무대로 돌아와 현재 K리그1 순위 1위를 고수하는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다. K리그는 즐거움을 넘어선 '삶의 낙'이어야 한다. 그래서 K리그에 선수 못지않게 국내 출신 스타 지도자도 많아야 한다는 현실론이 대두된다. 실로 경험을 커리어를 갖고 태어나는 지도자는 없다. 오직 K리그 각 구단이 이 같은 조건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인재의 지도자 육성에 대한, 책임감 있는 정책을 펼칠 때 그것이 진정 구단 발전을 위한 혁신, 개혁이며 이로 인하여 K리그가 '삶의 낙'으로 거듭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이기도 하다. 따라서 지난 24일 또다시 피해 갈 수 없는 '성적 부진'이란 이유로 성남 FC 지휘봉을 내려놓은 김남일(45) 감독에 대한 아쉬움은 크다.

* (전)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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