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일의 시사직격] 열린 세계가 닫힌 세계 이겨, 윤석열 정부의 과감한 '북한개방' 정책이 필요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북한 방송통신 선제적 개방’을 주장했다. 2022년 통일부 추진과제인 ‘북한 방송통신 선제적 개방’을 이념과 체제경쟁의 종료를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한 말이다. 

현행법상 우리 국민들이 북한의 신문과 방송을 보는 것은 불법이다. 더 정확하게는 기존 언론에 공개된 북한 방송자료들 외에 직접 노력해서 찾아보는 것이 불법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북한의 대표적인 대외홍보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는 접속이 안되며, 불법 유해사이트로 분류돼 있다. 국가보안법으로 금지돼있다. 반면 한국을 제외한 외국에서는 북한 웹사이트에 자유롭게 접속이 가능하다. 그래서 종종 연구자들이나 관심 있는 사람들은 국내에서 아이피(ip)를 우회하는 프로그램(vpn)을 통해 접속하는 웃지 못할 일들도 있다.

북한내부 발행 자료를 공식적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뿐이다. 북한을 연구하는 학자들이나 연구자들은 통일부의 허락을 받아 국회도서관이나 중앙도서관을 등을 통해 로동신문과 일부 방송들을 ‘연구용 목적’으로 제한적으로나마 볼 수가 있다. 물론 파일복사 및 프린트는 안된다.  

이들 소수의 허가 받을 수 있는 연구자들을 제외한다면 일반 국민들은 북한 방송통신을 접할 길이 없다. 이러니 북한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 길이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북한은 그들 스스로 고립을 자처했지만, 사실 우리도 스스로 우리의 손발을 제약하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거대한 악에 대항하기 위한 방어조치가 여전히 우리 손발을 묶고 있는 셈이다. 남한사람들은 북한을 잘 모른다. 몰라도 너무 모른다. 오직 김정은 3대 세습과 핵실험, 미사일 발사와 같은 뉴스들 외에는 북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 길이 요원하다. 그나마 북한이탈주민들을 통해 조금 실상을 아는 것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태영호 의원의 주장은 꽤 의미가 있다. 그는 “‘북한 방송통신 선제적 개방’은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 일부가 언급했던 이념전쟁·체제경쟁이 끝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확실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이 주장에 공감한다. 북한은 실패한 체제다. 그들이 마주한 미래는 거대한 세계화 속에 무릎 꿇는 일 밖에 없다. 단지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뿐이다. 

사진: 미래통합당 태영호 의원은 14일 북한이 연일 대남 협박의 강도를 높이는 것과 관련해
사진: 미래통합당 태영호 의원은 14일 북한이 연일 대남 협박의 강도를 높이는 것과 관련해 "이제는 대북정책에서 원칙과 중심을 잡을 때가 됐다"며 정부에 결단을 촉구했다.

태영호 의원은 또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33번, 광복절 77주년 경축사에서 35번 언급한 ‘자유’가 “대한민국이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던 국가 권위주의적인 체제와 자유민주주의-반공주의 혼용 사용의 폐단을 바로잡겠다는 철학적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나는 윤석열 대통령의 ‘자유’에 철학을 찾아볼 수가 없다. 현재 극우보수의 ‘자유’는 오로지 북한을 싫어할 자유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빨갱이’, ‘종북’, ‘주사파’로 딱지를 붙이며 타인의 표현의 자유를 훼손할 자유만 강조하는 것처럼 이해된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토록 자유를 외치면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표현의 자유를 훼손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북한자료를 자유롭게 볼 수도 없으니 그걸로 웃음거리를 만들 기회 없는 셈이기 때문이다. 

태영호 의원이 이런 주장을 했더니 보수의 일부 사람들이 그를 되레 ‘빨갱이’, ‘이중간첩’이라며 비난하고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태영호 의원은 2016년 대한민국 입국 후 꾸준히 북한정권의 실상을 폭로해왔다. 그래서 보수진영에서 인기스타가 됐고, 지금은 국민의힘 국회의원이다. 그런데 태영호 의원이 이런 주장을 했다고 그렇게 열광하던 보수 지지자들이 다시 태영호 의원을 의심한다. 빨갱이, 이중간첩이라고. 이것이 바로 오늘날 극우 보수의 반공자유주의의 폭력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자유는 다른 생각을 주장할 자유는 허용하지 않는 셈이다. 태영호 의원도 이를 어느 정도 예견했던 것 같다. 그는 오는 9월 5일 ‘북한 방송통신 선제적 개방’ 토론회를 열 계획이라면서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우려를 적기도 했다. 이와 관련 토론회에서 발언할 전문가들이 없어 걱정이라는 내용이다. 워낙 조심스러운 주제이니 발언을 꺼려한다는 것이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이정도의 발언을 연구자들이 꺼린다는 것은 반공자유주의 철갑을 두룬 폭력이 연구자들에게 위해가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태영호 의원의 우려에 백번 공감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에 이런 내용이 들어갔더라면 정말 담대한 구상이 됐을 것이다. 역대 어느 정부도 해내지 못한 걸 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나는 북한 방송통신 선제적 개방은 남북정상회담 여러 차례 하는 것 보다 더욱 큰 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 주민들의 외부세계에 대한 무지를 깨뜨릴 필요가 있듯이, 남한 사람들의 북한에 대한 무지를 깨뜨릴 필요도 있다. 대한민국은 생각보다 꽤 닫힌 사회다. 북한은 자기들이 독재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외부세계에 묻을 닫아버렸지만, 한국은 북한 못지않게 북한을 알아갈 수 있는 문을 꽁꽁 닫아버렸다. 더 나아가 불법이며 국가보안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북한에 대해 궁금증을 갖지 말라는 말과 다름없다. 그러니 온통 종편 방송에서는 북한의 이미지가 ‘악마화’ 되어 사람이 못 살 ‘감옥’으로만 묘사되고 있다. 이 또한 분명한 사실이기도 하지만 한쪽만 바라보는 것이다. 북한도 사람이 살고 있다. 그들도 어려운 환경에서 즐거움을 찾으려고 일상에서 애쓴다. 북한사회를 제대로 바라보려면 동전의 양면을 둘 다 보아야 한다. 그들을 구하는 방법은 그들을 최대한 세계와 연결시키는 것이다.

종종 강연을 나가 북한사회에 대해 이야기 하면 사람들이 깜짝깜짝 놀란다. 형편없는 수준의 질문들이 나오며, 강의를 마치면 새로운 것을 알게 됐다는 표정들을 짓는다. 사람들이 아주 간단한 사실도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 사회에서 북한을 알아가는 것은 어쩌면 금지된 성역을 건드리는 것이며, 국가보안법이라는 수문장이 떡하니 지키고 있으니 사람들이 북한을 알아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또 태영호 의원의 주장에 반대하는 보수 일부는 우리가 북한의 방송통신을 개방하면 북한이 체제선전방송을 더 많이 만들어서 우리 국민들을 세뇌시킬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한마디로 안타깝다. 그토록 촌스럽고 웃긴 방송에 우리 국민들이 흔들릴까? 아마 보지도 않을 것이다. 재미있는 콘텐츠가 쏟아지는 요즘 누가 북한방송에 시간을 할애하면서 보겠나. 나도 가끔 북한 영화나 방송을 보면 촌스러워서 비웃으며 본다. 한국 사람들 정말 똑똑하다. 북한 방송을 개방해서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며 살아가는지 우리도 이제 자유롭게 보자. 열심히 보고 열심히 비웃어주자. 

조경일 작가

공포 중에 가장 큰 공포는 무지에 대한 공포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하지 않았나. 사람들이 북한에 공포심을 갖는 이유는 그들이 핵무기를 가졌고, 미사일을 쏘아대서만이 아니다. 주체사상 이데올로기가 강력해서도 아니다. 북한이라는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거기에서 공포가 커지는 것이다. 상대방이 어떤 무기를 가졌는지 알면 우리는 거기에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방의 카드를 모르니 사실 별것 없는데도 공포가 커지는 것이다. 북한과의 체제대결과 이념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북한이 남한을 공산화 할 것이라는 우려가 바로 이 때문이다. 전쟁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 스스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크다.

태영호 의원의 지적처럼 우리는 체제대결과 이념전쟁에서 확실히 승리했다. 이제 그만 북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자. 북한은 절대로 선을 넘어오지 못할 것이며, 그럴 용기도 그럴 능력도 없다. 북한은 패자다. 우리는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쫄지 마!”

나는 열린 세계가 결국 닫힌 세계를 이길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열린 세계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한 걸음씩 우리가 가보지 못한 길을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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