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축구병법] 월드컵 본선용 전술, 전략적 변화로 경쟁력 우위 확보가 승리보다 중요

2022 카타르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축구대표팀(이하 벤투호)이 이번 달 23일 남미의 코스타리카(고양종합운동장), 27일 아프리카 카메룬(서울월드컵경기장)과 2연전 평가전을 치른다. 이번 평가전은 벤투호가 해외파 손흥민(30.토트넘 홋스퍼)을 비롯하여 국내파 김진수(30.전북 현대) 등이 포함된 최정예 멤버로 갖게 되는 평가전으로서 사실상 국내에서의 카타르 FIFA월드컵 마지막 담금질 기회라 할 수 있다. 이에 그동안 벤투호 경기력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불식시킬 수 있는 전술, 전략적으로 만족스러운 경기력이 요망된다.

이는 곧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FIFA월드컵 이후 12년만에 자력 16강 진출을 노리고 있는 한국 축구의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은 카타르 FIFA월드컵 본선(11.20~12.18)에서 세계적 강호 FIFA랭킹 13위 우루과이(1차전.11월 24일), FIFA랭킹 60위 가나(2차전.11월 28일), 그리고 FIFA랭킹 9위 포르투갈(3차전.12월 3일)과 함께 H조에 묶여 험난한 일전이 예상된다. 그렇다면 벤투호는 코스타리카, 카메룬과의 2연전 평가전에서 카타르 FIFA월드컵 무대에서 경쟁력 우위를 입증할 수 있는 변화된 모습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벤투호는 2018년 8월 지휘봉을 잡은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이하 벤투) 감독의 빌드업 축구 철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렇지만 문제는 국내 경기와 평가전 이외에는 경쟁력 우위를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디까지나 평가전은 평가전일 뿐이다. 즉, 평가전은 장점은 더욱 극대화하고 단점을 개선하여 팀 전력을 향상시키는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벤투호는 4년 동안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여전히 경쟁력이 떨어지는 '빌드업 축구'만을 고집하고 있다.

13일 축구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이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코스타리카, 카메룬과 가질 9월 A매치 2연전 평가전 선수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13일 축구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이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코스타리카, 카메룬과 가질 9월 A매치 2연전 평가전 선수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축구의 승부를 결정짖는 조건 중 우선은 선수 기량이며 이를 바탕으로 한 전술과 체력, 그리고 정신력이다. 만약 이같은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축구라면 두말할 나위도 없이 경쟁력 우위에 의한 승리는 요원하다. 반면 이 조건이 비록 미흡하더라도 얼마든지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축구는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기동력과 조직력을 앞세운 정신력 축구다. 이를 간과할 때 벤투호의 '빌드업 축구'는 후자인 한국적인 축구를 일정부분 접목시킬 필요성이 있다.  

물론 벤투호에게 국내 평가전에서의 승리에 대한 기대치와 분위기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비판적 여론 부담감도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카타르 FIFA월드컵이 2달 앞으로 다가온 현 상황에서 코스타리카, 카메룬과의 2연전 평가전에서 만큼은, 변화에 의한 전술적으로 확실한 색깔 축구와 더불어 전략적인 면과 플랜 B의 경쟁력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빌드업 축구'로 거듭나지 않으면 안 된다.

벤투호가 국내 경기 및 평가전에서 기록한 높은 승률은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과 2022 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그리고 친선 경기 등에서 굴욕적인 패배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 채 한국 축구에 수치스러움과 모멸감만 안겨줬다. 이제는 그럴때가 아니다. 오직 벤투호에게 주어진 미션은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술, 전략적으로 한 차원 높은 '빌드업 축구'로의 변화다. 13일 벤투 감독이 발표한 코스타리카와 카메룬 2연전 대표팀 선수 명단은 이의 실현 가능성을 충분히 입증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투호가 경쟁력 미흡을 답습하는 '빌드업 축구'로 코스타리카, 카메룬 2연전 평가전을 소화한다면, 비록 승리의 결과물을 얻는다 해도 한국 축구의 카타르 FIFA월드컵 자력 16강 진출은 희망적일 수 없다. 우루과이, 포르투갈 전력은 분명 벤투호가 쉽게 넘볼 수 없는 수준이며, 가나 역시 능력 있는 선수 귀화로 벤투호의 변화 없는 '빌드업 축구'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만큼 탄탄한 전력을 구축하고 있는 상태다.

분명 코스타리카, 카메룬과의 2연전 평가전은 이들 팀들을 가상으로 한 리허설이다. 밴투 감독은 이를 염두에 둔듯 기자회견에서 "이번에는 플레이 방식에 변화도 고려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에 승리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는 카타르 FIFA월드컵에 대한 확실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전술, 전략적으로 변화된 '빌드업 축구'로 거듭나야 한다. 그 변화에 대한 기대는 큰 변화가 아니더라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변화라면 족하다. 지금 벤투 감독에게 변화는 고민거리가 아니다. 

* (전)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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