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축구병법] 승리는 연맹, 지도자, 선수 모두가 만들어 낸 땀과 열정의 합작품

대학축구 선발팀의 승리에 대한 간절함은 결국 연장 접전 끝에 짜릿한 3-2 펠레 스코어로 마침표를 찍으며 구겨진 자존심을 되찾는 데 성공했다. 17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20회 한일 대학축구 정기전에서 안효연(44.동국대)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학 선발팀은 일본 선발팀을 맞아 4-3-3 포메이션으로 전반 시작과 함께 많은 활동량을 앞세운 강한 압박으로, 경기의 주도권을 잡았지만 득점에 실패하며 오히려 일본 선발팀의 공세에 전반 30, 31분 잇달아 실점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임형진(동국대)의 몸을 사리지 않는 육탄 방어 수비로 위기를 벗어난 후 한국 선발팀은 전반 37분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 최성범(성균관대) 대신 윤재운(아주대)을 교체 투입 공격에 변화를 줬다. 안효연 감독의 이같은 카드는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전반 40분 유예찬(전주대), 44분 이종언(명지대)의 강력한 슈팅에 이어 추가 시간 코너킥 세트피스에서 이상혁(단국대)이 헤더 마무리 선제골을 터뜨리며 전반전을 마쳤다. 전반전은 그야말로 지난 6월 일본 가나가와현 쇼난 BMW스타디움에서 당한 굴욕적인 0-5 참패를 설욕하기 위한 선수들의 투지가 돋보인 45분이었다.

전반전 선제골로 기세가 오른 한국은 후반 7분 윤재운의 전진 패스에 의한 빠른 측면 역습으로, 일본을 공략중 이종언이 땅볼 슈팅추가골로 일본 선발팀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러나 일본 선발팀은 양쪽 측면 이즈미 토야, 죠지를 최대로 활용하는 적극적인 공격 축구로 야마다 신이 왼발로 후반 11, 18분 추가골과 동점골을 합작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동점골 허용으로 경기 흐름을 일본에 넘겨준 한국 선발팀은 이어 후반 24분 이즈미 토야의 개인 돌파에 왼쪽 측면이 붕괴되며, 역전골 허용의 기회를 맞았지만 골키퍼 최형찬(선문대)의 선방으로 가까스로 역전 상황을 벗어났다.

한일 대학선불 대항전에서 오랫만에 한국 대학팀이 짜릿한 승리를 이뤄냈다. 사진=김병윤 기자
한일 대학선발 대항전에서 오랫만에 한국 대학팀이 짜릿한 승리를 이뤄냈다. 사진=김병윤 기자

이에 한국은 다시 한번 분위기에 변화를 주는 선수 교체로 이지호(고려대)를 투입, 이지호가 후반 37분 일본 페널티에어리어 왼쪽을 돌파하는 날카로운 2대 1 패스로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맞았으나 골키퍼에 막혀 아쉬움을 안겨줬다. 결국 한국 선발팀은 일본 선발팀의 개인기를 앞세운 집요한 측면 공격을 봉쇄하며, 경기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90분 경기 동안 경기 분위기와 흐름을 염두에 두고 선수 교체와 포메이션 변화를 단행한 안효연 감독은 연장전에서도 팔색조 같은 포메이션 변화를 이어갔다.

즉, 후반전 상황에 따라 4-1-4-1 변화까지 줬던 포메이션을 연장전부터는 공격 시 3-4-3, 수비 시 3-5-2 포메이션으로 전환, 일본의 파상적인 공격에 대응하며 연장 전반 9분 한 차례 위기를 벗어난 후 급기야 연장 후반 5분 문전 혼전 중 흘러나온 볼을 아크 서클 정면 약 30m 거리에서 이상혁이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일본 골망을 흔드는 원더골로 승리를 책임졌다. 경기 후 안효연 감독은 "선수들이 자랑스럽고 한편으로 감사하다. 한국 축구가 일본에 최근 4 연패했다. 그것을 끊었다는 것에 대해 솔직히 기분이 좋다"라며 부담감을 넘어섰던 압박감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승리를 견인한 안효연 감독은 "나도 그렇지만 우리 팀, 누구든 대한민국 축구인이라면 꼭 이기고 싶어 했던 감정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한일전에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한국 축구는 한일전에서 만큼은 '가위바위보'도 져서도 안된다는 인식을 부정하는 참패를 연이어 당해 자존심이 땅에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이런 현실에서 이번 제20회 한일 대학축구 정기전에서의 승리는 대학축구 이전에 한국 축구 전체적으로 긍정적이지 않을 수 없다.

현재 한국 대학 축구와 일본 대학 축구 현실은 과거와는 상반되어 있다. 한국 대학 축구가 프로축구(K리그)의 우선 지명과 우수선수 자유 선발, U-22세 이하 의무 출전, 프로 U-17세 계약 가능 연령 하향 조정의 제도와 규정 등으로 침체되어 있는 반면, 일본 대학 축구는 프로축구(J리그) 젖줄 역할로 자리 잡고 있어 그 실력 차이는 엄연히 존재한다. 또한 팀 수도 한국이 90개 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400개 팀을 넘고 있다.

차이는 또 있다. 일본 축구협회(JFA)가 자국 축구의 발전과 위상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세계 대학생들의 축제인 세계 유니버시아드 경기대회에 대비하여 대학선발팀을 운영하며, 1년 이상의 장기 훈련 속에 해외 전지훈련까지 실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 대학축구는 대한축구협회(KFA) 무관심 속에 대학축구연맹(KUFC) 독자적으로 발전과 활성화를 모색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제20회 한일 대학축구 정기전 승리는 더욱 높게 평가되며, 한편으로 대학축구연맹과 지도자, 선수 모두가 만들어낸 땀과 열정의 합작품 결과물로 받아들여 진다.  

* (전)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 사무차장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