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뉴스프리존]김예원 기자=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여성의 의문사 사건에서 시작된 이란 반정부 시위가 다시 확산할 조짐이 보이자 이란 정부가 인터넷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나섰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달 16일(금)부터 이란 전역에서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시위는 16일(금) 이란에서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22)가 히잡으로 머리를 완전히 가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돼 조사받다가 갑자기 쓰러져 숨지는 사건으로 촉발됐다. 이는 이란 80여 개의 도시에서 반정부 시위로 격화됐다.

사진: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여성 "이란 친정부 시위에 수십만명 참여"
사진: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여성 "이란 친정부 시위에 수십만명 참여"

이란 보안당국은 햄러헤-아발, 이란셀, 라이텔 등 주요 모바일 사업자의 인터넷 접속을 전면 차단당한 상태로 아미니는 구금 후 사흘 만에 원인 불명으로 사망했다. 이란 경찰은 아미니가 심장 마비 증상을 보였다고 주장했으나, 유족은 생전 심장 관련 질환을 앓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를 규탄하기 위해 이란에서는 저항 시위가 벌여졌다. 이에 이란 정부는 경찰과 군대를 동원해 시위를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그러나 시위의 불씨가 이란 전역으로 퍼지면서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가 진행 중이다. 테헤란에서는 히잡을 쓰지 않은 여자들이 “여성, 생명, 자유”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사진: 이란소녀, 시위중 총맞은 16세 '네다'

시위 전에도 이란에서 트위터와 유튜브, 페이스북, 텔레그램 접속이 제한됐지만, 여기에다 왓츠앱과 인스타그램마저 사용을 막은 것으로 이란은 종교 지도자에 의해 통치되는 신권 정치제가 된 후, 이슬람 근본주의 이념에 기반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었다. 그중에는 △히잡 착용 의무화 △성 소수자 탄압 △여성의 스포츠 관람 금지 등이 있다. 지난해 이란 알리 하메네이 대통령은 여성 만화 캐릭터도 반드시 히잡을 착용해야 한다는 칙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날, 이란의 인터넷 트래픽은 평소보다 25%나 줄었다. 이렇듯 이란은 여성과 히잡에 관한 탄압이 일상적이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해 12월 6일(월)에는 이란의 도덕 경찰이 버스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승객을 체포하려다 발 벗고 나선 주변 승객들에 의해 쫓겨났다. 이란 여성 인권 운동가 겸 언론인 마시 알리네자드는 “버스에서 도덕 경찰이 머리카락을 가리지 않은 여성을 폭행하고 체포하려 했다”며 당시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검은 히잡을 쓴 도덕 경찰이 갈색 머리카락을 드러낸 여성을 잡아당기며 “나는 그녀를 고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도덕 경찰이 여성을 거칠게 끌어내려 하자 다른 승객들이 “이건 옳지 않다”며 그를 말렸다. 결국 승객들에 의해 버스에서 쫓겨난 도덕 경찰은 버스에서 내린 후 그들을 향해 욕설을 퍼붓고 자리를 떠났다. 알리네자드는 “이는 이란 여성들에게는 일상적인 투쟁”이라며 “지난해 이란은 수도 테헤란에 7,000명의 잠복 도덕 경찰을 고용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날 테헤란 도심 곳곳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고,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를 해산과 이란의 경제 상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식량 위기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한 후유증으로 인해 악화됐다. 지난달 기준, 이란의 연간 물가 상승률은 52%를 기록하며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보였다. 이에 억압적인 이란 정부에 대한 이란 국민들의 반감이 커졌다. 여성의 문제로 시작됐지만 수많은 남성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란의 젊은이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실정이다. 현지 미디어 이란인터내셔널은 ‘히잡 의문사’가 촉발한 이란 반정부 시위는 중산층 고학력 젊은 세대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 정부는 이번 시위의 배후가 외부 반정부 세력이라고 주장하며 폭력 행위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해당 시위는 테헤란을 넘어 미국 뉴욕과 튀르키예, 이스탄불 등 전 세계로 확산되기도 했다. 시위에서는 “히잡 반대, 자유와 평등 찬성”, “독재자에게 죽음을” 등의 구호가 외쳐졌다. 지난달 22일(목)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유엔 총회 연설에서 “현재 이란의 기본권을 확보하기 위해 시위하고 있는 용감한 시민들과 용감한 여성들을 지지한다”고 발언했다. 국내에서도 해당 움직임이 보였다. 지난달 25일(화)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표지석 앞에서 이란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테헤란로는 지난 1977년 서울시와 테헤란시의 자매결연을 기념해 붙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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