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붐바 vol.59] 염지용 겟잇스포츠 : FOOTBALL

All or Nothing(모 아니면 도), 팀의 위기 상황 속 골키퍼에겐 실점이냐 아니냐의 선택지 말곤 존재하지 않는다. 이번 ‘겟잇스포츠’ 코너에서는 경기마다 무거운 숙명 앞에 서는 골키퍼 염지용을 만나봤다. 끝없는 양자택일 게임 속에서 골키퍼가 팀의 승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경기마다 치열한 그 승부를 펼치는 염지용으로부터 시스붐바가 자문을 구해봤다.

연세대학교 축구부 No.21, 골키퍼 염지용을 소개합니다!

연세대학교 축구부(이하 연세대) 19학번 4인방 중 1명인 염지용(스포츠응용산업학과 19)은 2022 대학축구 U리그1 1권역에서 전경기(11경기) 출전하며, 6번의 *클린시트를 기록했다. 염지용은 4학년으로서 그라운드 위에서 리더십과 노련미를 보여주며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데 기여했다. 수차례의 선방을 선보여 관중들을 들썩이게 하는 한편, 노련미 넘치는 플레이로 안정감을 주는 그의 매력은 연세대 경기 속 하나의 재미기도 하다.

골라인의 파수꾼

골키퍼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골문을 지키며 팀의 실점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비록 한정된 공간이지만, 필드 위에서 유일하게 손을 쓸 수 있는 능력은 필드 플레이어들과 다른 특수성을 골키퍼에게 부여한다. 골문을 매섭게 노리는 상대의 슈팅을 막기 위해 골키퍼는 어떤 대비를 하는지 알아보고자 염지용에게 질문을 건네봤다.

연세대 축구부 염지용 수문장 (사진제공=시스붐바)
연세대 축구부 염지용 수문장 (사진제공=시스붐바)

시스붐바(이하 시붐): 골키퍼가 골문을 지키고 있을 때, 기본 자세를 설명해주세요!

염지용(이하 지용): 상대가 페널티 박스 바깥 먼 쪽에 있을 때는 준비 자세를 크게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움직이기에 가장 편한 자세, 무릎을 살짝 굽히고만 있어도 웬만한 슈팅에 다 반응할 수 있어요. 상대가 페널티 박스 라인 부근에 왔을 땐 조금 더 낮은 자세를 취하면 돼요. 마지막으로 페널티 박스 안쪽에선 거의 1:1 상황이거나 상대의 슈팅이 높이 뜨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낮은 자세로 있어야 합니다. 특히 1:1 상황 때는 손이 거의 바닥에 닿을 정도로 자세를 낮춰 준비해야 해요. 덧붙여 말씀드리자면, 1:1 상황에서 일반인분들은 슈팅 각도를 줄이기 위해 앞으로 나갈 타이밍을 못 잡는 경우가 많아요. 이때 정석적인 움직임은 상대 선수가 패스된 볼을 받기 전에 혹은 슈팅을 위해 시선이 볼을 향하는 타이밍에 움직이는 겁니다. 그래야 공격수가 당황하거든요. 따라서 상대가 패스된 볼을 받기 전에 빨리 나가야 하고, 상대가 볼을 받은 경우라면 슈팅하기 전에 타이밍을 봐서 한 발 정도 더 나가거나 최대한 그 자리에 서서 막아야 됩니다. 상대가 볼을 받은 이후에도 뛰어나가고 있으면 슈팅 동작에 반응하기 힘들기 때문에 골을 많이 먹거든요.

시붐: 경기에서 골키퍼가 상대 선수의 슈팅 직전에 스텝을 밟는 경우가 많은데, 스텝을 밟는 이유와 올바른 스텝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지용: 일단 스텝을 밟는 이유는 상대가 슈팅할 때, 다이빙을 뜨기 위한 타이밍을 잡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스텝을 최대한 안 밟는 것이 상대의 여러 움직임에 대처하는 데 가장 좋아요. 그래서 스텝을 밟으려면 빠른 대처를 위해 최대한 낮은 점프 스텝들을 밟는 것이 좋고, 높게 뜨는 스텝들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높게 뜨는 스텝의 경우 강하게 다이빙을 뜰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작 중요한 다이빙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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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붐: 땅볼 캐칭, 공중볼 캐칭의 자세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지용: 땅볼 캐칭이든 공중볼 캐칭이든 캐칭에서 중요한 것은 볼과 얼굴을 일직선상에 놓는 거예요. 만약 볼이 오른쪽으로 온다면, 몸을 같은 방향으로 돌려 정확히 볼과 얼굴을 일직선상에 놓아야 안정적으로 캐칭을 할 수 있어요. 가슴 위로 오는 공중볼 캐칭은 주로 얼굴 근처에서 이루어지기에 얼굴 캐칭이라 불러요. 얼굴 캐칭의 경우 ‘W 캐칭’, ‘세모 캐칭’ 등이 있지만, 일반인분들은 한 번에 잡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캐칭보단 W와 세모 중간 정도의 손 모양으로 캐칭하는 것을 추천해요. 엄지와 검지, 손목만 뒤로 넘어가지 않을 정도로 힘을 주고 정확하게 공 모양대로 손을 가져다 놓기만 한다면, 대부분 한 번에 잡히거나 한두 발자국 이내로 공이 떨어지기 때문에 2차 동작으로 다 커버가 가능해요. 가슴 아래로 오는 공중볼, 땅볼은 팔꿈치와 손목을 11자로 놓고 품에 안으면 가장 좋지만, 그게 어려운 분들은 손바닥을 손목과 11자로 놓은 다음, 공이 오는 방향에 정확히 갖다 대셔도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볼이 올 때 팔이 나가면서 잡으려고 하지 말고, 그대로 버티거나 볼이 오는 타이밍에 맞춰 팔을 뒤로 살짝 물러나게 하는 거예요. 그러면 공이 와서 맞고 보통 한 번에 멈추거나 1미터 이내로 공이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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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붐: 전문적인 골키퍼처럼 다이빙을 하고 싶으나 부상 등의 이유로 몸을 던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일반인들이 많습니다. 다이빙을 뜨기 전에 몸을 푸는 방법과 다이빙 충격을 최소화하는 팁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지용: 사실 선수들도 다이빙을 뜨면 일반인분들과 마찬가지로 아파해요. (웃음) 그런데 저희는 매일매일 습관처럼 다이빙하니까 참을 만한 정도의 고통으로 느끼는 거죠. 부상을 피하기 위해선 스트레칭으로 충분히 몸을 푼 뒤, 무릎을 꿇고 양쪽으로 넘어지거나 공을 잡은 상태로 천천히 무릎, 골반, 어깨 순으로 넘어지면서 몸을 예열해야 합니다. 그리고 공중으로 다이빙을 높이 뜨는 경우에는 떨어질 때 몸을 전체적으로 구부리면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어요.

시붐: 페널티킥 상황에서 상대가 찰 방향을 읽어내는 본인만의 팁이 있을까요?

지용: 저의 경우엔 키커의 스텝을 보고 많이 예측해요. 오른발 키커를 예로 들면, 큰 스텝으로 들어올 땐 골키퍼 기준 왼쪽으로 슈팅이 향하고, 짧은 스텝의 경우 오른쪽으로 향하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키커의 스텝을 보고 방향을 예측해 먼저 뜨는 것 같습니다.

시붐: 페널티킥 전에 골키퍼가 키커를 흥분 혹은 혼란시키려는 움직임을 가져가는데 실제로 효과가 있나요?

지용: 보통 그런 상황은 골키퍼보다 키커한테 심리적으로 압박감이 가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골키퍼가 최대한 몸을 펼친다거나 사이드 스텝으로 골대 사이를 움직이며 시간을 끌어주는 것만으로도 골대가 작아 보이게 하고, 키커들을 초조하게 해요. 정말 대담한 선수들 같은 경우에는 효과가 덜하겠지만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수비 진영의 야전사령관

골키퍼는 팀의 최후방에 위치하기에 상대의 압박으로부터 가장 자유로운 포지션이다. 때문에 골키퍼에겐 경기 흐름을 읽고, 냉정하게 상황을 지휘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만약 골키퍼의 오판으로 수비 진영에서 실수가 나오면, 팀은 치명적인 실점 위기에 놓인다. 경기 속 지휘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골키퍼만의 전략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시붐: 경기 전에 골키퍼가 수비수들과 먼저 합을 맞추고 들어가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지용: 팀 성향이나 포메이션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웃음) 기본적으로 골키퍼의 볼인지 수비수의 볼인지 애매한 상황에 처하면, 누가 처리할 건지 미리 얘기를 나누는 게 좋습니다. 추가적으로 저는 라인을 올릴 건지 내릴 건지에 대해서도 경기 전에 많이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시붐: 경기 중에도 염지용 선수가 필드 플레이어들과 계속 소통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주로 주고받는 내용은 무엇이었나요?

지용: 저희 팀은 최후방 라인 수비수들이 하프라인까지 나가서 압박하고, 나머지 뒷공간을 골키퍼가 커버하는 식으로 자주 플레이했습니다. 제가 뒷공간을 커버할 때, 상대의 뒷공간 패스가 들어오면 저의 클리어링을 돕기 위해 수비수들은 상대 선수가 침투해오는 걸 저지했어요. 위와 같은 플레이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 저는 “어떤 공이 오든 내 볼로 만들 수 있게 뒷공간에서 준비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아니면 수비수들이 라인을 잘 유지해야 상대가 오프사이드 반칙에 잘 걸리니까 라인 맞추는 것에 대해 경기 중간마다 지적해주곤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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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붐: 경기에서 골키퍼의 위치가 상황별로 어떻게 달라지는지 설명해주세요!

지용: 골문과 페널티 박스를 지켜야 해서 필드 플레이어에 비해 활동 반경이 넓진 않지만, 골키퍼도 필드 플레이어처럼 전체적인 볼의 흐름과 방향에 맞춰 움직여야 해요. 골키퍼가 뒤에서 왔다갔다 움직이는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볼의 흐름을 예측해 뒷공간에 패스가 들어오면 빠르게 나가기 위해 미리 준비하고 있는 겁니다.

시붐: 코너킥 상황에서 상대 키커의 차는 발에 따라 골키퍼의 위치는 어떻게 변하나요?

지용: 코너킥 상황에서 골키퍼는 최대한 클리어링 해내기 쉬운 위치에 있어야 해요. 저는 코너킥 방향에 상관없이 페널티 마크를 기준으로 가운데에 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추가적으로 골키퍼 기준 왼쪽 방향의 코너킥을 가정했을 때, 왼발 키커가 준비한다면 골라인에서 1, 2발 정도만 나와 있고, 오른발 키커의 경우엔 3, 4발 정도 나와 있습니다. 왼쪽 방향 코너킥에서 왼발 키커는 필드 안쪽으로 감아 차는 경향이 있고, 반대로 오른발 키커는 필드 바깥쪽 방향으로 감아 차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에요.

시붐: 프리킥 상황에서 골키퍼는 어떤 식으로 대비하나요?

지용: 보통 2가지로 나뉘는데, 벽이 있는 방향을 버리고 반대쪽만 대비하는 골키퍼가 있고, 반대쪽 70%, 벽 방향 30% 정도로 비중을 두는 골키퍼가 있어요. 저는 후자에 가깝게 대비하는 편이에요. 이것보다 중요한 점은 프리킥 상황에서 상대 키커가 차기 전에 골키퍼가 먼저 움직이지 않는 겁니다. 사실 중심에서 50:50으로만 대비해도 막을 수 있는 볼들이 많은데, 먼저 움직여서 역동작으로 실점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빌드업의 첫 단추

압박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진 현대 축구에서 골키퍼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상대가 라인을 높여 압박함에 따라 최후방의 골키퍼가 빌드업에 개입하는 빈도가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뛰어난 발밑 능력과 스로잉으로 후방 빌드업을 책임질 수 있는 골키퍼가 각광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후방에서 빌드업에 참여하는 만큼 실점을 피하기 위해 안정적인 빌드업을 선보여야 하는 골키퍼. 골키퍼의 골킥과 스로잉, 상대의 압박 상황에 대해 염지용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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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붐: 골키퍼의 스로잉 방법을 알려주세요!

지용: 미숙련자분들의 스로잉을 보면 볼이 손목에 껴지지 않은 채 손바닥에 위치하고, 팔 회전이 몸 옆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선 정확하게 스로잉하기 위해선 손목을 꺾어 손목 안쪽과 손바닥으로 볼을 잡아야 합니다. 다음으로 상체와 함께 팔을 뒤로 젖힌 후, 최대한 상체와 팔이 던지려는 방향을 향해 일자로 쭉 나오며 던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몸 옆이 아닌 얼굴 바로 위쪽에서 볼을 놓으면, 볼이 낮고 정확하게 나가거든요. 만약 팔 회전이 몸 옆에서 이뤄지면 볼이 휘어, 놓는 타이밍이 달라졌을 때 던지려는 방향에서 벗어나기 쉽습니다.

시붐: 골킥 상황에서 좋은 롱패스를 전달할 수 있는 팁을 소개해주세요!

지용: 기본적으로 선수들이 어디 있느냐에 따라 킥 방향이 달라지잖아요. 그래서 볼을 끝까지 보고 킥을 찰 방향대로 디딤발을 놓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다음으로 골킥을 차는 방법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골킥을 차는 방법도 상황에 따라 많이 나눠집니다. 일단 저는 팀에 헤더를 잘해줄 수 있는 선수들이 있다면, 낮고 빠른 킥보다는 볼을 많이 띄어놓는 킥을 합니다. 그리고 헤더가 강점인 선수 옆에 주력이 좋은 선수가 있다면, 낮고 빠른 킥을 차서 헤더로 연결된 볼을 옆에서 뛰는 선수가 속도감 있게 이어 받을 수 있도록 합니다.

시붐: 어떻게 낮고 빠른 골킥을 찰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지용: 낮고 빠른 종류의 킥들은 볼의 밑을 찍는다는 느낌보다는 볼 중앙과 볼 가장 밑 부분 사이를 누르면서 차고 나간다는 느낌으로, 차는 발이 앞으로 쭉 나가줘야 볼이 더 낮고 빠르게 나갈 수 있어요. 만약 볼 밑을 찍는다는 느낌으로 킥을 하게 되면, 볼이 뜨기만 하고 날아가는 거리는 줄어들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디딤발의 경우, 공과 디딤발 사이에 주먹 1개 반 아니면 2개 정도 들어가게 딛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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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붐: U리그1 경기에서 상대가 빠르고 강하게 압박해 들어오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염지용 선수는 어떤 마음가짐과 방법으로 압박에 대처하곤 했나요?

지용: 아무래도 볼이 저한테 오고 있을 때 상대 공격수들이 빠르게 압박하면 저도 심리적으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웃음) 그런 상황에서는 급한 마음을 좀 내려놓고 침착하게 주변 상황을 살핀 다음, 패스를 주려고 해요. 만약 상황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했을 땐, 논스톱으로 팀원들이 있는 공간에 띄워놓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입니다.

지금까지 염지용과 함께 골키퍼에게 필요한 기술들과 생각들을 살펴봤다. 골문 앞 선방부터 시원한 롱킥까지. 골키퍼의 어떤 모습에 매력을 느끼든 그것은 독자의 자유다. 이번 9월, 연세대의 든든한 수문장과 함께 골키퍼의 세계에 과감히 다이빙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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