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전철 밟지 말아야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야지!"

어제 김진표 의장이 양당 원내대표 에게 한 말이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김진표 의장은 현역 국회의원 중 재정 및 경제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로 뽑힌다. 그리고 협치에 매우 능한 정치인이다. 

김진표 국회의장 (사진=김진표 페이스북)
김진표 국회의장 (사진=김진표 페이스북)

그런 김 의장이 양당의 원내대표와 수많은 기자들을 앞에 두고 호통을 친 것이다. 김 의장은 예산 중재안을 냈다. 양당 모두 이에 대해 만족스럽지 못할지라도 최대한 합리적으로 접근한 것이다. 그래서 민주당 또한 중재안을 전격 수용하겠다고 발표를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대통령실의 어명(?)을 기다리다 결국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적반하장도 유만부동이지 사실 더 급한 것은 정부와 여당인데 외려 자기들이 더 버튕기고 있는 것이다.

예산안의 쟁점은 법인세 인하다. 국민의힘은 현행 25%에서 3% 인하, 민주당은 현행 유지, 중재안은 1%만 인하하자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법인세 3% 인하하자는 명분은 경제불황 시기 기업에 부담을 줄여 경쟁력을 확보하고, 외국기업 투자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자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쉽게 말하면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MB 때의 판박이다. MB 당시에도 법인세를 인하했지만 낙수효과는 없었고, 기업의 유보금만 늘려주었다. 박근혜 때는 '줄푸세'를 부르짖었지만 기업들은 해외투자에만 열을 올렸다.

현재 대한민국 100대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10년간 400조 가까이 늘어 1천조를 돌파했다. 지난해 기준 1,025조를 기록했다. 그런데도 법인세 인하를 계속 주장할 것인가?

유보금이 이렇게 쌓여만 가는데 법인세 인하한다고 유보금이 투자금으로 돌아올까? 투자는 법인세가 문제가 아니라 거시, 미시 투자환경이 문제다. 투자해서 돈 벌어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투자를 하는거고 그렇지 않으면 계속 유보를 해서 간을 보는 것이다. 기업의 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차라리 정부의 산업정책 방향이 더 중요하다. 미래비전을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지갑이 열리기 때문이다.

'낙수효과', 이는 선진국에서도 이미 폐기된 경제이론이다. 신자유주의의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 경제주체들의 양극화만 확대됐을 뿐 전혀 실효성이 없었다. 오히려 선진국 대다수는 '분수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소비가 있고, 소비를 통해 경제의 선순환을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에 누가 경제정책을 좌우하는지 모르겠지만 더이상 MB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

김진표 의장의 말대로 정말 정치인이 양심이 있어야한다. 경제위기로 신음하는 저소득층을 한번이라도 뒤돌아봤다면 지금의 이런 시대착오적인 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법인세 1% 인하도 최대한 양보한 것이다. 어서 예산안 통과해서 민생을 돌보고 국정이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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