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국약품 후원 AG신진작가대상 서완호 작가

[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풀숲에 두 사람이 있다. 그런데 사진처럼 선명한 풀 숲 안, 이 두 사람만이 물 빠진 것처럼 희미하게 그려져 있다.('두사람' 2022년작) 다음은 흔히 볼 수 있을 것 같은 숲 근처의 공터다. 여러 사람들이 그려져 있다. 하지만 공터가 아닌 사람들만 물 빠진 색감으로, 마치 유령인 듯 그려져 있다.('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2020년 작)

그림을 조금 더 확대해 보면 사람들의 모습은 잔상인 듯 오른쪽으로 흩어져 가는 듯, 문질러진 듯 하게 그려져 있다. 세월 속으로 흩어진 사람들을 뜻하는 것일까. 그의 작품들은 이같은 느낌을 받는 그림을 다수 볼 수 있다. 그것은 꿈 속에서 본 듯한, 혹은 언젠가 어린 시절 보았던 기시감을 느끼는 풍경들을 묘사한 것 같다. 그리고 애틋한 그리움을 남긴다.

두사람(2022년작, oil on canvas, 116.8㎝ x 91.0㎝), 서완호 작가
두사람(2022년작, oil on canvas, 116.8㎝ x 91.0㎝), 서완호 작가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2020년, oil on canvas, 116.8㎝ x 91.0㎝), 서완호 작가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2020년, oil on canvas, 116.8㎝ x 91.0㎝), 서완호 작가

지난 5월 안국문화재단 주최 및 주관, 안국약품 후원으로 열린 '2022 AG신진작가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한 서완호 작가와의 만남은 안국약품 본사 1층에 위치한 갤러리AG에서 이뤄졌다.

'이름 없는 공간' 속 사람들에 주목하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자연속의 풀이나 숲, 이런 긍정적인 것을 보여준다기보다 신도시 개발 등으로 인해 사라지고, 버려진 공간들, 의도와 다르게 구성되는 이름 없는 공간들, 쓸모없는 공간들을 보여준다"며 "이런 곳들에 시선이 가는 이유는 현대인들의 컨디션이나 저의 어떤 상황들을 투영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인공이 되고 싶었지만, 어떤 것에 쓸려가고, 썰물이 지나간 뒤 머물게 되면서 느끼는 공허함이나 허무함, 외로움, 그런 감정들을 공간에 투영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완호 작가. (사진=뉴스프리존)
"어떤 것에 쓸려가고, 썰물이 지나간 뒤 머물게 되는 공허험이나 허무함, 외로움 그런 감정들을 공간에 투영했던 것 같다"
서완호 작가. (사진=뉴스프리존)

특히 그는 반쯤 유령이 된 것 같은, 물 빠진 색감으로 그려진 사람들에 대해 "의도적으로 연출을 한 것"이라며 "공간이 정확하게 명명된 것이 아니라는 그런 의미를 보여주기 위해 형태를 부정확하게 표현 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물감의 질감이라는 것 자체가 신기한 게 뭔가 흘러내리기도 하고 딱딱하게 표현도 된다. 그 느낌들이 사진의 어떤 차가운 어떤 재연 이상을,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뭔가를 더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런 좀 리얼리즘적인 어떤 베이스에 약간 그런 풍경에서 느껴지는 어떤 느낌들을 더 과장되게 표현하는 부분이 있었다. 사진에서 초점이 나간 것과는 다른 질감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명확하게 어떤 상황을 상정해서 만들어진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남은 곳이라는 느낌을 주려 했다는 것이다. 이런 느낌은 그림을 좀 더 가까이서 볼수록 확연하게 느껴졌다. 말이나 글과는 다른, 조형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을 보여주었다.

공허하지만, 그 너머를 그리다

왜 이 같은 작품들을 그려온 것일까. 이에 대해 서완호 작가는 "의도적이라기보다는 어떤 큰 어떤 담론에 휩쓸려서 자기 의지와 관계없는 삶을 사는 경우도 있고, 자기가 생각했던 어떤 삶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은 그게 어떤 자기가 상상 속에서 존재하던 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경우도 있고, 어찌 됐건 간에 계속 살아야 되고, 그러다 보니까 어떤 인지 부조화적인 것들도 있을 수도 있고"라며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만났던 분들 같은 경우 그런 공허함이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왜 사는 걸까'라는 어떤 비슷한 질문들이 이렇게 나오면 '자식들 키우려고 사는 거지 뭐' 혹은 뭐 '그냥 뭐 별 생각 없다. 돈이 있어야 사는 거니까 내 의지와 상관없이 하는 거다'. 어떤 사람은 '나 여기 있을 사람이 아니다. 잠시 머무를 뿐'이런 느낌이고, 그러면서도 어떤 자본의 어떤 것들을 놓치면 미끄러지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어떤 불안감이 항상 있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어디서 살까 (2021년, oil on canvas, 162.2㎝ x 130.3㎝), 서완호 작가
어디서 살까 (2021년, oil on canvas, 162.2㎝ x 130.3㎝), 서완호 작가

마치 영화 '모던타임즈'와 같은 상황이 떠오른다는 기자의 말에 동의한 서 작가는 "대부분의 사람들한테서 이런 황망한 어떤 대지 같은 느낌이나 그런 것들이 떠올랐다"며 "배경도 설정할 때 만났던 사람들이 목격했던 삶들이 느껴지는 느낌으로 수집을 해왔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단순히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일수도 있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 서 작가의 독특함이었다. 황량함이나 공허함 그 이상의 것, 그것은 그리움일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그는 "공허함 이상의 것들이 있을 수도 있고, 그건 사람마다 약간씩 다를 수 있겠다"며 "차가운 눈으로 리포팅 하듯이 본다기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보는 느낌인 것 같다. 저조차도 어떻게 해 줄 수도 없고 저 스스로도 뭔가 구원할 수 없는 어떤 이 상황에서 어찌 됐건 간에 허락되는 상황만큼 살아내야 되는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눈에 보이는 어떤 환경, 풍경, 상황들을 이렇게 표현을 하는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세상까지 바꿔야 된다는 그런 신념이 있다고 하면 그림 그리고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가서 정치를 하든, 싸워야 될 것"이라며 "저는 그냥 일반 사람들에게 어떤 영감을 주고, 지금 보고 있는 어떤 세상의 어떤 형태를 제시할 뿐이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많은 사람들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또 "어떤 작가들은 좀 더 직접적으로 '이래야 된다'고 강하게 그림으로 주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오히려 약간 제가 얘기하고 싶은 주제들을 풍경에 투영을 함으로써 좀 열린 주제로 가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영향 받은 이로 지난해 별세한 공성훈 작가를 꼽으며 "그분은 정말 그냥 풍경만 그려놨는데도 사진을 재현하는 듯한 상황에 여러 가지 붓질들이 결합이 돼서 어떤 불안감을 조성하게 된달지, 가슴이 조여 오는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할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들었다"며 "그런 작업들은 많이 매료가 됐었고, 이렇게 작업을 해도 되겠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앞으로는 좀 더 의도가 보이는 그림을 그릴 것"

그는 작품을 시작한 계기에 대해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다보니 달력 뒷장에 그림을 그렸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누구나 그렇듯이 재미있어서 시작했다. 어떤 선생님들이 그런 그림들을 보고 배운 것도 아닌데 캐릭터에 부여된 어떤 의미도 있고, 재능이 있는 것 같다고 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을 했다가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고, 여러 가지 일들을 겪다 보니까 여기까지 왔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이어 "제 어떤 마음이나 상황들을 투영하는데 그림만한 것이 없었다. 다른 것들도 좀 시도를 해봤었는데 다른 것들은 좀 심적으로 너무 많이 힘이 들기도 하고. 그림은 그래도 힘들긴 하지만 어떤 어쨌든 제 이름으로 남는 결과물들이기도 하고, 재미있었다"고 덧붙였다.

서완호 작가는 앞으로의 작업 방향에 대해 "조금 더 의도가 보이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좀 더 의도적으로 다가간다고 하더라도 제가 생각하고 있는 작업관이 그렇게 훼손될 것 같지는 좀 더 많은 것들을 상상할 수 있게 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히려 어떻게 보면 제한을 둠으로써 좀 더 넓은 해석이 가능할 수 있게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런다고 달라지는건 없겠지만 (2022년작, oil on canvas, 193.9㎝ x 390.9㎝ ) 서완호 작가
그런다고 달라지는건 없겠지만 (2022년작, oil on canvas, 193.9㎝ x 390.9㎝ ) 서완호 작가

그는 이 같은 작업의 예로 '그런다고 달라지는건 없겠지만'(2022년 작)이라는 작품을 들며 "그림에 연출을 넣기도 하지만 기획했던 느낌과는 전혀 다르게 나오는 경우도 있고, 조금 별로지 않을까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오히려 더 잘나오는 경우도 있다"며 조금 더 성장하는 작가로서의 욕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서완호 작가. (사진=뉴스프리존)
"제한을 둔으로써 좀 더 넓은 해석이 가능할 수 있게 갈 수도 있겠다. 앞으로 조금 더 의도가 보이는 작업을 할 것"
서완호 작가. (사진=뉴스프리존)

마지막으로 그는 최근 수상한 'AG신진작가대상'과 관련해서는 "일단은 너무 대상을 주셔서 너무 감사한 부분이고, 대상을 받고 나서 조금 주목도가 생겼다"며 "여기 심사 기준이 여타 심사 기준하고 다른 부분도 있어 젊은 작가들에게 많이 힘을 많이 실어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주목을 할 만한 어떤 배경이 설정돼 있지 않은 저한테 상을 주었다는 것은 굉장히 공정함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 같다. 그런 것이 작가들에게 힘이 되는 것 같다. 너무 힘이 되고, 앞으로 작업을 놓지 않고 갈 수 있는 추진력이 된다"고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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