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타이거즈 나성범 선수 인터뷰

[이수민 기자]= 어느덧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2022년. 임인년 호랑이해를 누구보다 멋지게 보낸 연세대학교 스포츠 스타를 한 명 꼽자면, 단연코 KIA 타이거즈의 나성범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올 한 해 호랑이처럼 그라운드를 누볐던 나성범(체육교육학과 08)을 만나기 위해 시스붐바가 광주광역시에 있는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를 찾았다.

이번 12월호에서는 인터뷰를 통해 2022시즌 KIA 타이거즈로 팀을 옮긴 호랑이 나성범의 이야기와 2008년 연세대학교 야구부였던 독수리 나성범의 이야기를 담았다. 

KIA 타이거즈(이하 KIA) 나성범

# 이제는 KIA의 호랑이 그 자체, 나성범이 들려주는 2022시즌 이야기

​시스붐바(이하 시붐): 안녕하세요! 먼저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선수님 소개 한마디 부탁드려도 될까요? 

나성범: 안녕하세요. KIA 타이거즈(이하 KIA) 나성범입니다. 

 

시붐: 벌써 2022년 호랑이해가 다 지나갔어요. 선수님 성함도 그렇고 이적하신 팀도 그렇고 호랑이와 연관이 많은 만큼, 더 뜻깊은 한 해였을 것 같은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소감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나성범: 여기 온 지가 벌써 1년이 다 돼 가는데, (사실) 계약을 하고 이 자리(챔피언스 필드 인터뷰실)에서 입단식을 한 게 엊그제 같습니다. 코로나 19 때문에 입단식을 외부에서 못 하고 이 자리에서 했던 기억이 있는데, 벌써 한 시즌을 잘 치르고 이제는 외부에서 온 선수가 아니라 기존에 있던 선수처럼 KIA 선수들하고 잘 지내고 있습니다. 

시붐: 2022 스토브리그에서 야구팬들에게 큰 이슈를 일으키시면서 FA 이적을 하셨는데, 고향 팀으로 돌아오신 소감은 어떤가요? 

나성범: 20살까지 광주광역시에서 살다가 대학교 때문에 서울로 올라가고, 한 십몇 년 만에 다시 고향에 돌아오게 됐는데 저 살 때랑은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웃음) 일단은 어렸을 때부터 뛰고 싶었던 팀이었지만, 제 뜻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그러다 보니 KIA에서 뛰는 게 꿈으로 남아있었는데 FA로 저의 가치를 인정해주시다 보니 마음이 많이 움직였던 것 같아요. 어릴 때 KIA 경기를 보러 야구장을 왔다 갔다 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렇게 와서 되게 기분이 좋아요. 또 이제 부모님이 같이 계시다 보니, 야구도 많이 보러오실 수 있어서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시붐: 제가 KIA의 팬으로서 한 시즌을 봤을 때, 팀에 굉장히 빠르게 적응하셨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혹시 보이지 않는 어려움이 있었을까요?

나성범: 아니요. 어디를 가든 항상 야구하는 건 똑같으니까, 제가 하던 대로만 하면 되는 거니까요. 사실 제가 계약을 크게 해서 왔기 때문에 주변에서 약간의 부담이 있지 않냐고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저는 마음 편하게 (야구를) 했던 것 같아요. 환경, 감독님, 코치님, 선수들 등 여러 가지가 다 새로웠기 때문에 호흡을 맞추는 게 조금 오래 걸릴 줄 알았지만, 시범 경기 때부터 시합을 뛰었던 게 적응하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시붐: 그럼 혹시 현재 팀에서 가장 친한 선수를 한 명 꼽아주실 수 있나요? 

나성범: 제 포지션이 외야수다 보니까 외야수들하고 훈련을 같이 하는 시간이 많거든요. 근데 또 외야수들이랑만 친한 건 아니고요, 모든 선수들과 다 친하게 지내고자 제가 먼저 다가가려고 해요. KIA에 어린 선수들이 많아서 제가 먼저 말 걸지 않는 이상 애들이 다가오지 않거든요. 그런 거 보면서 나이 들었다는 게 좀 느껴지죠. (웃음) 저도 신인 때 고참 선수들이나 선배들한테 다가가기 힘들었기 때문에 제가 좀 더 편안하게 후배들에게 다가가고, 말을 먼저 걸어주고, 그러다 보니 지금은 가족처럼 잘 지내고 있어요. 

시붐: 사실 팀 내에서 투머치 토커로 유명하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이에 대해 동의하시나요? (웃음) 

나성범: 저는 선수들하고 이야기하는 거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소문이 도는 것 같아요. 뭐 저뿐만 아니라 저보다 (말을) 더 많이 하는 선수들도 많습니다. (웃음)

시붐: 나성범 선수님이 뽑는 본인보다 더 말이 많은 선수들은 누가 있을까요? 

나성범: 이의리 선수도 있고요, 황대인 선수도 있어요. 그냥 선수들이 다 가지각색 스타일들이 있어서 재밌습니다. 

시붐: KIA 하면 뜨거운 응원을 보여주는 KIA 팬들이 또 유명하잖아요. 사실 저도 그중 한명이고요. (웃음) 직접 KIA 유니폼을 입고 응원을 들어보니, 소감이 어떠셨나요? 

나성범: 타 팀에 있을 때만 들어봤기 때문에 일단은 굉장했어요. 타 팀일 때 원정 경기 올 때마다 느낀 건데, 항상 팬분들이 많으셨던 기억밖에 안 들어요. 그리고 광주 경기뿐만 아니라 서울, 수도권 경기를 보면 마치 KIA 홈 경기인 것처럼 팬분들이 원정 경기에도 많이 오셔서 응원을 해주시잖아요. 저 또한 첫 수도권 경기할 때 놀랐어요. 코치님들, 주변 선수들한테 (팬분들이) 너무 많이 오는 거 아니냐, 하면서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매 경기 한국 시리즈나 포스트 시즌 하는 것처럼 열정적으로 응원해 주시니까 처음에는 그냥 소리가 너무 컸습니다. 이제는 많이 안 오시면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어서 항상 팬분들께 많이 와 주시라고 말씀 많이 하죠.

시붐: 그럼 저도 더 열심히 응원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시즌 KIA 유니폼을 입고 첫 시즌을 보내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으실까요?

나성범: 아무래도 첫 경기죠. 첫 경기가 또 홈 경기였거든요. 홈에서 개막전을 했는데 물론 경기는 졌지만, 그래도 저한테 첫 경기여서 의미 있는 경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FA로 왔기 때문에 기억이 더 많이 남는 것 같아요. 

시붐: 이번 시즌 KIA가 정말 많은 이벤트 유니폼들을 입었어요. 해태 타이거즈의 올드 유니폼부터, 블랙 타이거즈 유니폼, 광주 유니폼, 패밀리 유니폼 등 다양한 유니폼을 입으셨는데 가장 마음에 들었던 유니폼을 하나 뽑아주실 수 있을까요? 

나성범: 저는 블랙 타이거즈 유니폼을 뽑고 싶습니다. 올해가 검은 호랑이해였고, 그거에 맞게 유니폼이 잘 제작된 것 같아요. 어깨 쪽에 호랑이 그림도 있고 좀 강해 보이더라고요. 팬분들이 찍어주신 사진 같은 것도 몇 번 봤는데 가장 잘 어울리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시붐: 이제 2022시즌이 다 끝나고 다음 시즌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데 혹시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고 준비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나성범: 저는 프로에 들어와서부터 매 시즌 항상 아쉬운 해라고 생각해요. 부족했던 점을 한 가지만 꼽아서 그것만 보완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좋았던 것도 더 좋아지려고 하고 있고, 안 좋았던 점은 더 보완하려고 하면서 매년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도 마찬가지로 좀 좋은 성적을 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좀 더 집중했더라면 더 좋은 기록과 성적이 나왔을 텐데'라고 생각 합니다. 그래서 이번 시즌도 아쉬운 한 해이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고, 해왔던 대로 여러 가지 다 잘 준비를 해야 되지 않을까요? 

시붐: KIA가 나성범 선수님 영입 후 4년 만에 가을 야구 진출에 성공했어요. 다만, 아쉬운 점이 정말 가을 야구의 맛만 봤다는 점인데요, 혹시 다음 시즌 목표는 어떻게 준비하고 계신가요?

나성범: 팬분들도 아실 거고, 제 실수로 그 경기를(와일드카드 1차전) 졌다는 생각이 많이 크거든요. 그래서 너무 아쉬움도 크고, 후배들과 팬분들께도 되게 미안한 감정이 너무 커서 다시는 그런 실수를 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당연히 안 해야죠! 내년 시즌에는 와일드카드가 아니라 기다리는 팀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몇 위를 할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하다 보면 저희도 SSG 랜더스처럼 위에서 기다리고 있는 팀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한번 잘 준비해보겠습니다. 

# 그땐 그랬지~ 연세대학교 야구부의 자랑, 독수리 나성범이 들려주는 정기 연고전 이야기

다음으로는 2008년으로 돌아가 KIA의 나성범이 아닌 연세대학교(이하 연세대) 체육교육학과 08학번 나성범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시붐: 3년 만에 연세대가 다시 대학 행사들로 북적이고 있습니다. 아카라카부터 합동 응원전,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정기 연고전(이하 정기전)까지 사실 연세대 학생들만이 즐길 수 있는 대학 문화가 굉장히 많다고 생각해요. 혹시 선수님도 행사 관련 대학 시절 기억나는 특별한 스토리가 있으실까요? 

나성범: 저희는 스토리가 없습니다… 저희는 경기를 하려고 준비하다 보니 그냥 정기전 다음 날만 기억나는 것 같아요. 첫날 야구 경기 하고 다음 날은 휴가를 받아서 럭비와 축구 경기를 응원하러 가요. 전날 이겼으면 기분 좋게 응원하는 거고, 지면 기분 안 좋게 그냥 앉았다 갔던 것 같아요. 솔직히 학생들은 연고전 할 때 정말 축제 분위기잖아요. 제가 연세대 다닐 당시에는 정기전 한 경기를 위해 한 달 정도 준비를 했거든요. 더운 날씨에도 운동 열심히 하면서 그 한 경기 어떻게든 이기려고 만반의 준비를 하는데, 학생들은 그냥 재밌게 춤추고 응원하고 (사실 이런 배경은) 모르잖아요. 그래서 선수들이 열심히 정기전을 준비한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시붐: 이렇게나 중요한 정기전에 무려 4번이나 등판하셨어요. 제가 1년 동안 연세대 야구부를 지켜보니 1, 2학년 선수들은 출전 기회를 얻는 것조차 쉽지 않은데, 1학년 때부터 무려 정기전 선발로 등판을 하셨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선수셨는지 조금이나마 감이 옵니다. 그 당시 소감은 어떠셨나요? 

나성범: 저한테는 영광이죠. 당연히 그때 당시 감독님께서 저에게 그런 기회를 주셨기 때문에 저도 할 수 있었던 거고요. 정기전을 준비하는 한 달이라는 시간이 있었다고 했잖아요, 한 달 전에 감독님께서 그냥 말씀을 해주셨어요. 1학년 때도 그렇고, 그냥 어차피 처음부터 선발로 올라갈 거니까 네가 알아서 한 달 동안 잘 준비를 하라고 말씀해 주셨거든요. 그래서 저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한 달 동안 운동을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1, 2, 3, 4학년 다 던지면서 기록이 됐잖아요. 그래서 더 명예롭고 감사할 따름이죠. 저처럼 많이 던지는 선수가 거의 없었으니까. 그래서 더 재밌게, 열심히 던졌던 것 같아요. 

시붐: 사실 대학 시절에는 투수로 주로 활동하셨잖아요. ‘지옥에서라도 데려와야 하는 좌완 파이어볼러’라고 불리셨는데, 프로에 와서 포지션을 변경하는 데에 있어 아쉬움도 남았을 것 같고, 어려움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혹시 포지션 변경 과정 중 특별히 생각나는 기억이 있다면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나성범: 대학 시절 1, 2학년 때는 타자와 투수를 같이 하고, 3, 4학년 때는 투수만 했었어요. 그러다 보니 몸이 조금씩 투수의 몸으로 변해가더라고요. 웨이트나 몸 관리는 꾸준히 계속 똑같이 했는데, (공) 치는 걸 안 하다 보니 손바닥도 잘 안 터지고, 안 찢어지고 그랬어요. 근데 NC 다이노스 지명을 받고 당시 김경문 감독님께서 투수보다는 타자를 해보는 게 더 좋겠다고 권유해 주셔서 팀에 합류한 날부터 타자를 하기 시작했어요. 야간 훈련으로 타격 연습을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시작이었죠. 그냥 온몸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힘들었어요. 그냥 뭐 하나 꼽는 것보다도 손도 많이 찢어지고, 손목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안 쓰던 방망이를 갑자기 많이 돌리다 보니 거의 몸살 날 정도로 몸이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정말 앞만 보고 달렸던 것 같습니다. 그냥 무작정 (훈련을) 많이 했습니다. 

시붐: 이렇게 포지션을 변경하신 것처럼 선수님 야구 인생에 있어 큰 터닝 포인트들이 몇 번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사실 연세대 진학 전 LG 트윈스(이하 LG)의 지명을 받으셨지만 그걸 포기하신 거잖아요. 혹시 만약에 그때 그러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성범은 어떤 사람이 됐을 것 같나요? 

나성범: 지금 여기 없죠. 저는 잘 됐기 때문에 이야기를 하는 걸지도 모르지만 정말 잘 선택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만약 연세대를 안 가고 그냥 바로 프로를 갔더라면, 제가 봤을 때 지금 뭐 하고 있을지 저도 모르겠어요. 저희 때만 해도 학교에서 공부는 거의 안 하고 아예 운동에만 전념했거든요. 그렇게 해도 성공을 할까 말까 이런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아마 대학을 진학하지 않고 프로에 갔다면 지금의 이 자리는 없지 않았을까요? 팬분들도 저를 몰랐을 거고 아마 야구 그만두고 다른 거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웃음)

시붐: 안 그래도 공부 관련해서 드리고 싶은 질문이 있는데요, 선수님 혹시 재학 시절 찍었던 다큐멘터리에서 하셨던 멘트 기억나시나요? (웃음)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일종의 인터넷 밈처럼 사용되고 있는데 소감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나성범: 그거 좀 삭제 안 되나요? (웃음) 다큐멘터리 찍을 당시에는 그냥 생각 없이 찍었던 것 같아요. 근데 이게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왜 찍었을까, 이 생각이 들고 저도 가끔 한 번씩 보거든요. 그게 계속 올라오더라고요! 쓸데없는 말을 해서 지금은 좀 편집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돌아다니지 않도록, 저작권이 있다고 좀 말씀해주세요. (웃음)

시붐: 연세대와 KIA 모두 응원 문화가 유명한데요, 연세대의 응원가와 KIA 응원가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이 있다면 한 곡씩 뽑아주실 수 있을까요?

나성범: 저는 ‘연세여 사랑한다’를 제일 좋아합니다. LG도 이름만 바꿔서 그 응원가를 쓰는데, 그래서 들을 때마다 대학 시절 기억이 한 번씩 쫙 올라오면서 소름이 돋아요. 잠실에서 LG랑 경기 할 때마다 그 노래가 나오는데, 흥분되기도 하고 투지가 올라오기도 합니다. 장소가 잠실이다 보니 더 그런 것 같아요. KIA는 소크라테스 선수 응원가가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처음 들었을 때는 피리 소리도 나고, 이게 솔직히 좋은 노래인가 했었거든요. 근데 이게 듣다 보니 전염이 돼서 저도 소크라테스 선수 보면 장난으로 포즈 취하면서 같이 부르기도 해요. 팬분들도 좋아해 주시는데, 내년에 또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습니다. 

시붐: 사실 대학 졸업 후 KBO 리그에 진출해서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는 선수를 찾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제 생각에는 선수님이 정말 좋은 선례가 돼주셨다고 생각하는데요. 프로 진출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대학 선수들을 위해 조언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나성범: 저도 최근 몇 년간 신인 드래프트를 보면 대학 선수들이 지명되는 경우가 많이 없더라고요. 사실 저희 때까지만 해도 대학 선수들도 많이 뽑혔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대학 진학이 단점이 됐더라고요. 아무래도 프로 구단에서는 부담 없이 오랫동안 (경기를) 뛸 수 있는 어린 선수를 원하니까요. 좀 아쉬운 현실인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대학교를 가는 게 안 좋은 건 아닌데, 고등학교 선수들이 이런 기사를 보면 대학 진학을 꺼려하는 선수들도 많아지거든요. 물론 당연히 프로로 가려고 해야 되는 건 맞지만, 저는 4년이라는 시간이 경험을 쌓고 몸을 강하게 만들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대학교 가는 것도 추천합니다. 4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서 다르긴 하지만요. 그래서 지금 대학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했으면 좋겠어요. 성인이 됐으니까 유혹이 많잖아요, 근데 그러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가버리고, 막상 4학년 때가 되면 그동안 한 게 없는 선수들이 수두룩하거든요. 대학에 와서 4년 동안 긴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미리미리 준비해서 자신을 좀 더 강하게 만들면 대학교 온 것을 후회하지 않고 더 좋은 순번을 (드래프트에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잘 준비했으면 좋겠습니다. 준비된 자들이 기회를 얻는다는 생각을 가지면 좋겠어요. 많은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저는 이런 생각을 했기 때문에 선수들도 자존감 낮아지지 말고 강하게 훈련해서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시붐: 이번 2023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연세대 선수 총 4명이 프로 구단에 입단을 하게 됐어요. 그런데 사실 지명을 받는 것뿐만 아니라 프로에 가서 자기 자리를 잡고 살아남는 것도 어렵고 힘든 일인 것 같아요. 대학을 졸업하고 프로 지명을 받아서 프로 무대를 밟게 될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실까요? 

나성범: 그냥 누구든 다 열심히는 하거든요. 솔직히 ‘열심히 하겠다.’ 말은 다 하는데, 10개 구단 선수들 다 열심히는 해요. 그래서 잘하는 게 결국 중요한 거 같아요. 어느 정도의 운도 따라야 하지만, 기회를 받았을 때 기회를 어떻게 잘 활용해서 감독님, 코치님 눈에 잘 보이느냐에 따라 또 시합을 나갈 수 있으니까요.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르니까 항상 준비해야 합니다. 대학 때까지만 해도 자기들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선수들이 되게 많을 거예요. 하지만 막상 프로에 오면 벽을 느낄 거거든요. 워낙 잘하는 선수들이 많으니까 그 경쟁에서도 이겨야 하고, 드래프트로 같이 들어온 신인들끼리도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냥 한마디로 준비를 잘해야 될 것 같아요. 마냥 놀지만 말고, 이제는 대학 때보다도 더 쟁쟁한 경쟁자들이 많기 때문에 그것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 나성범의 2023년은? 

시붐: 이제 인터뷰도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는데요. 벌써 다음 시즌이 선수님이 프로에서 맞는 11번째 시즌이더라고요. 혹시 다음 시즌 개인적으로 달성하고 싶은 목표나 기록이 있을까요? 

나성범: 어떤 기록이든 달성하고 많이 세우면 좋겠지만 다치지 않는 한 시즌이 됐으면 좋겠어요. 제가 2019년도에 큰 부상을 당해서 시즌 아웃을 당했었거든요. 그래서 정말 야구를 하고 싶어도 부상을 당하면 못하기 때문에 부상을 안 당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실 제가 11년째지만 *타이틀 홀더 상이 없어요. 항상 2등은 많이 했었는데, 1등은 저보다 항상 잘하는 선수가 꼭 있더라고요. 그래서 내년 시즌 최선을 다하다 보면 저에게 또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기회가 된다면 타이틀 상 받을 수 있도록 한번 노력해보겠습니다. (웃음)

시붐: 가장 탐나는 타이틀이 있으실까요? 

나성범: 예전에는 타점 상 받고 싶다, 홈런 상 받고 싶다, 이렇게 하나씩 딱 집어서 얘기했는데 지금은 아무거나 괜찮으니까 하나라도 받고 싶습니다. (웃음)

*타이틀 홀더: 타자의 경우 타율, 홈런, 도루, 투수의 경우 다승, 평균자책점 등 각 부분에서 그 해 최고의 성적을 기록한 선수에게 주는 상 

시붐: 사실 2021시즌 KIA가 베테랑 선수의 부재로 인해 조금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하는데요, 나성범 선수가 팀에 들어오게 되면서 베테랑으로서 너무 훌륭한 역할을 해주시면서 팀이 더 강해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 2년 차 KIA 선수이신데, 신인 선수들에게 어떤 점들을 더 알려주고 가르쳐주고 싶으신가요? 

나성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부상 안 당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부상당해서 준비한 것을 아무것도 못 보여줬기 때문에 저희 팀 모든 선수들이 내년에는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잘 마쳤으면 좋겠어요. 의욕이 너무 앞서서 부상 당하는 선수들이 많거든요. 다들 몸 관리 잘해서 부상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시붐: KIA 팬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려요.

나성범: KIA 팬분들 올해 정말 어딜 가서든지 항상 홈 경기처럼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저희가 항상 힘이 나서 경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와일드카드 1차전에서) 제가 정말 죄송스러웠지만, 내년 시즌에는 그런 실수 안 할 수 있도록 시즌 준비 잘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시붐: 마지막으로는 연세대 후배들과 시스붐바 잡지 구독자분들께도 한마디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나성범: 제가 연세대 다니면서 시스붐바와 인터뷰도 몇 번 하고 그랬는데, 많이 봐주시고 관심을 많이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준비해 간 질문의 답변 하나하나에 묻어나오는 나성범의 야구를 향한 성실함과 꾸준함, 그리고 겸손함은 왜 그가 KBO 리그의 '나스타'가 되어 가장 높은 곳에서 밝게 빛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했다. 연세대의 자랑이었던 좌완 투수에서, 이제는 KBO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가 된 나성범. 나성범이 계속해서 그라운드 위를 호령할 수 있기를 시스붐바가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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