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무보증 전액상환’ 일단 급한 불끄기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지난 12월 12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춘천 레고랜드 테마파크 기반조성사업을 추진한 강원중도개발공사(GJC)의 보증채무 2050억 원을 전액 상환했다”고 밝혔다. 해당보증채무 2050억 원을 위해 빌린 지역개발기금 1000억 원에 대해선 내년 상환계획을 약속했다. 김 지사는 “금년에 갚기 어려웠던 2050억 원을 갑자기 마련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전국적으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덧붙였다. 이번 궁여지책 조치는 너무 늦었지만 매우 당연한 대응책인 것이다. 

춘천 레고랜드, 개장 후 첫 휴장 돌입
사진: 춘천 레고랜드, 개장 후 첫 휴장 돌입

강원도는 강원중도개발공사가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사업을 추진하고자 2020년 BNK투자증권을 통해 2050억 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할 때 채무 보증을 섰다. 김 지사가 지난 9월 28일 GJC에 대한 기업회생 신청 방침을 발표한 이후, 채무불이행 논란 등 금융시장에 대혼란이 발생하자 강원도는 보증채무 상환 일을 내년 1월 29일에서 올해 12월 15일로 앞당기겠다며 추경예산을 편성했었다.

중도개발공사는 2012년 강원도가 레고랜드 사업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중도개발공사의 최대주주는 강원도로 44.0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중도개발공사가 보유한 자기주식 또한 19.64%에 달해 사실상 63.66%의 지분이 강원도와 직접적으로 연관됐다. 레고랜드의 실질적 운영사 ‘글로벌 멀린 엔터테인먼트’사의 지분은 22.54%이다.

2020년, 강원중도개발공사는 건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2,050억 원 상당의 자산유동화증권 정확히는 기업어음(ABCP)을 발행하고 여기에 강원도가 지급보증을 섰다. 그리고 강원중도개발공사의 해당 자산유동화증권은 대출 만기일이 도래했음에도 미상환의 문턱에 서게 된 것이다.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강원 도청이 전액 갚아주기로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 시절 빚보증을 서며 계약한 부분인데, 문제는 지난 9월 28일, 김진태 현 강원도지사가 도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명목 하에 기업회생신청을 강행한 것이다. 심지어 채권단에서 먼저 “만기 연장을 해주겠다”며 제안한 유리한 조건에서도, 김지사가 이를 냉대하자 엄청난 후폭풍이 몰려왔다.  

지자체가 빚보증을 선 매우 신용도 높은 증권조차 채무 불이행에 빠졌다며 시장에 블랙 공포가 전광석화 연쇄적으로 확산되고 있었다.

▶ 테마파크 한국판 레고랜드! ‘어린이날 개장’ 

세계적인 유명 장난감 레고(Lego)를 이용해 놀이공원으로 조성한 한국판 레고랜드(Legoland)는 강원도 춘천시 중도동 하중도(河中島)에 위치한 테마파크이다. 2022년 3월 26일 준공되었으며, 2022년 5월 5일 어린이날 정식 개장하였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레고랜드이며 아시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레고랜드다.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정식 개장한 글로벌 프랜차이즈 테마파크이기도 하다. 

운영사는 영국의 글로벌 멀린 엔터테인먼트(Merlin Entertainments) 그룹이다. 멀린 엔터테인먼트는 덴마크의 블록 장난감 회사 레고 그룹(The LEGO Group)의 지분 50%를 보유한 세계 2위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다. 

덴마크어로 ‘재미있게 놀다’라는 뜻을 가진 레고랜드(Lego-land)는 3~12세의 어린이와 그 가족을 위한 놀이와 교육을 겸한 시설로 설계·건설된 놀이공원이며 테마파크다. 1968년 6월, 덴마크의 빌룬(Billund)에서 세계 최초의 레고랜드가 완공되어 개업하였다. 정원뿐만 아니라 레고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놀이터와 놀이기구들도 건설하여 아예 놀이 공원을 만들었다. 

1996년 덴마크 이외의 최초의 국제 레고랜드가 영국의 윈저(Windsor)에 생겼다. 이탈리아 최대 테마파크인 가르다랜드(Gardaland), 유럽 밖에서는 1999년에 미국의 칼스배드(Carlsbad), 2012년 아시아에서는 말레이시아에서 처음으로 개장하였다.

▶ 레고랜드 사태 ‘퍼펙트스톰 결정판’   

우리 경제에  ‘고물가, 고금리, 저성장’ 등이 뒤얽힌 복합적 경제위기인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몰려오고 있는 급박한 환경에서 이번 레고랜드 사태는 여기에 불을 붙이는 퍼펙트  스톰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올 초반부터 코로나 경제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대폭적 연이은 금리 인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발발하여 한국 경제는 매우 심각하게 침체된 상태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새로운 미중 패권 전쟁에 따른 경제 블록화와 같은 글로벌 악재로 인해 한국은 부동산을 위시 경제 전반이 꽁꽁 얼어붙었고, 돈이 선순환 되지 않아 유동성이 절벽에 이른 대위기국면이었다. 

그럼에도 이번에 문제가 됐던 채무 2,050억은 연간 8조 규모인 강원도 예산 내에서 충분히 흡수 가능한 금액이었다. 김지사가 성냥개비 하나로 온 국토를 벌겋게 다 전소시키려는 비이성적 행태를 자행한 것이다. 

정부는 급격한 금리·환율 상승으로 시장 전반의 변동성과 불안이 커진 상황에서 문제를 너무 단순하게 판단한 인식과 대처가 키웠다는 따가운 여론의 질타에서 전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이처럼,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동맥경화 사태는 재정 수백억 원을 아끼려는 지방자치단체의 꼼수로 정부가 수십조 원의 비용을 청구서로 받게 된 미증유의 대사건이다. 

지난 10월 23일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한국은행은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최근 회사채 시장과 단기 금융시장의 불안 심리 확산과 유동성 위축을 방지하기 위해 시장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50조원 플러스알파 규모로 확대해 운영한다”고 발표하기에 이른다. 결국, 정부는 고육지책으로 최소 50배 이상의 긴급 유동성 자금을 시장에 서둘러 공급하는 대책을 내놓아야만 했다.

▶ 다른 자치단체 사업추진 ‘한층 어려울 것’  

강원도는 이번 사건을 일단 미봉책으로 수습하고는 있지만, 이미 자신들에 대한 신용을 매우 크게 잃어버렸다. ‘누가 강원도를 믿고 투자하겠냐?’라는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이 농후하다.

주말 입장객 붐비는 춘천 레고랜드
사진: 주말 입장객 붐비는 춘천 레고랜드

평균적으로 국가나 지자체가 발행하는 채권은 민간기업 채권보다 신뢰도가 훨씬 높다. 지방채는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는 이상 절대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선언되지 않는 국채에 준하는 신용도를 가진 것으로 여겨져 왔고, 지자체가 보증한 채무도 비슷하게 간주되어 왔다.

행정안전부는 “지자체가 채무를 보증한 사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보증채무 이행에 차질이 없도록 관리하겠다”며, “지방 채무 관리를 위한 제도적 안전장치도 강화해 나가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행안부가 전국 지자체를 통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내년 1분기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지방채는 광역 15개와 기초 26개 등 41개 지자체의 2조 9117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자체들은 금리가 오른 지방채 발행을 중단하고, 사업 예산을 줄이며 긴축재정에 나서는 한편, 차입금을 조기상환하는 등 재정 건정성 대응에 한창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무분별한 지방채 발행도 제동이 걸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전부터 재정적 부담이 크다는 지적에도, 사업을 강행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지방채를 발행하는 사례가 분명 있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국의 각 지자체들은 지역 개발을 위해 무분별하게 남발하는 지급보증과 지방채 발행에 한층 신중해야 한다. 앞으로 한동안은 지자체와 관련된 사업을 추진해 나가기가 매우 어려운 혹한기에 접어들 것은 너무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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