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보기를 돌 같이하라

계묘년(癸卯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난해에는 정말 다사다난(多事多難)한 한 해였지요. 이태원 참사로 인해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겼었고, 천만다행 하게도 우리 태극 전사들이 월드컵 16강에 올라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 주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세모에는 대통령의 특별 사면으로 국민의 통합을 도모했습니다.

그런데 그중에 12월 27일 윤석열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특별 사면 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다스’의 실소유주로 회사 돈을 횡령하고도, 이를 속이고 대통령에 당선됐었지요. 또한 대통령 재직 중에도 삼성으로부터 거액의 뇌물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결국 ‘징역 17년에 벌금 130억 원, 추징금 57억여 원을 최종 선고 받은지 불과 2년 2개월 남짓 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나마도 지난 6월부터는 형집행정지로 자택과 병원에 머물고 있었지요. 참으로 창피한 일입니다. 왜 우리나라 대통령은 거의 황금 보기를 돌같이 못 보고 그런 수모를 당하는 것일까요?

최영 장군이 열여섯 살 때, ’사헌규정(司憲糾正)‘의 관직에 있으면서, 청백리로 세상의 존경을 받던 아버지 최원직(崔元直)으로부터 유언을 받았습니다.

“너는 마땅히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當金如石)”

불세출의 명장으로 최고의 병권을 쥔 팔도 도통사로서, 왕의 장인까지 겸한 막강한 권력을 가진 최영입니다. 하지만 평생 아버지의 유언을 받들어 흙 벽돌로 지어진 초라한 여염집에서 백성들과 함께 세상의 사표(師表)로써 일생을 살았습니다.

이렇게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한 충신을 기리는 민심이 천심이 되어 황금처럼 세상에 빛났습니다.

《재이재앙(財而災殃)》이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재물이 곧 재앙이 될 수 있다는 말이지요. 즉, 어렵던 환경에 있다가 생활이 풍요로워지면 노력을 소홀히 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조선 제 18대 현종(顯宗) 때, 형조판서와 판의금부사 등 요직을 맡았던 김학성(金學性)은 본관이 청풍(淸風)이고, 호는 송석(松石)이며, 시호는 효문(孝文)입니다.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가난하게 자라, 1829년 정시 문과 병과(丙科)에 급제하여 1872년에는 평안도 관찰사가 되었지요.

어머니는 삯방아와 삯바느질을 해서 아들들을 공부 시켰습니다. 비가 내리는 어느 여름날, 학성의 어머니가 방아를 찧고 있는데, 추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땅에 부딪히는 소리가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그곳을 파보았더니 쇠항아리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는 놀랍게도 백금이 가득 들어 있었지요. 어머니는 몹시 기뻤으나 멈칫하고는 다시 생각했습니다. “지금 아이들이 고생을 참으며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스스로 장래를 개척하려는 정신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많은 재물이 생기면 게으른 마음이 생기지 않겠는가”

어머니는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땅을 더 깊이 파고 항아리를 도로 묻어 버렸습니다. 그 후 학성은 학문에 더욱 정진하여 마침내 과거에 급제했습니다. 아들들이 각자 벼슬에 올라 안정되자, 어머니는 비로소 백금 항아리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 난 학성이 말했습니다.

“어머니도 딱하십니다. 그때 그 백금을 처분하여 살림에 썼더라면, 어머님은 그렇게 고생 하시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고, 저희도 좀 더 좋은 환경에서 더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을 텐데요.”

그러자 어머니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렇지 않다. 그때 너희들은 시래기 죽일망정 고맙게 생각하며, 맛있게 먹으면서 가문을 훌륭하게 일으켜 세워 주었다. 그것은 다 역경을 이기겠다는 강한 의지 때문이다. 나 또한 그런 너희들 뒷바라지하면서 고생도 오히려 즐거웠느니라. 그런데 만일 그때 그 백금을 살림에 썼더라면 어떻게 되었겠느냐? 너희들은 큰 재물을 거저 얻은 사실에 마음이 흔들려 학문에 지장이 있었을 것이고, 나 또한 지금 까지의 고생을 잊고 편안한 호사에 마음을 빼앗겼을 것이다. 사람은 본디 가난이 무엇인지 알아야 재물의 참다운 가치를 알게 되느니라. 갑자기 손에 들어오는 재물은 재액의 근원임을 명심하여.” 어머니의 말씀에 학성은 고개를 숙일 뿐이었지요.

그런데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제 4조 및 제 5조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에게는 현직 보수의 95%에 상당 하는 금액을 연금으로 지급합니다. 2021년 현재 대통령 연봉이 2억 4천만 원이니, 보수 월액은 2천만 원입니다.

따라서 한달 연금은 무려 1천 9백만 원이지요. 그리고 배우자에게는 70% 상당액을 유족 연금으로 지급하고, 배우자가 없으면 30세 미만의 유자녀 또는 생계 능력이 없는 30세 이상의 유자녀에게 유족 연금을 지급한다네요.

어떻습니까? 이만하면 대통령 퇴직 후에도 평생 먹고살기엔 부족함이 없을 터인데, 어쩌자고 탐욕을 부려 역사에 남는 불명예를 자초할까요? 위에 물이 맑아야 야래 물이 맑습니다. 부디 모든 대통령은 마땅히 ‘황금 보기를 돌같이’하면 어떨까요!

단기 4356년, 불기 2567년, 서기 2023년, 원기 108년 1월 2일

덕산 김덕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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