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2022년 4분기 미술시장 분석보고서’

[서울 =뉴스프리존]편완식 미술전문기자=“주요 작가의 몇몇 주요 작품을 제외하고는 유찰되거나 하한가 선에서 낙찰되는 등 하락세로 접어든 시장의 전형적인 면모를 보여주었다. 위탁작품들을 대기하도록 줄을 세우던 경매사는 작품 수급에 난항을 보이면서 출품작 수량은 감소하고, 전반적으로 고점까지 상승한 가격과는 대조적으로 수요를 이끌 만한 주요 작품이 없는 경매 포트폴리오로 인해 낙찰률은 하락했고, 그 결과 구매 심리는 더욱 위축되어 결과적으로 더욱 낮은 낙찰률로 이어졌다. 투자 목적으로 유입된 수요는 낙찰율과 가격이 더 내려가기 전에 처분해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에 가격을 양보하면서라도 판매를 시도했지만 구매 수요는 가격 협상에 우선권을 가지고 작품을 선별해 나가는 구매자 주도(BUYER’S MARKET)의 시장으로 이미 돌아섰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대표 이호숙·정준모)의 ‘2022년 4분기 미술시장 분석보고서’ 평가 분석이다.

■ 조정기 미술시장 확실한 카드 이우환

시장에서는 바쁘게 이우환 작품들이 움직이고 있다. 이우환은 국내외 구매 수요, 단단한 전속 갤러리, 주요 미술관 전시이력, 총 작품 수량 등 시장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보기 드문 작가다. 보이는 거래인 경매 기록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유통시장, 조각투자, 미술품 신탁펀드 등 새로운 유형의 투자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다각적으로 확대되어가는 미술시장에서 이우환이 갖는 무게감은 조정기에 우선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카드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는 구매 선택지가 현저하게 부족한 현 시장 구조를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블루칩 작가군을 다양하게 제시하고 유통할 수 있는 시장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전년 4분기 대비 -61% 감소, 주요 작가 작품 수급 난항, 매출 저하로 이어져

2022년 4분기(10월부터 12월까지) 총 6회 개최, 낙찰 총액 약 250.2억 원으로 전년 동기간 대비 약 61% 감소했다. 총 판매 작품 수는 354점으로 전년 동기 762점 대비 약 53.5% 감소했다. 출품 취소 비율은 2021년 약 2.5%에서 2022년에는 약 5.25%로 상승했다. 출품취소와 유찰로 경매 진행이 빨라지고 대부분의 작품이 경합없이 하한가에 낙찰되었다.

최저 추정가가 10억원대에 이르는 출품작 중 약 64%가 경매시작 전 취소되었고, 낙찰작들은 하한가선이나 그보다 낮은 가격선에서 낙찰되었다. 야요이 쿠사마, 이우환 등 블루칩 작가의 출품작 수는 2021년 대비 약 58% 감소했다. 이우환의 경우도 지난해 동기대비 출품작도 약 53%가 줄었지만, 낙찰률 또한 지난해보다 22%에 낮은 약 57%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미술시장 특히 경매시장의 어려운 상황을 대변한다.

야요이 쿠사마,이우환 작가 경매 현황

■ 외국작가들 선전도 저조

서울옥션의 홍콩경매(2022년 11월 29일)를 제외하고 5회의 메이저 경매 중 해외작가의 출품비를 분석하면 전체 출품작의 약 19.2%에 그쳤다. 낙찰가도 비교적 외국작품으로 구성되었던 서울옥션의 홍콩경매를 포함해서 분석해보면 4분기 총 낙찰총액의 약 21%로 한국미술시장에서 해외작품의 선전도 저조했다. 해외 경매사들이 단일 컬렉션으로 2022년 부진했던 매출을 만회할 수 있었다는 점과 비교가 된다, 한국미술시장의 컬렉션의 역사가 일천한 상황이 향후 미술시장의 경기회복에도 여전히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컬렉터 뿐만 아닌 해외 컬렉터들과의 네트워크도 확대해 나가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중론이다.

■ 고무줄 같은 경매 낙찰률

전체적으로 2022년 4/4 분기의 서울옥션과 K옥션 등 양대옥션의 평균 낙찰률은 약 66.2%로 나타났다. 이는 경매당일 경매결과가 바로 집계되어 발표되는 결과를 집계했을 때의 수치다. 하지만 몇 일 지나 경매사들의 홈페이지를 통해 나타나는 경매결과는 약 86.12%로 집계된다. 약 20%의 차이가 나타나는데 이는 출품작 중에서 출품취소 또는 경매에서 출품작이 각종 이유로 내려가는 경우를 반영한 결과라고 한다. 하지만 10%미만의 차이는 이해할 수 있다지만 20%나 차이가 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흔히 미술시장의 낙찰률과 고가작품의 낙찰효과는 미술시장을 견인하는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로 활용된다고 하지만, 미술시장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보다 분명하고 정확한 통계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 해외 경매사 단일 컬렉션 경매로 숨통

2022년 4분기는 크리스티(Christie’s)와 소더비(Sotheby’s) 모두 단일 컬렉션 경매로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 18개월 동안 7개의 주요 단일 컬렉션이 경매에 나왔으며, 2022년 4분기 정점을 찍었다. 11월 초 크리스티, 폴 앨런(Paul Allen) 컬렉션은 사상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낙찰 총액은 약 16억 2000만 달러(약 2조 1,100억원). 소더비 11월 14일 뉴욕에서 열린 데이비드 솔링거(David M. Solinger) 컬렉션 경매와 조셉 호퉁 컬렉션 등이 각각 1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단일 소장품 경매의 놀라운 매출기록에도 불구하고 2022년 4분기 총 매출은 2021년 4분기 대비 감소했다. 소더비 뉴욕의 11월 이브닝 세일의 매출액은 2022년 5월 대비 24% 하락했으며, 2021년 11월 대비 39% 하락한 수치이다. 필립스 뉴욕 또한 같은 기간을 비교했을 때, 2022년 5월 대비 40%, 2021년 11월 대비 2.8% 하락했다.

겉으로 보기에 미술 시장의 조정기 양상은 늘 유사하다. 그 안에서 움직였던 포트폴리오만 달라질 뿐이다. 2022년 12월은 아마도 2008년 12월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 유사성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는 “단기적으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만큼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초현대미술작가군에 대한 기대와 미련을 접을 것”을 권했다. 시장을 관망하면서 호황기 동안 움직였던 작가 및 작품들의 현재를 되돌아보면서 숨고르기 할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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