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학] 문학의 죽음에 대한 소문과 진실│강창래/고유서가

인문학 중에서도 문학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에서 사람이 서로 어떻게 영향을 끼치고 작동하는지 고민하는 장르이다. 이 책의 소제목은 <강창래의 세계문학 강의>이며 인문학, 특히 문학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저자가 쓴 책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소설을 쓰고 읽는게 직업이기도 하며 이따금 세계문학에 대해 강의도 하고 글도 쓴다. 이 신간은 어쩌면 대개는 아는 내용이겠지 하는 마음으로 비스듬히 앉아 읽다가 자세를 고쳐 앉고 말았다. 이 책을 쓰기 위한 저자의 노력, 읽고 참고한 책, 그리하여 저자가 세계문학에 내놓는 의견들에 동의하거나 배운 점들이 많아져서.

작가는 서문에서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어려운 평론이나 작품 해설마저도 아주 재미있는 글이 되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남겨 놓았다. 아마도 이 바람은 이루어질 터이고, 작가와의 지적인 대화를 덮고 나면 언제 읽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 세계문학들, 예를 들면 허먼 벨빌의 <필경사 바틀비>나 헤밍웨이의 작품들을 다시 읽고 싶다는 독서 충동을 느낄지 모른다. 좋은 책이란 그다음에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를 말해주는 책이기도 한다.

문학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문학의 죽음에 대한 소문, 프랑스 문학, 미국 문학, 러시아 문학, 그리고 소설과 시와 문학 이론까지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 책 한 권이면 세계문학에 대한 기초 지식과 교양, 일반적인 개념은 충분히 습득하고도 남으리라._조경란 위원, 소설가

2. [인문예술] 검은 턴테이블 위의 영혼들│박형주/나름북스

이 책은 20세기 후반에 등장한 새로운 대중음악 장르인 힙합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전문적인 음악 비평서라기보다는 힙합이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20세기 흑인운동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책이다. 

저자는 첫머리에서부터 힙합이라는 음악이 거리에서 사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던 가난한 흑인들에게서 유래했다거나 힙합이라는 장르 자체가 애초부터 사회비판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통념은 사실이 아니라고 못 박는다. 

하지만 힙합이 40여 년 동안 확고한 대중음악 장르로서의 입지를 굳힐 수 있었던 것은 힙합의 주요 청중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흑인들의 고통과 슬픔, 열망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 저작의 출발점이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 저자는 듀보이스에서 폴 로브슨, 맬컴 엑스와 마틴 루서 킹에서 휴이 뉴턴에 이르는 20세기 급진 흑인운동의 대표자들이 힙합을 주도하는 음악가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힙합 음악가들은 이들의 저작과 사상을 가사에 반영함으로써 흑인들에 대한 억압과 차별의 부당함에 저항하고 좀 더 정의로운 세상을 위한 열망을 표현하고자 했다. 

하지만 저자는 흑인운동가들이나 힙합 음악가들에게서 나타나는 난점이나 모순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때로는 에티오피아의 독재자였던 셀라시에 황제를 신처럼 숭배하고, 짐바브웨의 잔혹한 독재자인 무가베를 추종하거나 리비다의 가다피를 지지하기도 한 것이다. 

이 책은 힙합음악의 기저에 놓인 풍부한 사상적, 문화적 전통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고, 20세기 미국 흑인운동의 다채로운 면모를 흥미롭게 재구성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힙합 애호가에게도 미국사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에게도 좋은 읽을 거리가 될 수 있다._진태원 위원, 성공회대 연구교수

3. [사회과학] 일상은 얼마나 가볍고 또 무거운가│조은/파이돈

이 책은 사회학자 조은이 한 일간지에 기고한 칼럼 모음집이다. 그러나 이 칼럼집은 두 가지 점에서 다른 칼럼집과 다르다. 

먼저 형식상으로 이미 발표한 몇몇 칼럼에 노트를 붙여 발표 당시 하지 못했던 이야기나 그 이후의 생각을 덧붙여 ‘묵은’칼럼의 의미를 새롭게 했다. 

내용 면에서 보자면 1부, ‘긴 노트’에서 저자는 50년 만에 고향을 방문하여 자기와 주변 사람들의 오래된 기억 속으로 침잠하면서 지울 수 없는 과거가 오늘 여기의 일상에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추적한다. 

다른 한 편 저자는 사회학자답게 한 개인의 고통과 고난이 사회구조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드러낸다. 

“한 사회의 불평등이나 계급 양극화의 심각성은 지니계수와 같은 수치로만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삶과 일상을 규정한다.” 

한 빈민 가족의 삶을 30년 이상 가까이에서 관찰해온 저자가 볼 때 “한때 한국 사회 계층 이동의 통료였던 교육이나 자기 사업이 그런 구실을 그만둔 지 오래다. 사실상 안정된 중산층은 없는 셈이다.”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 사회학과 문학 사이를 오가는 저자는 자신을 지식인의 자리에 올려놓고 “지식생산에서 포지션의 책무를 고민”하고 “지면에 넘쳐 나는 사건의 해설과 해석의 프레임에 대한 성찰적 자의식”을 발동시킨다. 

그리고 진리를 추구하는 학문 영역의 약화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얼마 남아 있지 않은 항목에 학문이 끼어들 여지가 있을지 머리를 맞대야 할 것 같다.”_정수복 위원, 사회학자/작가

4. [자연과학] 조선의 숲은 왜 사라졌는가│전영우/조계종출판사

조선 말, 조선의 삼림은 백두산과 개마고원 일대, 태백산맥과 소백산맥 일대를 제외하고는 2/3가 민둥산이거나 어린 나무들이 겨우 자라는 숲이었다. 조선 중기까지만 해도 울창했던 삼림은 왜 이리 파괴되었는가? 인구의 증가, 16세기 소빙기 기후변화로 인한 연료용 화목 수의 증가 만으로는 이러한 삼림의 파괴가 모두 설명이 되지 않는다. 

산림학자 전영우 국민대 명예교수는 조선왕조실록과 노상추 일기 등 여러 사료와 자료들을 낱낱이 파고들어 조선의 산림이 황폐화된 이유를 살핀다. 부족한 양묘와 조림 기술, 부실한 제대 도구, 운송수단의 미비, 그리고 무엇보다 삼림을 육서하는 데 대한 지배층의 무관심과 후진성이 이 황폐화의 원인이었음이 과학적이고 섬세한 자료의 분석과 유려한 문장을 통해 드러난다. 

또한 이 책은 임학과 같은 자연과학이 역사의 연구와 기술에 어떠한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명료하게 보여준다. 숲은 자원의 보고이기도 하지만 생태계의 보전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환경이기도 하다. 과학기술과 도구와 자연이 어떻게 인간의 손과 마음을 통해 한데 어우러져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깊은 통찰로 가득한 책이다._권복규 위원, 이화여대 의학교육학교실 교수

5. [실용일반] 우리말 어원 사전│조항범/태학사

어떤 단어의 근원적인 형태 또는 어떤 말이 생겨난 근원과 내력, 어원(語源)이다. 어원을 안다는 것은 단어나 말의 연원과 변천 과정을 안다는 뜻이고, 그렇게 알게 되면 단어나 말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우리말의 어원을 알면 우리말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수 있다. 하지만 조심할 점도 있다. 

정확한 어원을 고증하기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칫하면 어림짐작으로 견강부회하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을 감안할 때, 충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조항범 교수가 쓴 이 책은 신뢰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저자는 ‘이 말의 어원은 이것이다’ 단정하거나 중하기 보다는 ‘이러이러한 근거에 따라 어원을 이것으로 볼 수 있다’는 태도를 보여준다. 엄정한 학자적 태도를 지키는 것이다. 제목은 ‘사전’이지만 필치는 에세이에 가깝다. 친족과 가족, 별난 사람들, 음식과 과일, 문화와 전통과 생활, 공간과 지명, 자연과 날씨와 시간, 짐승과 새와 물고기, 풀과 나무, 육체와 정신-생리와 질병과 죽음, 말과 행위-상황과 심리 등 10개 범주로 나눠 200개 낱말의 어원을 해설한다. 내용 몇 가지를 살펴보자.

‘누나’는 19세기 이후 문헌에나 나타나는 낱말로, 초기에는 손위 손아래 누이(여동생) 모두 ‘누나’라 불렀다. 20세기 초까지 이어지다 적용 범위가 축소됐다. 손아랫사람에 대한 예법이 퇴색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동생과’ ‘아우’는 서로 다른 개념이었다. ‘동생(同生)’은 16세기에는 한자 뜻 그대로 ‘함께 태어난’이라는 뜻이었기에 ‘동생형’이라 하면 ‘한배에서 태어난 형’ 곧 ‘친형’을 가리켰다. 

‘등신’은 긍정적 의미를 잃고 ‘몹시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부정적 의미만 남은 말. ‘等(등)’이 ‘같다’를 뜻하므로 ‘等神(등신)’은 ‘신과 같음’을 뜻한다. 사람 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신상(神像)을 가리킨다. ‘등신’은 인간의 능력으로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는 ‘귀신’과 비슷한 뜻으로 쓰였지만 지금은 부정적 의미로만 쓰인다. 나무, 돌, 흙 등으로 만들어진, 실체 없는 사람의 형상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결과. 

현대국어 ‘썰매’는 18세기 문헌에 ‘셜마’로 나온다. ‘셜마’는 대체로 한자어‘雪馬(설마)’로 본다. 한자어‘雪馬(설마)’가 이르는 시기의 옛 문헌에서 두루 발견된다. ‘雪馬(설마)’는 ‘눈 위에서 타는 말’ 또는 ‘눈 위를 달리는 말’이라는 뜻인데, 눈 위에서 타는 ‘썰매’가 있다는 점, ‘썰매’가 ‘말’과 같이 빠르다는 점 등이 이러한 설을 뒷받침한다. 

국어학, 국어사를 연구하며 어휘와 어원에도 깊이 천착해온 학자가 쓴 신뢰도 높은 어원 교양서라는 점. 제목은 ‘사전’이지만 에세이에 가까운 필치로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다는 점. 우리말에 대한 지식을 넓히고 교양을 쌓기에 좋은 유익한 책이라는 점. 요컨대 재미와 유익과 신뢰성을 두루 갖춘 책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말에 대한 관심이 깊어질 것이며, 평소 쓰는 우리말에 대한 궁금증, 호기심이 커질 것이다._표정훈 위원, 평론가

6. [그림책/동화] 큰별 작은별│일곱/킨더랜드

한편의 서정적인 애니메이션 같은 그림책이다. 어느 깜깜한 밤, 조용한 마을에 별 하나가 떨어진다. 별이 떨어진 곳에서 눈을 뜬 마법사. 거기에 한 아이가 있다. 아이는 마법사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고, 둘은 함께 지낸다. 이들은 서로를 큰 별과 작은 별이라고 부른다. 큰 별 마법사는 아이에게 날개 생기는 법을 가르쳐 주고, 그 날개로 하늘을 나는 법을 알려준다. 그렇게 모든 것을 알려주고, 모든 순간을 함께 한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어김없이 이별의 시간이 온다. 작은 별은 넓은 세계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작은 별은 따뜻한 큰 별의 품을 떠나 자신이 살아온 세상 밖으로 떠난다. 그렇게 각자의 시간이 지난 어느 날, 큰 별은 다시 하늘의 별이 된다.

작가는 부모님, 특히 아버지를 생각하며 그림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흔히 생각하듯 큰 별이 작은 별을 발견해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는 것이 아니라 작은 별이 큰 별을 만나 자신의 집으로 큰 별을 데려가는 것으로, 아이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림책은 아이가 태어나, 자라고, 부모 품을 떠나는 그 시간, 모두의 인생에 대한 은유이다. 부모와 아이가 만나는 것은 이 그림책의 이야기처럼 전 우주적인 신비한 운명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그림책은 누군가의 아들 딸인 모두의 이야기이다. 그러면서도 부모와 자식 이야기를 넘어, 만나고 헤어짐에 대한 이야기, 소중한 순간을 남겨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도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일러스트가 환상적이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품어 이야기에 더 빠져들게 한다. 겨울밤, 이 그림책을 보다가 눈물을 왈칵 쏟을지 모른다. 모두의 가장 근본적인 감정을 건드리는 이야기이기에._최현미 위원, 문화일보 문화부장

7. [청소년] 멘토 셰익스피어│한기정/그린비

한 해가 시작되면 사람들은 현재를 살피며 미래를 꿈꾼다. 새로운 희망은 오늘을 견디는 힘이다. 내일을 준비하며 계획을 세우는 마음은 공부하는 학생이나 씨뿌리는 농부나 마찬가지다. 타인에 대한 믿음, 조금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기대가 우리를 설레게 한다. 

그러나 일상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과 복잡한 감정은 인생이 기쁨과 행복보다 슬픔과 고통으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이 과정에서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를 건네는 든든한 멘토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셰익스피어는 수많은 작품에서 인생이란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한다. 37편의 작품과 1,200여 명에 이르는 등장인물을 통해 셰익스피어는 거의 모든 인간의 문제와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보여준다. 복수와 정의 앞에서 망설이다 비극을 초래한 햄릿, 진실을 외면한 대가로 모든 것을 잃는 리어왕, 불안과 공포에 빠져 스스로 무너지는 맥베스, 의심 때문에 사랑하는 이를 죽게 하는 오셀로……. 인간은 모두 부족하고 어리석은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나' 자신을 정면으로 응시할 수 있다. 

겸손한 태도로 타인과 세상을 바라보면 사랑과 이별, 우정과 배신, 권력과 복수 등 수많은 인간의 희로애락을 받아들일 수 있다. 인간의 나약함을 긍정할 때,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스스로 위로할 때 비로소 진정한 성장이 가능하다. 그렇게 성숙한 인간은 타인과 관계 맺기에도 성공한다. 

셰익스피어가 창조한 인물들은 개성적이지만 그들의 욕망과 실수는 보편적이다. 여전히 셰익스피어가 읽히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 때문이다. 본질적인 인간의 모습은 시대가 변해도 달라지지 않는다. 

16세기 잉글랜드의 시인이며 극작가인 셰익스피어의 작품에는 인종주의와 제국주의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시대가 변했고 사람들의 생각과 태도도 달라졌기 때문에 비판적 시선으로 과거를 돌아보는 일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문학을 통해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고 자기 삶을 성찰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태도는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면서 만남과 이별이 반복된다. 그 많은 관계 속에서 우리는 어떤 자세로 세상을 살아갈까. 셰익스피어의 통찰력을 빌려 지금, 여기, 나의 고민을 시작해 보자. _류대성 위원, 『일기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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