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를 뽑는 3·8 전당대회를 두 달 앞둔 8일 당권 레이스 구도가 '나경원 변수'로 출렁이고 있다. 대통령실은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인 나경원 전 의원이 정부 기조와 다른 저출산 정책을 고집하는 것이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국가적 중대사인 인구 정책을 총괄하는 부위원장으로서 지극히 부적절한 언행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악수하는 안철수-나경원 =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오른쪽)이 5일 오후 서울 송파구민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송파을 신년인사회에서 나경원 전 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악수 나누는 김기현-나경원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이러한 일련의 언행은 수십조 원이 들어갈지도 모를 국가적 정책에 대해 정부의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공직자로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처사"라며 해촉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위원장인 대통령과 전혀 조율되지 않은 정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적절한 처사"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국무총리실이 국정 기조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발표를 강행한 것은 행정부의 일원임을 망각한 처사"라고 비난했고, "예산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마저도 극구 반대한 개인 의견을 발표해 국민께 심각한 혼란을 야기했다"고 말했다.

원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권성동 의원의 전격 불출마로 김기현 의원으로의 '친윤(친윤석열) 단일후보론'이 힘을 받는다는 관측이 나오는 와중에, 나 전 의원 출마 여부가 판을 흔들 최대 변수로 등장한 것이다.

여기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자격으로 나 전 의원이 내놓은 저출산 대책을 대통령실이 거듭 비판해 '나경원 출마'를 견제에 들어갔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김 의원은 친윤 실세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과 소위 '김장 연대'에 이어 당내 최대 친윤계 의원 모임인 '국민공감'과의 이른바 '김감(김기현·국민공감) 연대'를 내세우며 연일 세몰이에 나서고 있다.

주말인 7일 김 의원이 장남 결혼식을 조용히 치른 사실을 뒤늦게 전해 들은 윤 대통령이 김 의원에게 전화해 축하 인사를 건넨 사실이 알려지며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이 다시 거론됐다.

오는 9일 여의도 대산빌딩에서 열리는 김 의원 캠프 개소식에도 친윤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할 걸로 예상된다.

그러나 당 대표 출마에 딱 부러진 답을 내놓지 않던 나 전 의원이 지난 6일 언론 인터뷰에서 "마음을 굳혀 가고 있는 중"이라며 당권 도전을 시사하면서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역시 친윤계인 나 전 의원은 4선 의원에 원내대표를 역임하면서 높은 대중 인지도까지 겸비, 차기 당 대표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달린다.

그는 '당원투표 100%'로 치러지는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경쟁력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악수하는 안철수-나경원 =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오른쪽)이 5일 오후 서울 송파구민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송파을 신년인사회에서 나경원 전 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악수하는 안철수-나경원 =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오른쪽)이 5일 오후 서울 송파구민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송파을 신년인사회에서 나경원 전 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당권주자 안철수 의원에게도 나 전 의원 출마는 작지 않은 변수가 될 수 있다.

안 의원 강점인 인지도나 수도권 기반이 나 전 의원과 적지 않게 겹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당내 기반이 약한 안 의원으로서는 '당 대표 수도권 출마론'으로 사실상 공동 전선을 구축 중인 윤상현 의원과 연대로 돌파구를 찾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안 의원은 9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 출마를 공식화한다.

비윤(비윤석열)계 당권 후보이지만 출마 여부에 말을 아끼는 유승민 전 의원에게도 나 전 의원 출마는 '친윤 표심 분산'이라는 측면에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이다.

경북대 찾아 특강을 하는 유승민= 유승민 전 의원이 29일 오전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에서 '무능한 정치를 바꾸려면'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경북대 찾아 특강을 하는 유승민= 유승민 전 의원이 29일 오전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에서 '무능한 정치를 바꾸려면'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다만, 나 전 의원이 출마를 최종 결심하진 않았다는 점에서 이런 관측들은 아직 시나리오 수준이다.

나 전 의원으로서도 향후 정치적 미래를 고려할 때 '윤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이 지난 6일 나 전 의원이 내놓은 '대출 탕감' 저출산 대책에 대해 현 정부 정책과 무관하다고 일축한 일을 두고 나 전 의원의 당권 도전과 연결 짓는 정치적 해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 의중이 담긴 '견제구'가 아니냐는 것이다.

나 전 의원은 이틀만인 8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실 우려 표명을 이해한다면서 '윤심 경고' 해석을 진화하고 나섰다. 그러면서도 "저출산 위기가 그 어느 나라보다도 심각하고, 청년들의 주택 부담이 특히나 큰 우리의 경우 실무적 차원에서 검토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해외 사례라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고수했다.

이러자 대통령실은 이날 저녁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나 전 의원에 대해 "대통령과 전혀 조율되지 않은 정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적절한 처사"라고 거듭 비판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부위원장직 해촉을 검토해야한다는 의견도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상 비판 대상은 정책이지만, 나 전 의원의 당권 도전에 '윤심'이 부정적이라는 해석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김기현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 전 의원의 전대 출마 여부와 관련, "저출산 고령사회에 대한 대책은 매우 중요한 국가적 어젠다로 중요성과 시급성을 나 부위원장이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며 "나 부위원장이 책임 있는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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