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연근로제 핵심 ‘노동시간 연장’ 

유연근무제(Flex-time)이란 일상적 근무시간·근무일을 변경하거나 근로자와 사용자가 근로시간이나 근로 장소 등을 선택·조정해 일과 생활을 조화롭게 하고, 인력활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이다.

기업의 생산성과 성장잠재력을 제고하고 경영여건 변동에 탄력 대응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을 유연화하자는 목소리가 윤석열 정부 들어 목소리가 거세어지고 있다. 법제화된 주 52시간 근무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해 근로시간과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게 노동시장 유연화의 핵심이다.

유연근무제 제도 유형 설명
유연근무제 제도 유형 설명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일주일간 노동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넘을 수 없다. 그러나 사용자와 노동자가 합의하면 일주일에 12시간을 한도로 연장노동을 할 수 있다. 특히 여권은 ‘추가근로제 연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추가 근로제’는 주52시간제가 도입될 당시 30인 미만 영세 사업장의 부담을 고려해 한시적 예외를 둔 것인데, 문제는 기한이 2022년 12월 31일로 일몰(日沒) 되었기 때문이다. 

앞서 고용노동부 의뢰로 노동시장 개편안을 준비해 온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초과근무 관리 단위를 현행 ‘주 단위’에서 ‘월기·분기·반기·년기’ 단위로 확대한다는 내용을 지난 해 12월 12일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개편안이 실행되면, 현행 1주당 최대 52시간만 적용 가능했던 연장근로시간이 최대 69시간까지 늘어난다.

이를 세부적으로 보면, 일주일에 하루 이상 보장되는 법정 휴식을 제외하고 6일을 일할 경우,  ‘6×13=78시간’이 된다. 그리고 6일 근로일 중에는 법적으로 연속 11시간의 휴식 시간이 부여되기에, 24시간–11시간 하면, 근로시간은 13시간이 산출된다. 그런데, 이 13시간 근로 중에는 현행 근로기준법상 4시간 일하면 30분의 휴게 시간이 주어지기에, 1일 근로 시간은 11.5시간이다. 그래서 11.5시간X6일을 근로로 했을 때 최종 69시간이 도출된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장 정책의 기조는 “현행 근로시간 제도는 기술혁신과 디지털 혁명 등에 더 이상 부합하지 않는다. 법정 근로시간 준수라는 획일적 정책은 한계가 분명해 근본에서 재검토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에 초점 맞추고 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노동계의 의견 수렴은 제대로 조율되지 않았다. 구성원 12명이 모두 대학교수로 구성된 데다, 노동계 간담회도 진척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연구회가 이 날 내놓은 권고문이 정부안으로 대폭 수용될 예정이라 윤석열 정부가 3대 개혁과제 중 하나로 내세운 ‘노동개혁’의 큰 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동시장 정책에 있어 이러한 한국의 역행적 추세와는 달리 전 세계는 이미 주 4일제로 접근하고 있어 그 효율성과 삶의 질이 균형감을 이루는 측면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 기후위기의 ‘새로운 해법’ 

최근에는 주4일제가 기후 위기의 새로운 해법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최근 영국에서는 코로나 이후 기업들이 사무실 업무 복귀 전략을 고심하는 가운데 주 4일 32시간 근무가 탄소 배출량을 20%이상 줄임으로써 기후 환경 보호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사진: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후위기의 특수성은 전통적 법 논리에서 다루는 인과관계와는 달라 과거 법리를 고수할 사안이 아니며 다른 나라의 대응과 비교해보는 접근법도 필요하다"면서 "기후위기는 결국 모든 세대에 영향을 미치고, 어느 순간 갑자기 재앙처럼 찾아온다는 점을 법리적으로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기후변화가 전 지구적 현상이고, 우르헨다 소송을 비롯해 정부의 책임을 인정한 외국 사례가 여럿 축적된 만큼 한국 헌재도 이런 배경을 염두에 두고 사건을 심리할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기후행동의 헌법소원을 맡은 윤세종 변호사는 "2020년 헌법소원 제기 이후 탄소중립기본법이 제정되고 NDC가 상향되는 등 입법과 행정이 나름대로 다음 단계의 해법을 내놓은 셈"이라며 "그러나 새로운 목표들도 기본권 보호에는 현저히 부족한 게 사실이고, 이런 정치적 실패가 반복되고 있으니 사법부가 국민 기본권 범위의 마지노선을 판단해주는 게 삼권분립 구도에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감수성이 높아지는 추세인 만큼 기후 소송은 일반적인 재판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진화할 가능성도 있다. 기후변화 대응 비영리법인 기후솔루션에서 활동하는 하지현 변호사는 "꼭 법정 소송이 아니더라도 특정 기업의 친환경 광고가 과장광고로 보인다면 이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시민들이나 단체, 법률가들이 국내 현실에 맞는 다양한 법·제도적 접근법을 개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후위기의 특수성은 전통적 법 논리에서 다루는 인과관계와는 달라 과거 법리를 고수할 사안이 아니며 다른 나라의 대응과 비교해보는 접근법도 필요하다"면서 "기후위기는 결국 모든 세대에 영향을 미치고, 어느 순간 갑자기 재앙처럼 찾아온다는 점을 법리적으로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기후변화가 전 지구적 현상이고, 우르헨다 소송을 비롯해 정부의 책임을 인정한 외국 사례가 여럿 축적된 만큼 한국 헌재도 이런 배경을 염두에 두고 사건을 심리할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기후행동의 헌법소원을 맡은 윤세종 변호사는 "2020년 헌법소원 제기 이후 탄소중립기본법이 제정되고 NDC가 상향되는 등 입법과 행정이 나름대로 다음 단계의 해법을 내놓은 셈"이라며 "그러나 새로운 목표들도 기본권 보호에는 현저히 부족한 게 사실이고, 이런 정치적 실패가 반복되고 있으니 사법부가 국민 기본권 범위의 마지노선을 판단해주는 게 삼권분립 구도에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감수성이 높아지는 추세인 만큼 기후 소송은 일반적인 재판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진화할 가능성도 있다. 기후변화 대응 비영리법인 기후솔루션에서 활동하는 하지현 변호사는 "꼭 법정 소송이 아니더라도 특정 기업의 친환경 광고가 과장광고로 보인다면 이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시민들이나 단체, 법률가들이 국내 현실에 맞는 다양한 법·제도적 접근법을 개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국 환경단체 ‘플랫폼 런던(Platform London)’은 2021년 5월 30일 발표한 ‘노동시간 단축의 환경 혜택’ 보고서에서 “영국이 주4일 근무제로 전환하면 202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연간 1억2,700만 톤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영국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21.3%에 해당하고, 스위스의 한해 온실가스 배출량과 맞먹는 양이다. 또한 개인승용차 2,700만대가 도로에서 사라지는 것과 같은 정도의 효과라고 보고서는 추정했다.

우선 주4일제는 여성 친화적이다. 이에 노동시간이 짧은 사회일수록 여성 노동참여율도 높을 수밖에 없다. 장시간 노동이 여성배제형인 근본적 이유는 한국 사회처럼 여성 태반이 육아를 전적으로 돌보는 곳에선 장시간 노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노동시간이 길면 임금노동 참여율이 높은 남성들의 육아참여를 적극 권장하기 매우 어렵게 된다. 

또 주4일제를 도입하는 기업들로선 직원들의 만족도 상승으로 인재 이탈을 막을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통계청의 ‘2019년 생활시간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의 평일 출퇴근 소요 시간은 평균 1시간 31분이었다. 주4일제 시행 시 매주 1시간 반을 아낄 수 있다. 

이웃나라 일본의 다음 사례는 한국에 적용하면 매우 시사적이다. 한국에서는 지방 근무를 꺼려하는 경향이 농후하여 주4일제 조기 정착은 ‘지방균형발전’에도 일조할 것이라는 점이다. 일본 정부는 주4일제가 도입될 경우 도시에서 지방으로 근무하러 가는 사람도 생겨날 것으로 보고 이들에게 교통비나 체제비 등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밀화 된 도시 인구를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효과도 노린다는 취지다. 

사진: 전경련 김용춘 고용정책팀장은 "코로나19 이후 유연근무제 도입이 늘어나면서 생산성 향상과 워라밸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활용이 어려운 근로자들이 많다"며 "유연근로제 도입 절차 완화, 단위기간 확대, 독일식 근로시간 계좌제 도입 등 관련 법 제도를 정비해 유연근로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 전경련 김용춘 고용정책팀장은 "코로나19 이후 유연근무제 도입이 늘어나면서 생산성 향상과 워라밸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활용이 어려운 근로자들이 많다"며 "유연근로제 도입 절차 완화, 단위기간 확대, 독일식 근로시간 계좌제 도입 등 관련 법 제도를 정비해 유연근로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대적 대전환기를 맞은 21세기는 분명 ‘일과 삶의 균형’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직원들은 보육, 간병 등에서 분명 어려움을 급감시킬 수 있다. 결과적으로 퇴사는 줄어들 것이고, 휴일이 늘어남에 따라 관광 산업 활성화에도 비약적 도움이 될 것이다.

● ‘노사 간 합의’ 반드시 우선돼야 

4일제 시행을 위해서는 노사 간 합의가 반드시 우선돼야 한다. 노동자들은 급여 수준을, 경영진은 생산성을 유지시키고 싶기 때문이다. 노동시장 단축이 삶의 질 개선에 많은 영향을 미치지만 임금 보전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만 할 경우 임금이 하락하는 노동자가 많아질 수 있다.  

근본적으로는 임금구조도 개편해야 한다. 기본급이 적고 추가  동시 수당을 주는 구조는 장시간 노동을 유도한다. 수당 비중이 큰 임금구조를 바꿔야 한다.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저임금·중소기업은 주4일제 전환을 지원하려는 노력을 세제 지원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할 것을 권고한다. ‘교육·의료·주거’ 등 사회복지 보장제도 확충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조기 안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다운 삶과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주4일제는 언제가 해야 할 일이다. 4차 산업혁명에 맞춰 가급적 빨리 도입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기 위해선 먼저 공론화의 장을 폭넓게 구축해야 한다. ‘국민의 힘’이나 재계는 ‘시기상조’며 선을 긋고 있지만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휴식권 보장과 일자리 나눔은 전 세계적 추세라는 점에서 주4일제 여론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유연근무제 활용 현황
유연근무제 활용 현황

결론적으로 노동시간이 줄면 일터에서 에너지 사용량이 줄고, 집과 직장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배출하는 탄소가 줄며, 휴식‧운동‧지역사회 활동‧가족과의 시간을 포함한 ‘저탄소 활동’이 늘어 전반적인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앞서 자세히 살펴본바 주4일제 확대 흐름은 일자리 나누기, 더 나은 삶의 질, 기후위기 대응, 사회적 돌봄 확대와 가사노동 사회화 등의 요구와 맞닿아 있다. 워라밸((WORK&LIFE BALANCE) 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노동운동, 기후운동, 여성운동’의 삼각연대가 필요하다.

1948년 제정한 세계인권선언에는 일할 권리(23조)와 쉴 권리(24조)를 명시하고 있다. 합리적노동시간과 여가시간, 휴식을 보장하라는 내용이다. 이제는 일이 삶을 압도한 사회를 벗어나, 일과 삶의 조화가 가능한 사회를 모색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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