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 21일 소울아트스페이스 개인전
결핍의 수묵이 주는 단순 명료함의 세계

[서울=뉴스프리존] 편완식 미술전문기자=“여백은 우선 시각적으로 비어 있음이고 구름이나 안개이고, 두 공간을 이어주기도 떼어놓기도 하는 매개이다. 숨기기도 하고 드러내기도 한다. 이 빈 곳은 가득 찬 화면이 줄 수 없는 독특한 공간감과 여유, 읽기나 보기의 자유로운 가능성을 주고 있다. 그것은 마치 그릇이 비어있는 공간이 있기에 그릇의 역할을 할 수 있듯이 수묵화의 화면은 비어있기에 무언가를 담을 수 있게 되어 있다. 비어있기에 그림일 수 있는 것이다. 마치 그릇처럼”

글쓰기와 회화작업을 병행하며 1985년부터 꾸준히 전시와 출간을 이어가는 있는 강선학 작가의 ‘물과 산, 그 사이에서’전이 2월 2일부터 21일까지 소울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전시에서는 대작을 중심으로 한 수묵화 신작 17점을 선보인다.

흑과 백의 풍경 속에 멈춰선 한 사람. 표정을 알 수 없는 뒷모습이지만 대상을 향한 고정된 시선이 느껴진다. 적막한 자연 속에 고독해 보이는 한 사람은 작가의 초상이나 쓸쓸한 심사의 일단을 보는 듯하다. 하지만 작가는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을 견딜 수 있는 한 사람을 그려낸 것이지, 외로움을 그리고자 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어쨌건 우리는 그림 속의 한 명을 통해 고독을 소환하게 된다.

“수묵화는 언제나 결핍을 전제한다. 수많은 색으로 뒤덮인 세상에서 먹은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료 속성 자체가 현실을 구축하기 어렵고, 그 비구축성으로 결핍을 드러내려는 세계가 수묵이다. 단순하고 명료한 화면을 원할 때 컬러를 흑백으로 전환하듯 수묵은 애초부터 많은 것을 비우고 내려놓은 상태여야 한다. 심지어 구름이나 안개와 같은 하얀 대상의 표현은 붓질이 침범할 수도 없기에 종이 자체의 색에 의존한다. 그저 검은 먹으로 채우고 남겨둔 백색의 공간은 흔히들 언급하는 ‘여백의 미’로써 드러나는 것이다.”

그는 오로지 먹빛에 의탁하여 수직이나 수평으로 길게 놓인 화선지 위에 그려진 풍경과 인물, 그리고 붉은 낙관이 찍힌 각 작품을 두고 산수운(山水韻)이라 했다. 산과 물의 운율 속에서 작가는 심상 풍경을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혼자 있는 남자, 그것은 한 인간이 ‘아무에게도, 하느님에게 조차도 의지할 수 없는 ’자신의 존재론적 조건에 대한 의식이다. 고독은 이런 실존적 조건의 의식이자 형상화다. 세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것이 아니라 내가 사는 그것’이라고 한다. 존재론적으로 개별자일 수 밖에 없는 그 아픔을 사유하기보다 망각하는 시대에 그것을 호명해 보는 것이다”

강선학 작가는 꾸준한 수묵작품 활동과 강의, 평론, 출판과 함께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 시대의 수묵화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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