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미술의 아름다운 창작의 '동행'

8일~14일 인사동 토포하우스서 열려

[서울=뉴스프리존] 편완식 미술전문기자=‘내가 건축이라는 것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은 내 그림이라는 운하를 통해서이다. 내 건축에 있어 어떤 장점을 발견한다면 그것은 매일 그림을 그리는 나의 비밀스런 노력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20세기 새로운 건축의 장을 연 르코르뷔지에의 말이다. 건축가 김동주도 늘상 스케츠북을 들고 다닌다. 만나는 이들도 화가나 조각가들이 많다. 지정연 작가도 그 중의 한사람이다. 8일부터 14일까지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열리는 지정연 작가의 개인전은 아예 기획까지 맡았다.

“건축가나 작가는 모두가 공간을 다룬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건축가의 입장에서 보면 캔버스라는 작은 평면위에 무한 공간을 펼쳐내는 작가들의 모습은 늘상 신선한 자극제가 된다. 동향의 인연으로 만나 작품들과 작품활동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게 된 것이 이번 기획의 단초가 됐다. 미술작가들의 작품에서 늘상 영감을 받는 건축가로서 빚을 갚는 다는 심정의 발로이기도 하다.”

그는 청와대 관저와 한국 전통 공예촌을 설계하는 등 한옥의 미학에 심취해 있는 건축가다. 한지를 이용한 지정연 작가의 작품이나 작품활동은 어딘지 모르게 건축가인 그에게 묘한 동질감을 선사하였다.

김동주 건축가  지정연 작가
김동주 건축가 지정연 작가

“한옥의 설계와 구성은 나무 못 하나, 나이테 속에 숨은 옹이 하나까지 어느 것 하나 흐트러짐이 용납되지 않는 것인데, 지정연 작가의 한지를 이용한 작품에서도 말아서 자른 작은 한지 기둥들이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제 위치를 찾아 자리를 잡을 때, 있는 듯 없는 듯 전체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 한옥의 설계와 비슷한 공감을 가져다 주었다. 그러면서도 한지와 같은 전통 이미지에 머물지 않고 비구상을 통하여 현대적 관념이나 사조를 배척하지 않는 점이 무척 새로웠다. 건축가인 나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그는 지정연 작가의 노동에 가까운 지독한 작업정신을 높게 평가한다. 한지를 말거나 꼬아서 캔버스에 촘촘하게 붙여 화폭의 바탕을 만드는 것부터가 그렇다. 아주 작은 원통 모양들을 빼곡이 채워 나가는 노동이다. 그렇게 함으로서 단순한 매체가 아니라 작가와 팽팽히 맞서는 대상이 된다. 이런 지난한 작업이 한지라는 매체에 생명력을 부여하고 있다.

의도적으로 형태를 만들거나 색을 칠하기보다 수공과 손의 스침으로 이뤄지는 색 작업은 매체와의 끝없는 씨름이다. 이같은 노력은 ‘그 너머’의 스펙터클 속으로 이끈다. 미묘한 색감은 빛의 순수를 지향하는 듯하다. 우리를 각자의 우주 속으로 안내하고 있는 것이다. 근원으로 향하는 영원한 노스텔지어라 하겠다. 원통의 끝부분을 태우거나 색을 여러 각도에서 입히는 작업은 화폭에 확률적 우연성을 부여해 양자물리학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는 그리움을 심는다고 말한다. 한지는 그에게 그리움이다. 붓이 아닌 손끝으로 빚어 수많은 점으로 가득 메우는 작업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는 수행 같은 것이다. 점들을 세워가는 시간들은 고된 육체적 고통을 수반하지만 다른 세계를 넘나드는 에너지를 선사한다. 내면의 빈 곳을 빼곡히 충만함으로 채워준다. 지금도 그는 빈 마음에 따듯한 그리움을 채워가고 있다.

평론가 김웅기는 지정연 작가의 작품을 한마디로 ‘그리움을 위한 수행 (Performance for Nostalgia)’이라 정의했다. 지정연은 어린 시절의 기억과 삶의 경험을 그리움으로 채우기 위해 시치프스적인 불굴의 노동을 예술의 이름으로 수행하고 있다. 그리워하기 위한 그리움이 그녀의 작품 속에 노동의 이름으로 꽉 차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전시는 건축과 미술의 아름다운 '동행'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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