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심각성은 지구온난화공포로 →북극해빙 축소→동토변화→순록 떼죽음

● 극심한 한파! ‘지구 온난화가 촉발’

이번 겨울 한반도가 너무 차가워졌다.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이 많아진 것이다. 삼한사온(三寒四溫)의 전형적 한반도 겨울 기상에서 벗어나 매서운 추위가 지속되자, 주범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빚어졌다는 주장이 강력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빙하가 녹으면서 해류의 흐름을 바꿔 놓은 것이 기상이변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번 겨울 한파는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닌 특히 북반구 중위도에 위치한 미국이나 중국과 러시아, 유럽, 미국 등의 국가들은 ‘극심한 한파’라는 불청객을 맞은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에 따른 2150년 남·북극 빙상 변화=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남·북극 얼음이 녹아내려 2150년 해수면이 1.4m 이상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심각한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에 따른 2150년 남·북극 빙상 변화= 이유중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남·북극 얼음이 녹아내려 2150년 해수면이 1.4m 이상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구 온난화’라 하면 일반적으로 기온이 상승하는 것으로만 인식하기 쉽다. 기후변화 연구 전문가들은 “최근 폭설과 한파는 온난화로 지구가 수년간 열이 급속도로 많이 났기 때문에 지구 스스로 열을 식히려 노력하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라는 것이다. 열에 대한 반대급부 냉(冷)의 골이 깊어진 현상의 가시화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최근 몇 년간 북반구의 겨울엔 심한 추위가 속개되었다. 2018년 미국에선 순식간에 기온이 떨어지는 ‘폭탄 사이클론(cyclone)’이 발생하여 시속 100km가 넘는 강풍에 체감기온은 영하 69.4℃까지 떨어지는 등 폭설과 한파가 뒤섞인 혼돈의 진풍경을 자아내었다. 러시아는 2017년 영하 41℃로 120년 만의 최악의 겨울을 맞았다.

영화 투모로우 갈무리
영화 투모로우 갈무리

2004년에 개봉한 영화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는 지구온난화로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고 바닷물이 차가워지면서 해류의 흐름이 변하고 전체가 빙하로 뒤덮인다는 재난 소재로 주목을 끌었다. 이 영화는 북대서양의 열에너지의 평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해류 시스템이 교란되어 엄청난 규모의 한파가 미국의 동부 해안을 덮침으로써 생기는 대재앙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당시 이 영화는 ‘상상력’을 한껏 발휘한 스토리 정도로 치부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섬뜩한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냉기류에 지구촌은 좌불안석이다.

● “해류의 교란…강추위 범인” 

지구의 바다는 끊임없이 흐르면서 극지와 적도 사이를 오가고 이 대륙 저 대륙을 휘돌아 흐르며 태평양과 대서양 사이를 왕래한다. 적도 부근의 따뜻한 물은 해류를 통해 북반부로 이동하고 또다시 적도로 내려오는데, 이를 통해 북반구는 더 차가워지지 않게, 적도는 더 뜨거워지지 않게 상호 작용해왔다. 

정상적 해류 순환은 바닷물 속 염분의 밀도 차이를 통해 가능했다. 그러나 온난화로 염도가 낮은 물이 바닷속으로 유입되면 빙하의 해빙(解氷)을 가파르게 한다. 빙하가 녹으면 해류 순환에도 영향을 미친다. 빙하는 염분이 없는 담수로 이뤄져 녹은 얼음물이 바닷물과 섞일수록 결국 해류의 순환을 느리게 한다. 실제로 지구온난화 영향 때문에 20세기 중반 이후 대서양 해류순환 속도가 15% 정도 느려졌다. 

해양대순환이 정상일 때는 적도의 열을 품은 멕시코만류가 북대서양에서 북극을 향해 올라오면서 유럽 기온을 온화한 수준으로 유지한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북극 얼음이 녹아 극지방의 바닷물의 염분 농도가 묽어지면, 지구의 열을 골고루 분산하는 해류 시스템이 느려지거나 중단되게 된다. 

사진: 미래 기후변화에 따른 열대수렴대(ITCZ) 변화
사진: 미래 기후변화에 따른 열대수렴대(ITCZ) 변화

1957∼2004년의 약 50년간 해저로 환류하는 적도의 열을 품은 멕시코 만류가 30%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빙하가 녹으면서 바닷물의 염도가 낮아지고, 이 때문에 차가워진 바닷물이 해저로 내려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멕시코 만류 유입이 현저히 줄어들어 유럽에 빙하기가 올 수 있다는 예측의 현실화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온난화 부채질…북극과 남극 해빙(解氷)” 

1994년에서 2017년 사이 세계의 얼음 중 약 28조톤(t)이 사라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중 50%는 그린란드와 남극에서 발생한 손실이었다. 기후 온난화로 북극과 남극뿐 아니라 전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얼음이 빠르게 녹고 있으며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이다.

2021년 1월 25일, ‘토마스 슬레이터’ 영국 리즈대 극지 관측 및 모델링 센터(CPOM) 연구팀은 1994년부터 2017년까지 전 세계에서 28조t의 얼음이 사라졌고, 소멸 속도 또한 빨라지고 있다고 국제학술지에 공개했다. 1990년대에는 매년 약 8000억t의 얼음이 녹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2000년대 들어서 1조2000억t이, 2010년대에 이르러서는 13000억t에 이르는 얼음이 매년 소실된 것으로 통계는 입증한다.

사진속의 그린란드 남서부 빙산에서 얼음이 녹아 물방울로 떨어지는 장면 = 추웠던 북극에서는 올해도 눈만 내리던 곳에 처음으로 비가 내리고, 댐을 만드는 비버가 늘어나는 등 여전히 우려할만한 기후변화 현상이 이어진 것으로 평가됐다.
사진속의 그린란드 남서부 빙산에서 얼음이 녹아 물방울로 떨어지는 장면 = 추웠던 북극에서는 올해도 눈만 내리던 곳에 처음으로 비가 내리고, 댐을 만드는 비버가 늘어나는 등 여전히 우려할만한 기후변화 현상이 이어진 것으로 평가됐다.

1980년대부터 북극에서는 평균 온도가 상승하면서 여름에 녹아내리는 얼음의 면적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다 1990년대부터는 여름에 녹았다가 겨울이 되어도 온도가 충분히 내려가지 않아 얼음이 생성되지 않는 면적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현재 북극은 지구 평균보다 두 배 빠른 속도로 기온이 상승하고 있다. 왜 그럴까? 북극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기온 상승을 가속하기 때문이다. 

북극 얼음은 하얀색 계통이라 태양 빛을 잘 반사하지만, 기온이 높아져 얼음이 감소하면 태양 빛을 훨씬 더 많이 흡수한다. 그렇게 되면 겨울이 되어도 다시 얼어붙는 면적이 점점 줄어들고, 형성되는 얼음층의 두께도 계속 얇아진다. 면적이 줄고 두께가 얇아진 얼음은 봄이 되어 기온이 상승할 때는 더 빠른 속도로 녹아내린다. 

햇빛을 반사하던 눈과 빙하가 녹아 없어지면 바다가 열기를 그대로 흡수하고, 데워진 바닷물 때문에 더 많은 빙하가 녹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빙하가 녹으면서 발생한 에너지와 수증기는 기온 상승을 한층 가속화 시킨다. 수분을 잔뜩 머금은 찬 공기가 남하하면서 폭설과 폭풍도 더 많이 만들어낸다.

● ‘섬나라 침수위기…동토층 전염병 우려’ 

북극의 해빙(海氷)은 태양에서 방출되는 복사 에너지를 반사해서 북극 온도를 낮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 해빙이 줄어들면 지구 내 다른 어느 지역보다 북극이 더 빠르게 온도가 상승해서 그 결과 해수면이 상승한다.

산진속의 기후변화로 개체 수 줄고 있는 알래스카의 카리부 순록의 모습
산진속의 기후변화로 개체 수 줄고 있는 알래스카의 카리부 순록의 모습

지구의 얼음이 녹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우선 해수면 상승 문제에 직면한다. 땅 위의 빙하가 녹으면 바다로 물이 유입되는 데다, 물이 따뜻해지면서 부피가 팽창하기 때문이다. 북극의 육지인 ‘그린란드’의 얼음이 모두 녹으면 지구 평균 해수면이 7m 정도 높아지면서 주요 해안 도시들이 물에 잠길 것이다. 

해수면이 1m만 상승해도 뉴욕, 런던, 베니스, 시드니, 상하이, 도쿄 등 주요 도시들이 침수 위기를 맞게 된다. 이미 투발루(Tuvalu), 몰디브(Maldives), 키리바시(Kiribati) 등과 같은 섬나라들은 수몰 위기에 처해있다. 

산업화 이전 대비 1.09도 상승한 2021년, 전 세계는 폭염, 가뭄, 초대형 산불, 슈퍼 폭풍, 홍수 등 감당하기 힘든 극단적 기상이변을 경험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재난은 전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전염병 바이러스가 보복할 차례라는 것이다.

프랑스의 생물학자 장 미셸 클라베리(Jean Michel Claverie) 교수는 “영구동토층(永久凍土, permafrost)은 춥고, 산소가 없으며 어두워서 미생물과 바이러스가 아주 잘 보존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이제 영구동토의 해빙은 대기에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를 방출해 지구 온난화를 가속시키면서, 해빙은 빙하 속 태고부터 잠복해있던 각종 바이러스의 기승이 우려된다. 

20세기 초반에 시베리아에서 100만 마리 이상의 순록이 탄저병으로 죽었다. 그렇게 많은 사체를 깊게 파묻는 것이 어려웠기에 대부분은 표면 가까이에 묻어버렸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러 북극이 해빙되면서 일부 시체가 해동되어 인근 토양과 시냇물을 오염시킨 것이다.

2016년 여름, 시베리아 ‘야말(Yamal) 반도’에서 20여 명의 유목민과 순록 무리가 알 수 없는 전염병에 감염되었다. 이 질병은 12세 소년과 2500마리의 순록이 죽고 나서야 ‘탄저병’으로 확인되었다. 그 기원은 놀랍게도 75년 전에 탄저병으로 죽은 순록의 사체였다. 영구동토층에 얼어붙은 채 보존되었던 순록 사체가 해동되면서 탄저균이 되살아난 것이다.

더욱이 녹아내린 빙하는 지각 구조의 변화를 일으켜 지진이나 화산폭발 가능성도 높인다는 연구 결과는 예사롭지 않다. 99℃에서 1℃를 더하면 비등점(沸騰點, boiling point)인 것처럼, 지구 온난화가 돌이킬 수 없는 전대미문 일대 전환점의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도달 시간이 매우 임박한 것은 너무나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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