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경제 및 안보환경 ‘전반적 위기감’

“푸틴 대통령이 구렁이처럼 입을 벌리고 토끼라 여기는 우크라이나를 먹으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토끼가 아니며 삼킬 수 없다는 사실도 명확히 드러날 것”이라며 전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전쟁 1주년 기자회견 중인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전쟁 1주년 기자회견 중인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지난 2월 24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만 1년이 된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러시아 침공 1주년을 며칠 앞둔 지난 20일, 우크라이나를 비밀리에 첫 전격 방문하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및 서방 동맹국보다 더 오래 버틸 수 있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생각은 완전히 오판이었다”며, 이번 방문이 미국 주도의 “우크라이나의 민주주의, 주권, 영토 온전성에 대한 변함없는 약속”을 재확인하기 위한 목적임을 명료하게 밝히고 있다. 

지난해 2월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경제 및 안보 환경 전반에 위기감을 불러왔다. 이번 전쟁으로 △미국 주도의 대서양 동맹 강화 △러시아와 미국·유럽과의 관계 악화 △유럽 역내 안보 위기와 군비 증강 △유럽의 대러 에너지 의존도 축소에 따른 에너지 국제관계의 변화 △식량 위기와 인플레 심화, 공급방재편 등 다양한 범 글로벌적 딜레마들을 촉발시켰다.

2년여 코로나 팬데믹의 악영향을 받은 세계경제를 회복하려는 노력이 시작되는 상황에서 벌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은 지구적 경기 회복에 커다란 근원적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외교 정치적인 측면에서, 러시아는 전쟁을 통해 돈바스 지역을 장악하고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 가입을 저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탈소비에트 러시아어권 국가들의 신뢰를 상실하는 한편, 중립국이었던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 계기를 제공하는 등 엄청난 정치적 손실을 자초했다. 

특히 공산주의와 계획경제에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의 체제 전환에 성공하고 유럽연합(EU)과 NATO 회원국이 된 헝가리를 제외한 동유럽 국가들이 반러 전선 연대를 형성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하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 경제적 다극화 ‘대립 양상’ 

전쟁의 원인과 경과, 해법을 두고 다양한 입장들이 교차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앞으로의 국제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먼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두 나라의 전쟁이라기보다 미국과 서방 세계가 우크라이나를 앞세워 러시아와 벌이고 있는 ‘대리전’ 성향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침공 1년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전격 방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했다.
사진: 지난 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 1년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전격 방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했다.

일각에선 서방 세계의 ‘미국 주도의 일극(一極) 체제가 흔들리면서 러시아·중국 등 여러 나라가 참여하는 ‘다극 체제’로 바뀌어나갈 것으로 본다. 자유주의·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미국과 서방 국가들과 중국과 러시아 등 권위주의·전체주의 국가들이 두 진영으로 나뉘어 경쟁하는 체제가 자리 잡을 것이란 예측이다. 이른바 신냉전이다.

글로벌 경제적 관점에서 서방세계는 1990년대 초 동구권 붕괴에 따른 세계경제에 편입된 러시아와 그동안 축적해온 상호연결성을 한순간에 단절하기는 어렵겠지만 이제는 약속이라도 한 듯, 속전속결 러시아를 축출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은 해외자산 압류, 러시아 금융기관 SWIFT(국제은행 간 통신협정) 퇴출, 대러 전략물자 수출 금지, 에너지 수입제한, 글로벌 기업의 러시아 시장 철수, 인적교류 제한 및 러시아 문화 지우기 등 강도 높은 제재를 통해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을 무력화하는 조치를 단행하였다. 

이는 우크라니아 전쟁 전의 기존 공급망과 전쟁 후의 공급망의 급속한 재편과 밀접한 상관성이 있음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탈냉전 시기 경제활동의 범위는 전지구적으로 확대되었다. 교통과 통신비용이 감소하면서 더 많은 국가가 글로벌 공급망 가치사슬에 편입하였다. 

선진국의 자본과 기술, 개도국의 자원과 노동을 결합하여 생산 거점과 소비시장을 이어주는 글로벌 공급망은 정치와 이데올로기에 의해 제한되지 않은 채 최적화되고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다. 유독 유럽은 러시아와 에너지 및 공산품을 교환하는 최적화된 무역구조를 통해 이익을 누렸다. 

이 때문에 당초 러시아는 에너지, 식량, 광물자원 부국인 자국을 배제하면 특히 유럽의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였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빨리 끝내면 국제사회로의 복귀가 비교적 빠르게 가능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진영 간 대립 구도가 형성되고 러시아를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하면서 국제사회의 어려움은 가중되었다. 

전쟁의 상흔이 깊어지면서 러시아가 글로벌 공급망과 가치사슬로 다시 편입되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지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서구는 이번 기회에 러시아의 공세적 대외정책을 꺾기 위해 공급망 교란으로 발생하는 추가적인 비용을 기꺼이 부담하고자 한다. 

이와 연관 장기적인 관점에서, 러시아의 혹독한 금융제재로 인해 달러 주도의 일극 통화체제가 도전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는 이미 2014년 서방의 제재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거래 및 자산·부채 보유에서 탈달러화를 추진하고, 러시아 중앙은행 주도의 새로운 금융결제망(SPFS)을 도입한 바 있다. 이어 러시아는 SPFS를 중국의 금융결제망인 CIPS에 연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2019년부터 인도, 이란,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회원국의 금융결제망 통합을 추진 중이다. 특히, 러-중, 러-EAEU 경제협력에서 탈(脫)달러화 추세가 계속될 것이다. 

● ‘자유주의 연대와 권위주의 체제’ 대립심화 

최근 국제질서 내에서 자리를 잡아가던 자유주의 세력과 비자유주의 세력 간의 갈등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더욱 깊어지면서 특히 중동 주요국은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대립 구도의 압박 하에서 전략적 고민을 더욱 가속할 것이다. 

사진: 전쟁 1년의 젤렌스키 대통령의 화상 연설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 우크라이나 난민
사진: 전쟁 1년의 젤렌스키 대통령의 화상 연설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 우크라이나 난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주의 연대와 러시아와 중국이 주도하는 반미 연대의 대립 구도가 심화하면서 대부분 권위주의 체제인 중동 주요 국가는 한층 첨예해진 탐색전에 돌입할 것이다. 이에 더해 비자유주의 연대 그룹은 경제적 실용주의를 내세워 UAE, 이란, 터키 등의 권위주의 국가는 러시아, 중국과 우호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이번 전쟁을 통해 러시아가 국제사회에 던지는 결정적 메시지는 ‘자원과 식량 수출 대국’ 러시아를 제재하고 고립시킨다면 냉전 이후 형성된 비(非)배타적 자유주의 질서가 유지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우선 대서양과 유라시아 지역 질서 형성에 있어서는 러시아와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는 코로나19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채 우크라이나 사태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러시아 실물 경제 위축, 수출 통제로 인한 국가별·지역별 교역구조 변동, 세계 무역 위축 가능성 등 글로벌 통상 환경의 구조적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주요 수입 원자재 비축을 확보하고 범용 수입품 공급망을 체계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경제적 충격은 산업·기업별로 상이하므로 피해 규모를 고려한 선별적·맞춤형 지원책 마련도 시급하다. 

제재 상시화 상황에 대한 근본적 타개책으로 러시아는 EAEU(유라시아경제연합)를 중심으로 중앙아시아 국가와의 역내 경제협력을 긴밀히 하는 한편, 경제 협력국을 대상으로 달러화 대신 루블 및 위안화 표기 무역을 확대할 것이 확실시되기에 지역 통화 블록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유연성이 한층 필요해졌다. 우리나라로써는 새로운 기회를 과감하게 구상할 수 있는 전략적 담대함이라는 경제적 빌드업 구축 과제에 중지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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