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의 메시지버스] 국회에 진출하려는 검사들, 정치는 검사들이 하기엔 너무나 중요한 일

윤석열 대통령, 무능인가 공범인가

“검사 50명 공천 대기”

현재의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당사를 중심으로 여의도 정치권을 떠돌고 있는 위와 같은 풍문을 처음 전해 듣고서 나는 “설마~”를 입속으로 조용히 되뇌며 고개를 가로저을 수 밖에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 편애가 아무리 심각하기로서니 전·현직 검사 50명을 보수진영의 텃밭으로 분류돼온 지역구들에 낙하산 공천으로 무지막지하게 비민주적으로 내리꽂는 행동은 불가능한 일로 생각된 탓이다.

필자의 판단은 대통령 윤석열을 띄엄띄엄 파악한 오판임이 금세 드러났다. 윤 대통령이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을 강행하려던 검사 출신 정순신 변호사의 불미스럽고 기절초풍할 개인사가 지난 주말과 휴일에 백일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순신 전 검사는 윤 대통령과는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에서 차례로 한솥밥을 먹었다. 정 전 검사와의 각별하고 밀접한 개인적 인연이 작용하지 않았다면 윤 대통령이 그를 요직 중인 요직인 국수부장으로 낙점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욱이 정순신 전 검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는 물론이고 이원석 현 검찰총장과도 사법연수원 동기이다.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의 막강한 인맥을 검찰조직 내에서 착실히 쌓아온 셈이다.

검사는 한국사회에서 끗발 세기로는 남부럽지 않은 직종이다. 살아 있는 권력자인 현직 검사가 국가가 부여해준 권한과 법률가로 활동하며 축적해온 전문지식을 사적인 목적을 관철하려 남용하면 얼마나 반사회적 존재가 될 수 있는지를 정순신 전 전 검사의 사례는 생생하게 증명해주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이같은 '인사 참사' 논란 외에도 대통령실을 시작으로 '검사' 출신 인맥을 요직에 배치하고 있다는 비판도 들어왔다.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주진우), 인사기획관(복두규), 인사비서관(이원모), 공직기강비서관(이시원), 총무비서관(윤재순) 등이 모두 검사 출신이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실을 시작으로 각계각층에 '검사' 출신 인맥을 요직에 배치하고, 이후 국회의원들도 검사출신들을 중심으로 배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검사출신들의 여의도행, 더 지켜볼 일이다.  (사진=연합뉴스)

정 전 검사는 학생들에게 민족사관을 배양한다는 취지로 설립된 강원도의 어느 유명 사립고등학교에서 자신의 아들이 자행한 잔인한 학교폭력을 그 자리에서 당장 엄하게 꾸짖기는커녕 대법원까지 재판으로 질질 끌고 갔다. 그는 수년 동안에 걸쳐 피해 학생에게 2차 가해 행위를 모질게 해댔다. 그 결과 학폭 가해자의 아들은 국내 최고 대학으로 손꼽히는 서울 소재의 유명 국립대 철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 반면, 피해자는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하며 인생이 처참하게 망가졌다.

정 전 검사 부자의 만행은 몇 년 전 언론을 통해 이미 크게 보도됐다. 국가수사부장에 기용되려면 본인 및 가족이 관련된 각종 소송 기록을 인사검증 과정에서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에 의무적으로 제출해야만 한다. 그러므로 나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장관에게 국민의힘이 성남 대장동 특혜개발 의혹 사건 공방전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퍼부은 얘기를 원본 그대로 돌려주고 싶다.

“몰랐다면 무능이고, 알았다면 학폭 공범이다!”

미인촌에 미인 없고, 검사촌에 정치인감 없다

필자는 정순신 전 검사를 호남 태생으로 착각할 뻔했다. 그를 문재인 정권 아래에서 검찰을 무대로 승승장구했던 광주의 D 고등학교 동문회 라인으로 잠시 오인한 까닭에서였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는 부산에 위치한 동명의 고교를 졸업했다.

순간 내 본업인 정치 컨설턴트의 직감상 뭔가 본능적으로 집히는 대목이 있었다. 그건 정순신이 공천 대기 검사 50명 가운데 척후대 겸 선발대에 해당할지도 모른다는 느낌이었다.

검사 경력 하나만 달랑 갖고는 선거에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은 누구보다도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 뼈저리게 절감했을 터이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 비록 아니꼽게 치사하게 여겨질지언정 그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준석 전 대표가 공들여 구축한 플랫폼인 국민의힘을 발판으로 삼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이유이다.

국민의힘은 김종인과 이준석이 당을 이끌며 어렵게 창출·확보해놓은 활력과 역동성을, 순발력과 개혁성을 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 전 대표를 무리하게 축출하고 당권을 장악한 치명적 후과로 모조리 상실했다. 윤 대통령의 1호 참모를 자처하며 다른 당직도 아닌 ‘청년 최고위원’에 도전한 인사가 주로 노인층 책임당원들을 상대로 선거운동을 펴는 역설적 상황이야말로 윤석열표 국민의힘이 그려내는 구태 가득한 시대착오적 자화상의 축도이다.

윤 대통령이 김기현 의원을 기를 쓰고 당대표로 밀어주는 거의 유일한 동기가 김기현은 용산 대통령실이 작성한 공천자 명단에 군말 없이 순순히 대표 직인도장을 찍어줄 사람인데 있음은 더는 비밀도, 보안사항도 아니다. 문제는 그 고분고분한 김기현의 이용가치가 딱 거기까지라는 점이다. 김기현으로부터 받은 공천장만으로는 윤석열 사단에 소속된 검사들이 선거판에 고개를 내밀 충분한 간판이 되지 못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총선에 내보내기로 작정한 50명의 검사들에게 최소한의 그럴듯한 경력과 이력을 부지런히 어떻게든 만들어줘야만 한다. 이를테면 윤 대통령이 정순신 전 검사를 국가수사본부장에 발탁한 핵심적 의도는 검찰 장악이 아니라 출마용 스펙 급조에 있다.

김기현 의원은 당대표 경선에 입후보한 다음 여러 가지 다양한 구설수에 휘말려왔다. 압권은 김기현 소유의 울산 임야를 둘러싼 부동산 투기 의혹이다. 이런 김기현이 윤핵관과 윤핵관 호소인들을 통틀어 그나마 양질의 당대표 후보자였다. 다른 사람이 윤석열 대리인으로 전당대회에 출전했다면 정권의 존립마저 뒤흔들 초대형 악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배제하기 어렵다.

정순신 전 감사는 검사 출신 50명의 공천 대기조 중 윤석열 대통령이 나름 고심한 끝에 선별해 출장시킨 선두타자일 개연성이 짙다. 그런데 선두타자부터 수습에 진땀을 빼게 하는 대형사고를 쳐버린 양상이다. 나머지 49명의 검찰 출신 공천 대기자들은 또 어떤 희한하고 엽기적인 사연의 보유자들일지 국민은 기대 반, 걱정 반의 심정으로 용산 대통령실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인 50명 상시 대기”

왕년에 서울의 내로라하는 유흥가를 걸어가면 이러한 자극적 문구가 쓰인 야하고 울긋불긋한 종이쪼가리들이 길바닥 위에서 무수히 나뒹구는 모습이 발견되곤 했다. 세칭 미인촌에서 마구잡이로 뿌려댄 광고용 전단지들이었다. 한데 미인촌에 들른 고객들이 이구동성으로 내뱉는 불만이 있었다. 미인이 없다는 푸념이었다. 필자의 직접적 경험담은 아니니 절대 오해하지 마셨으면 좋겠다.

검사 50명 공천 대기 중이란 소리를 접한 나는 대한민국 검찰 공무원들에게는 무척이나 기분 나쁘겠지만 발칙하게도 하필이면 미인촌 광고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제대로 된 미인이 미인촌 따위의 허름한 싸구려 술집에서 일할 리 없다. 마찬가지로, 똑바로 정신 박힌 검사라면 보수계열 정당의 공천장만 받으면 막대기를 꽂아놔도 당선시켜주는 영남이나 강남에서 금배지를 달 욕심으로 용산 대통령실이 제안하는 총선 출마용 명함을 탐내다 패가망신을 자초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프랑스의 대정치가 조르주 클레망소는 “전쟁은 군인들에게만 맡기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라는 명언을 남긴 바 있다. 정치인들마저 지금은 “정치는 정치인들에게만 맡기기엔 너무나 중요한 일”이란 핀잔을 국민들로부터 수시로 받고 있다. 직업정치인들이 맡기에도 너무나 중요한 과업인 정치를 하물며 평생 범죄인들 앞에다 앉혀 놓고 컴퓨터 자판 두들기는 것 외에는 별다른 경륜도, 식견도 없을 검사들에게 맡겨서야 되겠는가? 국민의힘을 기웃대고 있거나 기웃댈 예정인 전·현직 검사들은 이제 제 주제와 직분을 알고 경향 각지의 법조타운으로 모두 돌아가기 바란다. 오래갈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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