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사인인 살신성인(志士仁人 殺身成仁)"
"높은 뜻을 지닌 선비와 어진 사람은 옳은 일을 위해 목숨을 버린다"

"지사인인 살신성인(志士仁人 殺身成仁)"

"높은 뜻을 지닌 선비와 어진 사람은 옳은 일을 위해 목숨을 버린다"

1910년 3월 뤼순 감옥에서 쓴 여덟 자의 힘찬 필체에는 안중근 의사의 결연한 의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본에 머물고 있던 안중근 의사의 유묵(遺墨·)이 106년 만에 한국 땅을 밟았다.

안중근의사숭모회(이사장 안응모)는 지난 28일 서울 중구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최근 기증받은 안중근 의사의 유묵을 공개했다.

유묵은 1910년 3월 안중근 의사가 중국 뤼순 감옥에서 순국을 앞두고 쓴 옥중 육필 200여 점 중 하나이다. '지사인인 살신성인(志士仁人 殺身成仁·높은 뜻을 가진 선비와 어진 사람은 옳은 일을 위해 목숨을 버린다)'이라는 '논어' 위령공편의 문구를 인용했다.

자신의 공판을 참관하고 신문 삽화를 그려준 코마츠 모토고에게 직접 써준 글씨이다.

 안 의사의 유묵이 보존처리를 통해 말끔하게 복원돼 공개되기까지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손상이 심한 족자에서 글씨를 떼어내 오염을 제거한 뒤 종이를 덧대는 작업을 반복했다.

족자를 꾸미는 천을 비단으로 바꿨고, 안전하게 보전할 수 있게 족자와 축, 오동나무 보관함도 새로 만들었다.

1년여의 노력 끝에 안 의사의 유묵은 세월의 묵은 때를 씻어내고 새로 쓴 글씨처럼 거듭났다.

관람객들은 체험공간에서 안 의사의 혼이 서린 글씨를 붙여 미니 족자를 만들어 볼 수 있다.

순국 직전 한복 수의를 입은 안 의사를 비롯해 하얼빈 의거에 함께한 동지들을 촬영한 사진 인화본 등도 처음으로 공개됐다.

하얼빈에서 끝내 상봉하지 못한 가족.

안 의사는 순국 전에 이 가족사진을 두 번밖에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한다.

유묵을 기증한 일본인 고마쓰 료(小松亮·91)씨는 1910년 당시 안중근 의사 공판 장면을 삽화로 그려 만주일일신문(滿洲日日新聞)에 보도한 고마쓰 모토코(小松元吾)의 종손(從孫)이다. 안중근의사숭모회는 "고마쓰 료씨가 가보와도 같은 유묵이 일본 극우화와 자연재해로 손실될 것을 걱정 해왔다. 안중근 의사의 고귀한 정신과 평화사상을 기려 무상 기증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고마쓰 료씨는 유묵과 함께 고마쓰 모토코가 1910년 2월 10일 뤼순관동도독부 지방법원에서 열린 '안중근 의사 4회 공판'을 그린 삽화집과 공판 방청권 진본도 함께 기증했다. 천안 독립기념관은 고마쓰 료씨가 가지고 있던 이 방청권을 본떠 만든 복제품을 전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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