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FW1 최완일 대표가 주관하는 프로 복싱경기가 경기도 청평 가족호텔 특설 링에서 열렸다. 소식을 접한 나는 서부 복싱 원동희 회장과 임종대 총무 신정훈 관장과 함께 목적지로 향했다.

청평을 향하는 도중 남한강이 흐르는 양평군 물안개공원을 지나자 발걸음이 멈춰진다. 바로 이곳에서 걸출한 싱어송 라이터 김종환의 숨은 비화가 뇌리를 스쳤기 때문이다. 무명 가수 시절 김종환이 승용차를 몰고 이 강변을 새벽에 지나다가 너무 고단해서 잠시 길가에 정차해 눈을 붙인 뒤에 깨어나 바라본 새벽 물안개 풍경에 흠뻑 반했다.

그 자리에서 김종환은 떠오른 가사와 멜로디로 노래를 만들어 1997년 제3집에 담았다.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 너를 바라볼수 있다면 으로 시작되는 김종환의 히트곡 사랑을 위하여 란 곡이 이곳에서 탄생한 진원지(震源地) 였던 것이다. 그곳에서 우리 일행은 잠시 숨 고르기를 한 후 목적지인 청평에 도착했다.

임종대 총무 원동희 회장 신정훈관장
임종대 총무 원동희 회장 신정훈관장

현장에서 박성우 관장이 운영하는 복싱 히어로 소속의 L급 강성철 선수가 프로 대뷔전 읋 펼쳐 4회 판정승을 거둔다.

아직 다듬어지진 않은 미완의 대기였지만 적극적인 파이팅이 돋보였다. 1979년 의정부 태생의 박성우 관장은 해병대 출신에 세종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인텔리 복서다. 참고로 국내 복싱사상 최초의 학사복서는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송방헌 이다.

해방 전후 박형권 정복수와 함께 트로이카를 형성했던 송방헌은 1946년 22세의 늦은 나이에 대학에 입학 향학열을 불태운 최초의 학사 복서였다. 박 관장은 이번 대회 심판으로 참관한 경희대를 졸업한 82년 mbc 신인왕 최우수복서 출신의 이정택과 함께 특기생이 아닌 일반 학생으로 대학에 진학한 학사복서란 점이 이채롭다.

박성우 관장은 2003년 라이트급 신인왕 출신으로 14전 13승 (9KO )1패를 끝으로 25세에 복싱을 접고 체육관을 운영하면서 부동산 컨설팅에서 유망한 컨설턴트로 변신 사업가반열에 우뚝 선 멀티 복싱 인이다. 

엔크 루투부신 선수와 전 세계챔피언 몽골의 라크바 회장(우측).
엔크 루투부신 선수와 전 세계챔피언 몽골의 라크바 회장(우측).

양주에서 청무관 복싱체육관을 운영하는 최응산 관장도 참관했다. 현역시절 독침 주먹 이란 닉 네임으로 불렸던 최 관장은 1982년 아마 시절 20전 17승(13KO) 4패를 기록한 중견 복서로 한.중.일 국가대항전에 학생대표로 선발되어 출전(라이트 플라이급) 우승을 차지했다.

1983년 프로에 대뷔 5년 3개월간 24전 19승(14KO) 5패를 끝으로 링을 떠난 동양 페더급 2위 최응산 은 은퇴 후 양주에 청무관 복싱체육관을 개설 후진 양성에 나선다. 그곳에서 노사명 이라는 선수를 발탁 2017년 6월 다케나가 료(일본)가 보유한 동양 페더급 타이틀에 도전한 노사명이 라이트 일격으로 10회 KO승을 거두며 기염을 토했다.

당시 경기를 한달 앞두고 노사명 선수가 여자친구를 만나는등 훈련에 집중하지 못하자 최응산 관장은 노사명을 불러 그런 썩어빠진 정신으로는 이번 대결을 치룰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레슬러 정지현 챔프 최완일 대표 장정구 챔프(우측)
레슬러 정지현 챔프 최완일 대표 장정구 챔프(우측)

그러면서 최관장은 애제자 노사명에게 지금 당장 짐을 정리해 이곳을 떠나라는 청천벽력 (靑天霹靂) 같은 불호령을 내린다.

결국 스승에게 크게 혼줄이난 노사명은 흩어진 멘탈을 정립하고 훈련에 매진 동양 타이틀 획득에 성공한다. 4개월 후 1차 방어에 실패한 노사명 선수가 만31세의 나이에 재기의 칼날을 갈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한편 이 대회를 주관한 FW1 프로모션 최완일 총괄대표는 1975년 의정부 태생으로 현재 국내외 월드 클래스 프로복서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신흥 프로모션 총수다. 최 대표는 향후 극동의 전호연 회장 동아의 김현치 회장 같은 거물급 프로모터와 비견될 정도로 탁월한 매치 메이킹 능력이 있는 프로모터다.

가장 어두운 순간이 최고의 기회 일수가 있다고 말한 Walt Disney의 명언처럼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면서 프로복싱계에 새바람을 불러 일으켜 주길 최 대표에게 기대한다. 경북체고 재학시절 청소년대표로 활약하며 해외 원정을 경험한 최완일은 현재 강남구 삼성동에 복싱체육관과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최 대표은 이날 경북체고 1년 후배이자 현재 경북체고 복싱 감독으로 전임 곽귀근 감독에게 바통을 이어받은 김상현교사를 필자에게 인사시킨다.

그를 보자 1995년 안동에서 개최된 제76회 전국체전 때 경기가 생각난다. 당시 복싱계 징기스칸이라 불리는 곽귀근 사단의 경북체고는 국가대표 배효조가 빠진 상태에서도 플라이급의 최진우 밴텀급의 임경섭 미들급의 김상현이 우승컵을 들어올려 기염을 토한 대회였다. 

권범우관장. 송찬호 챔프 이정택 심판
권범우관장. 송찬호 챔프 이정택 심판

80회 84회 전국체전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한 김 감독은 경남대 거쳐 1998년 국가대표 발탁되어 상무소속으로 킹스컵대회에 출전 8강에 진출했다. 재대 와 함께 현역에서 은퇴한 김상현은 임용고사 시험을 거쳐 경북체고에서 교직 생활을 시작한다.

그리고 은사인 곽귀근 감독의 후임으로 2021년 3월 경북체고 복싱 감독을 맡아 2022년 고등부 대통령배 대회에서 종합우승을 차지 하는등 명불허전(名不虛傳)의 경북체고 복싱 아성을 쉼 없이 재점화 시키고 있다. 곽귀근 감독의 제자들인 김상현감독이 학원스포츠계에서 주목받는 인물이라면 프로복싱계에선 최완일 KW1 대표가 침체기기에 빠진 한국프로복싱에 구원투수로 등장 이들이 맡은 분야에서 좌청룡 우백호를 형성하면서 청출어람(靑出於藍) 하길 바란다. 

경북체고 김상현 감독과 FW1 최완일 대표(우측).
경북체고 김상현 감독과 FW1 최완일 대표(우측).

과거 한국스포츠 역사에서 역사성과 전통성이라는 잣대를 들이댈 때 첫 손가락에 꼽히는 종목이 바로 복싱이다. 이런 명성에 걸맞게 복싱은 국위선양 최고종목이란 사실에 꼬리표를 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새천년 들어 하향곡선을 긋기 시작한 한국프로복싱은 선수 수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이해관계와 맞물려 우후죽순처럼 여러 복싱기구가 탄생했다. 물고기는 몇 마리 없는데 물고기 잡는 어부들만 늘어나는 기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 프로모션 김동민 대표는 최완일 이라는 선이 굵은 프로모터의 등장은 가믐에 단비 같은 희소식이라고 말하면서 한국복싱 부활을 알리는 예광탄(曳光彈)이라고 말했다.

강성철 선수와 박성우 히어로관장(우측)
강성철 선수와 박성우 히어로관장(우측)

이번 대회에서 FW1 최완일 사단의 주력선수들인 이동명 김철완 장인수 이동관 송찬호 선수 등 에이스들이 총출동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 좋은 예이다. 경기에 앞서 한국 뮤지컬계 의 대표적인 디바중 한명인 배우 최혁주가 파워풀 하면서 장엄하게 울려 퍼지는 애국가를 열창했다.

마치 1978년 9월 WBC 라이트 플라이급 챔피언 태국의 보라싱과 한국의 김성준이 세계타이틀전을 벌일 때 당시 톱가수 이은하가 애국가를 진중하게 열창하는 장면이 연상될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이번 경기에서 슈퍼 페더급에 출전한 FW1 소속의 장인수는 2전 전승 (1KO) 를 기록한 몽골의 느얌다바 와 대결 통쾌한 KO승을 거두며 8승 (3KO) 2무 4패를 기록했고 장민혁 강종선과 함께 최고 유망주 중 한명인 송찬호도 몽골의 남사르에 싱겁게 1회 KO승을 거두고 11전 전승 (7KO) 을 기록했다.

최응산관장 김병무심판 이정택심판(우측).
최응산관장 김병무심판 이정택심판(우측).

이번에 몽골선수단 6명을 이끌고 입국한 몽골 복싱협회 회장 라크바는 1972년생으로 1995년 서울컵 대회(라이트급)에서 우승과 함께 최우수복서로 선정된 복서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WBA 수석 부회장인 심양섭 회장에 의해 발탁되어 1995년 12월 한국에 입성한 라크바는 한국에 8년 7개월간 수입 복서 형식으로 한국에 정착 1997년 2월 최용수가 보유한 WBA jr 라이트급 타이틀에 도전 판정패를 당했다.

절치부심한 라크바는 1998년 9월 5일 최용수에게 타이틀을 탈취한 하다께야마 의 타이틀에 재도전 적지에서 5회 KO로 잡고 몽골 최초의 프로복싱 WBA jr 라이트급 세계정상에 올랐다. 라크바는 1999년 10월 31일 1차방어전에서 20전 전승 (18KO)를 기록한 동급 7위 백종권과 타이틀전에서 10회 한차례 다운을 탈취하고 12회엔 다운 직전까지 몰고 가는 등 시종일관 우세한 경기를 펼쳤지만 1ㅡ2 판정패를 당하며 고배를 마셨다. 

최완일대표 최혁주 뮤지컬 배우 김동민 프로모터(좌측부터).
최완일대표 최혁주 뮤지컬 배우 김동민 프로모터(좌측부터).

2004년 4월 라크바 는 WBA 라이트급까지 석권 2체급을 석권한 라크바는 2005년 9월 26전 21승 (18KO) 1무 4패의 기록을 남기고 복싱을 접었다. 현재 몽골복싱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라크바는 2년 후엔 몽골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할 예정이라고 의사를 피력하면서 몽골선수단을 이끌고 자주 방한하여 양국복싱발전에 가교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한국과 몽골은 수교 30주년을 맞이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1219년 몽골의 침략으로 굴욕적인 형제동맹을 맺은 지도 8백년을 훌쩍 넘었다, 이시기에 원나라 몽고풍이 들어오면서 연지곤지 찍고 족두리 쓰는 결혼풍습도 들어왔고 소주도 이 무렵 징기스칸의 손자 쿠빌라이가 일본원정을 목적으로 몽고인 들의 전진기지가 있던 안동과 제주도에서 빚어지면서 전래 되었다.

끝으로 FW1 최완일 대표를 비롯한 복싱 관계자들이 역사적으로 한국과 인연이 깊은 몽골이라는 복싱파트너와 지속적으로 교류하면서 시너지효과를 유발 한국복싱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매개체(媒介體) 역할을 하길 바란다.


조영섭기자는 복싱 전문기자로 전북 군산 출신으로 1980년 복싱에 입문했다. 

1963년: 군산출생
1983년: 국가대표 상비군
1984년: 용인대 입학
1991년: 학생선수권 최우수지도자상
1998년: 서울시 복싱협회 최우수 지도자상

현재는 문성길 복싱클럽 관장을 맡고 있는 정통복싱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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