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 일본 넘어설 각 분야의 피나는 노력 절실히 필요"
이치수 행정학 박사/ (전)캐나다 앨버타대학교 객원교수/ (전)상명대학교 교수 (현)순천향대 명예교수

매주 토요일 마다 서울 광화문, 시청광장, 용산 등지에서 정부 반대 시위가 벌어진다.

반일 시위 소리를 들으니 문득 옛 시간이 떠오른다.

1989년 애숭이 상명대 교수가 구마모토현 지사 앞으로 일본 지방자치 현장을 내 학생들에게 보여줄 수 있겠는가 하는 편지를 보냈더니 주한 일본대사관을 통해 정중한 초대장을 보내왔다.

아소산 산촌 지역 행정과 담당공무원들의 주민 중심 행정서비스도 보았다.

거의 마지막 날 현 공무원들이 데리고 간 곳은 구마모토 성이었는데 나는 입장을 거부했었다.

이치수 전 상명대학교 교수(사진=뉴스프리존 DB)
이치수 전 상명대학교 교수(사진=뉴스프리존 DB)

그들이 이유를 물었고 나는 임진왜란 당시 쳐들어온 가토 기요마사의 성이기에 들어가고 싶지 아니하다고 했더니 그들이 깜짝 놀라며 했던 말이 구마모토 공식방문한 한국 사람 중에 구마모토성 입장을 거부한 사람은 이 선생 하나라고 하면서 솔직히 존경한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오히려 나는 그 말을 듣고 부끄러웠다. 그날 저녁 그들은 나에게 말고기를 대접했었다.

이제 우리 스스로도 바뀌어야 하고 전략도 유연해야 한다.

강제동원 문제를 소리쳐 외치지만 이 문제의 최고 전문가들인 이제는 없어진 강제동원 위원회 조사과장들은 내쳐진채 내용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 찬성과 반대라고 떠들고 있으니 안타깝다.

우리 스스로 그 위원회를 폐지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 위원회가 있어야 대한민국 정부의 이름으로 생산된 강제동원 자료들이 남게 되기 때문이다.

유네스코 기록유산에 그 자료를 등재하기 위해 시민단체를 만들어 발대식을 하고 공동대표 노릇을 했던 입장에서 결국 그 당시 정부, 즉 문화재청 스스로 등재신청을 포기함을 보며 너무나 큰 실망을 했었다.

이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 나라가 있는 한 우리의 치욕적인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우리 스스로 치욕과 고통의 자료는 지속적으로 생산해야 한다.

그러나 그 자체가 반일이 아니라 극일의 길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일본과의 관계는 투트랙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을 위한 협조와 친교, 그러면서도 그들의 지난 침략과 수탈행위에 대한 명확한 지속적 사실확인. 마치 카드게임에서의 조커와 같은 우리의 자료제시가 필요하다고 본다.

강제동원조사 위원회를 부활시켜야 한다.

말만 하지말고 부평 조병창 같은 수탈의 현장을 없애려 하지 말라. 이제 우리 스스로 일본을 넘어설 노력이 필요하다.

작금의 시위들은 결단코 우리나라에 조금의 도움도 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손가락 잘라 극일 이라고 쓰던 시대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일본을 넘어설 각 분야에서의 피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본다.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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