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디어 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글로벌 미디어의 도전 속에 국내 미디어산업 발전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중차대하게 기대되는 상황이다. 미디어 환경은 놀라울 만큼 급변해 왔지만, 아날로그 시대에 마련된 법제도와 정책들이 그대로 잔존하므로 미디어 발전과 경쟁력에 발목이 잡혀 있는 실상이다. 최근 방송미디어 플랫폼 대형화와 사업자 경쟁구도 다각화 등 국내 방송시장 지형 변화로 영세한 규모 자본력의 한계를 지닌 국내 방송시장이 큰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OTT 등 신유형 방송미디어가 빠르게 기존 방송시장을 잠식함에 따라 안정적인 시장 성장이 저해될 것이 크게 우려되고 있다. 

글로벌 OTT(Over The Top)의 국내 진출 확대로 국내외 사업자 간 치열한 경쟁 환경 속에 전통적 미디어 산업의 가치사슬이 붕괴되고, 공영방송·지상파방송·케이블방송 등의 공공성이 약화되고 정체성 위기와 재원 고갈에 직면했다. 이 틈을 비집고 글로벌 OTT 등 인터넷 기반 방송사업자, 넷플리스·유튜브 등 해외 사업자들의 국내 미디어 시장 잠식은 급속도로 확산되는 현상이다. 국내 미디어 시장은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글로벌 미디어 기업이 경쟁하는 시장으로 변모하면서 국내시장의 침탈과 종속될 우려마저 안고 있다.

현재 미디어 시장은 방송사업자,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글로벌 OTT 간 치열한 전쟁터다. 글로벌 빅테크 미디어인 디즈니, 아마존, HBO 등의 콘텐츠 강자가 시장을 잠식해오는 경쟁 상황에 있다. OTT 이용자는 2020년 45.5%에서 2021년 54.2%, 2022년 58.3%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반면, IPTV나 케이블TV를 보다가 끊은 코드 커터 (Cord-cutter) 는 7.8%나 된다. 국내 미디어 산업은 파편화된 시장에서 전통미디어의 쇠퇴와 혁신과 차별성 약화에 미래성장 저하라는 악순환 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에 현재의 국가 경제 규모나 변화한 방송미디어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국내 방송시장의 투자 여력을 회복할 수 있는 방송 규제 개편에 전력해야 한다. 이제 국내 방송사업자의 대형화와 국내 OTT 플랫폼의 선진화를 가능하게 하는 획기적 정책이 시급하다. 

국내 콘텐츠 제작 역량은 ‘오징어 게임’으로 대표되는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명실상부한 글로벌 콘텐츠 제작기지의 역할을 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이 에미상을 수상하고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는 등 K-영상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약진하고 있다. 이 효과를 경제적으로 환산하면 '오징어 게임'의 경우 1편에 5조6000억원의 경제효과와 한국 문화를 세계에 전파하는 부수효과를 창출하였다. '기생충'의 경우에도 전 세계적으로 170조원의 경제효과를 창출한바, 이는 삼성전자의 2021년 반도체 수출액 120조원과 비교해보면 미디어 강국 위상 제고에 기여하는 바를 능히 가늠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방송과 미디어를 산업적으로 접근하고 육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K-영상콘텐츠의 성장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제작비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정책과 제도적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제조업과 과학기술 중심으로 규정된 R&D 세액공제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영상 콘텐츠 제작비에 대한 세액공제 비율이 주요 선진국 대비 현저하게 낮은 거의 1/10 수준이다. 한국의 막강한 콘텐츠 경쟁력과 국제 하청구조 편입이라는 상반된 현상 사이에는 콘텐츠 제작 재원 부족이라는 만성적인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현재 방송산업의 위기는 콘텐츠 품질 하락 때문이 아니라 제작비 확보와 플랫폼 경쟁력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다.  

방송환경 변화 대응책의 근간이 되는 방송 규제 완화 기조에도 불구하고 국내 방송시장의 소유겸영 규제는 2008년 방송법에서 자산총액 기준을 10조 원으로 변경한 이후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자산규모 기준으로 진입 및 소유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통해 늘어나는 자산규모를 억제해야 하는 불합리한 성격이 강하다. OTT의 콘텐츠 투자액이 전체 지상파방송사의 투자 금액을 넘어서는 시점에서 진입 소유규제에 대한 재검토가 요구된다. 아울러 매체간 겸영 허용과 권역규제, 점유율 규제 등 국내 방송산업의 규모와 덩치를 키워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세계적으로 대기업집단의 참여를 제한하는 국가는 없다.
  
미디어 산업을 경제적 효과에 기반하여 국가 경제의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미디어 산업 전반의 규제 혁신이 이뤄지도록 미디어 법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방송사업자에 대한 허가·승인 유효기간을 최대 5년에서 최대 7년으로 확대해 사업자들이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고 서비스 혁신에 보다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방송콘텐츠 산업은 고용유발 효과와 부가가치율이 크고 국가 브랜드 가치 제고 등 막대한 유·무형의 자산을 창출하는 핵심 산업이다. 영상콘텐츠 제작비의 인상 속도가 가파르고, 대자본을 앞세운 글로벌 OTT와 경쟁하기 위해서 대규모 제작재원 조달이 필수적이다. 최근 방영된 반지의 제왕(아마존)의 제작비는 편당 800억원, 왕좌의 게임(HBO)은 270억원이다. 우선 영상 콘텐츠 제작에 대한 세제 지원이 얼마만큼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유발하는지, 또 투자 여력이 제한적인 영세 제작자들에게는 어느 정도의 수혜와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지에 대해 면밀한 분석과 지원이 요구된다. 

해외 주요국의 세액공제 대비 우리나라의 혜택은 1/10 수준이다. 세액공제를 통해 확보되는 재원은 콘텐츠 제작에 재투입되어 콘텐츠 제작을 늘리고, 해당 산업 내·외부에 형성된 가치사슬을 따라 새로운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게 된다. 영상콘텐츠 제작업체는 세액감면을 받을 경우 제작에 재투자하겠다는 답변이 약 70%, 업계의 82%가 절감 세액을 제작비에 재투자하겠다고 했다.  
  
재원 관련 개선도 시급하다. 유료방송 산업은 수익원인 방송광고 재원의 감소, 저가 티어, 요금 규제, OTT의 등장으로 가입자 이탈, 시청률저하 등 수익구조가 고착화되었다. 이에 따른 재원확보를 위한 규제개선으로 방송의 재원이 되는 방송광고 유형의 다양화와 방송광고 금지품목 완화를 통해 방송재원 확대정책으로 개편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글로벌 미디어 강국을 위해 정책 컨트롤 타워 가칭 '미디어혁신위원회'를 설치해서 미래 비전과 전략 수립, 규제체계 정비, 미디어 생태계 조성방안, 미디어 진흥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필요 사항 등을 폭넓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기존 미디어에 적용되는 낡은 규제를 철폐하고 플랫폼, 콘텐츠 등 서비스를 기준으로 한 큰 틀의 수평적 분류 체계를 수립해 각 특성에 따라 차등화된 규율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미디어 백년대계를 위한 비전과 전략,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방송환경은 이미 Post-Digital 시대로 진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시장에 대한 규제는 여전히 아날로그 시대의 정책목표, 규제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에도 불구하고 관계법령이 제대로 통합 정비되지 못함으로써 동일시장에 별도 법률 적용으로 규제수준 불일치 문제가 발생하여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정체되고 있다. 급격한 변화 속에서 우리 방송 산업이 경쟁력을 가지고 방송의 공적 기능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서는, 미디어 전반을 아우르는 혁신성장의 기반을 갖추는 동시에 미디어 공공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미디어 정책의 불확실성과 규제 리스크를 줄이고, 칸막이식 매체 분류에 따른 낡은 규제체계의 합리적 개선이 시급하다. 글로벌 강국 실현과 방송 산업의 활력을 높이기 위한 법제도 혁신이 필수적이며, 환경 변화에 부합하는 새로운 제도적 틀을 구축하기 위한 기존 규제의 혁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최충웅(언론학 박사) 주요약력 
ㅇ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ㅇ 경남대 석좌교수
ㅇ YTN 매체비평 고정 출연
ㅇ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예오락방송 특별 위원장
ㅇ 방송위원회(보도교양/연예오락)심의 위원장
ㅇ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ㅇ 방송통신학회 수석 부회장
ㅇ 방송통신연구원 부원장
ㅇ KBS 예능국장, TV제작국장, 총국장, 정책실장, 편성실장
ㅇ 중앙일보·동양방송(TBC) TV제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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