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사회는 팬덤정치에 대한 논란과 비판이 거세다. 팬덤(fandom)이란 ‘열광자’라는 뜻의 Fanatic과 ‘세력권’을 뜻하는 접미어 Dom의 합성어로, 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또는 그러한 문화적 사회적 현상을 뜻한다. 팬덤은 산업사회의 대중문화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지자에 대한 적극적인 선호와 능동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만큼, 팬덤의 성격이 강하게 드러나 합리적인 판단이나 비판보다는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성향이 특징으로 나타나기 쉽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왼쪽)가 9일 오후 장인상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배웅하고 있다. 2023.4.9 [공동취재]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왼쪽)가 지난 9일 오후 장인상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배웅하고 있다. 2023.4.9 [공동취재]

팬덤 문화는 일반적으로 대중문화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간주된다. 정치 팬덤은 문화 팬덤의 형성과 인터넷과 모바일 등과 같은 개인 미디어의 확산, 그리고 정치인들의 지지층 확보 노력이 결합하여 발전됐다. 8.15 광복 이전 우리 사회는 일제 압박 강점기와 유교적 문화의 영향으로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을 외부로 나타내는 행위가 제한적이며 폐쇄적인 편이었다. 

8.15 광복 이후 라디오방송과 ‘미8군 쇼 무대’를 중심으로 미국의 팝송 등이 유행됐으며, 국내 유명 가수들의 데뷔 무대이기도 했다. 1960년대 TV방송의 등장으로 청바지 통기타로 상징되는 청소년 문화가 대중음악의 새로운 전기를 열어 적극적인 자기표현과 개방문화가 형성했다. TV방송으로 스타덤에 오른 가수 남진, 나훈아 스타의 등장과 남진은 팬클럽이 처음 결성되어 ‘오빠부대의 원조’로 불렸다. 문화팬덤이란 TV 보급으로 대중문화가 확산되면서 급격히 나타난 현상이다.

1980년대에는 컬러TV 방송이 시작되어 대중음악의 절정에 이르렀고, 본격적인 오빠부대를 몰고 다닌 조용필이 등장, 비로소 대중문화의 ‘팬덤현상’이 비롯됐다. 한때 군부 정권시대는 연예인들의 장발, 머리염색, 귀고리, 미니스카트 등 자기 개성의 표현들이 엄격한 규제를 받았다. 이후 정치적 민주화와 더불어 규제가 풀리면서 각 연예인들의 팬클럽 형성이 보다 적극성을 띠면서 본격적인 ‘오빠부대’가 등장하여 대중문화에서의 팬덤 문화가 토착화 되었고, 팬덤문화의 대중성이 자연스럽게 팬덤정치로의 이전이 이루어 졌다. 

6. 25 이후 전쟁 복구와 더불어 한국 사회는 압축성장 과정을 거쳤다. 선진국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산업화' 정책 속에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표출됐다. 산업화와 민주화는 두 개의 톱니바퀴처럼 작용하며 한국 사회의 엔진으로 작동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현대 민주주의의 핵심인 정당 정치는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 정당은 당원들의 자발적 조직화를 바탕으로 경쟁하지 못했고, 유권자 동원 조직으로 전락했다. TV토론 정치 시대가 개막되기 전까지는 정당후보의 궁중의 세를 과시하는 운동장의 유세장 정치로 판세를 가늠했다. 그러다 TV토론 정치 시대는 정당 중심의 유세 정치에서 인물 중심으로 재편됐다.

TV방송 등 대중매체 통신·미디어가 급속히 발달하면서 인물 중심 정치가 '팬덤'의 영역으로 확장했다. 마치 연예인을 좋아하듯 정치인을 추종하는 이른바 '팬덤 정치'가 등장한 것이다.  국내에서 정치인 팬클럽이 생긴 건 (고)노무현 전 대통령이 시초다. 노 전 대통령의 지지층은 2000년 16대 총선 때 지역주의를 넘지 못하고 낙선한 노 전 대통령을 안타깝게 여겨 자발적으로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노사모’를 결성했다. 이른바 386세대를 중심으로 한 청·장년층이 주축이 됐다. 노사모 등장 이후에 많은 ‘정치인 팬클럽’이 등장하게 된다.

뒤를 이어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박사모’가 2004년 3월 30일 1인 카페로 시작해 당시 4.15 총선을 앞두고 언론에서 관심을 보이면서 회원이 급속하게 늘었다. 이 팬덤 현상은 인기 연예인을 추종하는 무조건적인 광팬 문화에서 시작되어 우리 정치 분야에도 형성되었다. 정치 팬덤은 문화 팬덤의 형성, 인터넷과 모바일 등과 같은 개인 미디어의 확산, 그리고 정치인들의 지지층 확보 노력이 결합하여 발전됐다. 이처럼 미디어 발달은 정치인 팬덤을 조성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정치적 파장을 가져왔던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경우, 신랄한 정치풍자와 비판으로 대규모 정치 팬덤을 형성하였고, ‘안철수 현상’ 역시 정당 정치에 대한 실망과 정치개혁에 대한 의지로 나타난 일종의 팬덤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과 이재명의 개딸(개혁의 딸)들로 이어지고 있다. 

TV방송 이후 뉴미디어와 인터넷 등장은 네트워크 관계와 투명성의 가치를 강화함으로써 개인의 정보접근성과 자율적 행동을 촉진시켰다. 정치인들 역시 정당지지와는 별도로 자신의 정치적 지지층을 확보하기 위해 팬 커뮤니티를 결성하는데 열의를 보이기 시작했다. 정치인들 역시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지지층 확보를 위해 자발적으로 팬클럽 지지모임 등을 결성하여 지지자들과의 거리를 좁히고자 노력하였다.

이 같은 '인물 지지'가 긍정적 역할도 하지만, 지나칠 경우 부정적 효과를 낳을 수 있다. 특히 무조건적인 지지는 궁극적으로 사회문제를 유발시키거나, 대안을 위한 토론을 제한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극단주의로 흐를 위험성이 있다. 극단주의는 포퓰리즘이나 전체주의, 권위주의 정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정치 팬덤의 장점은 정치인의 정치적 목적과 지지자들의 선호가 맞물려 활성화되기 시작한 경우, 호감의 표현과 결집의 수준을 넘어 정치 소통과 지지자들의 연계와 결집, 정치적 참여와 동원이 적극적으로 현실화 되는 공간으로 활용될수 있다. 그러나 정치 팬덤이 비합리성에 근간한 여론몰이, 기이한 스타화, 편파와 부정확성에 기댄 미디어의 생리 등 다양한 부작용이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정치 팬덤의 긍정적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팬덤 문화가 잘못된 방향으로 표출되면서 자정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하나의 집단이자, 광신도처럼 변해버리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팬덤 정치의 문제점은 특정 후보를 그가 속한 정당의 이념과 노선, 정강·정책을 보고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적인 맹신적인 지지를 하는 태도이다. ‘냉소적 포퓰리즘’과 ‘열광적 포퓰리즘’을 반복하는 동안 성찰적 민주주의의 힘과 지속성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편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적 흑백 전선의 설정은 우리 사회를 더욱 경직된 분열 사회로 몰아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당의 문화나 전통, 규범, 가치를 중시하지 않고, 공익에 대한 의무와 책임감보다는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자들을 제압하고자 하는 열정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팬덤 정치의 폐해속에 언론의 정파성은 실제 보도를 통해 편향성의 형태로 나타난다. 정파적 편향보도는 다른 정파적 속성을 가진 정당, 언론, 시민들의 불신과 적대 관계를 갖게 한다. 또한 언론의 편향적인 보도를 소비하는 시민집단의 정파적 편향은 갈수록 강화하게 된다. 이슈 중심이 아니라 인물·세력 중심이므로 늘 한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서로 소통할수 없는 사회적 위기 발생의 악순환이 거듭된다는 점에서 큰 문제를 야기 시킨다.

언론의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는 것도 정파적 편향성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대표적인 사례로 TV 방송에서 ‘정치시사토크쇼’의 선정적 정파성이 지적되고 있다. 프로그램 구성 진행이 진보와 보수, 좌·우 진영의 패널 인사로 나누어 토론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사실 진정한 토론문화는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부분이 있지만, 반대 정파를 무조건 반대하고 비판적이고 부정적으로 묘사하므로 편향 시민 간 불신의 과정을 거치면서 사회 분열을 더욱 조장하게 된다. 편향 언론과 시민 간의 교차적 불신으로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에 부채질하는 양상으로 변질된다는 점이다. 더구나 특정 동일 패널이 각 방송 채널에 돌아가면서 출연해 식상하기도 한다. 

언론 뉴스가 정파성이 관여된 정치 정보 처리 과정과 그에 따른 정치적 선택 및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여론형성을 주도하는 언론이 정파적일 경우 정파적으로 편향된 언론은 편향언론 간 불신 과정을 거치면서 한국 사회는 언론의 정파성으로 인해 소통의 위기에 직면하게 되며, 이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자초하게 된다는 점이다.

언론 매체의 정치적 편향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정파적 메시지가 선택적으로 노출될 경우 그 파급 영향은 심각한 것으로 판단된다. 정파적 메시지는 정파성이 강한 양극단의 시청자들을 더욱 양극화시킨다. 언론의 정파적 보도는 독자들의 현실 인식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언론의 정파적 보도 태도는 고착화된 우리 사회의 정파적 대치 관계를 더욱 심화시킬 뿐이다.  

바람직한 정치의 모습은 팬덤이 없는 정치가 아니라 팬덤에게 휘둘리지 않고 팬덤을 적절하게 관리하고 리드하는 정치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언론 권력에게 가스라이팅 당하지 않는 정치일 것이다.

한국의 정파성 문제는 중립성과 객관성을 상실한 이념적 편향성과 진영논리의 확산에 따른 폐단점이다. 자신의 의견에 부합하는 정치적 성향, 선호도에 맞는 뉴스를 골라 소비함에 따라 자신의 견해와 다른 뉴스에 대한 상대적 불신 문제로 직결되기도 한다. 언론이 공명정대한 위치에서 우리 사회의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언론은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책임과 사명감을 지고 있다. 언론인은 전문직으로서 사회공동체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스스로 감당하며, 해당 분야의 전문성 함양과 높은 윤리의식의 무장을 요구받고 있다.  

최충웅(언론학 박사) 주요약력 
ㅇ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ㅇ 경남대 석좌교수
ㅇ YTN 매체비평 고정 출연
ㅇ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예오락방송 특별 위원장
ㅇ 방송위원회(보도교양/연예오락)심의 위원장
ㅇ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ㅇ 방송통신학회 수석 부회장
ㅇ 방송통신연구원 부원장
ㅇ KBS 예능국장, TV제작국장, 총국장, 정책실장, 편성실장
ㅇ 중앙일보·동양방송(TBC) TV제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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