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건부’ 첫 지원 가능성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한국-러시아 관계에 불협화음의 파장이 거세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4월 19일 공개된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나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적 지원이나 재정적 지원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그동안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보내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었는데,, ‘조건부’로 첫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러 외무부 "어떠한 韓 우크라 무기 제공도 반러 적대행위 간주"[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연일 반발에 나섰다. 전날 '전쟁 개입'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북한에 대한 무기 지원 맞불 카드를 거론한데 이어 20일에는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적대적 행위'로 규정하는가 하면 양국 관계 악화 및 한반도 주변 상황에 대한 실력 행사 가능성을 추가로 거론하며 으름장을 놨다.
사진: 러 외무부 "어떠한 韓 우크라 무기 제공도 반러 적대행위 간주"[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연일 반발에 나섰다. 전날 '전쟁 개입'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북한에 대한 무기 지원 맞불 카드를 거론한데 이어 20일에는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적대적 행위'로 규정하는가 하면 양국 관계 악화 및 한반도 주변 상황에 대한 실력 행사 가능성을 추가로 거론하며 으름장을 놨다.

이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인도적 지원 등 ‘비살상 물자 지원’에 국한했던 정부의 원칙 변경과 함께 최근 155밀리미터 포탄 50만 발을 대여 형식으로 미국에 제공하는 ‘우회 지원’ 방식도 건너뛴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런 보도가 나서기가 무섭게 지난 19일(현지시간) 러시아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한다면 분쟁에 일정 부분 개입하는 것을 간접적으로 의미한다”며, 즉각 반발하는 모양새다. 

또한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러시아 전 대통령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도 윤 대통령 발언을 언급하며 “러시아가 북한에 최신 무기를 공급하면 한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고 썼다. 북한과 군사 협력을 강화해 한반도 정세를 흔들겠다고 협박한 것이다.

주한러시아대사관도 홈페이지에 “한국은 우크라이나 정권에 살상 무기를 공급하는 결정이 초래할 부정적 결과를 잘 알 것”이라며 “이는 30년간 건설적으로 발전해 온 러시아와 한국 관계를 파괴할 것”이라는 비판 논평을 올렸다.

지난해 10월 2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한국을 콕 집어 경고한 지 반년 만에 양국 간 긴장이 더욱 수면으로 떠오른 것이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하며 “사실이라면 한국과 러시아 관계는 파탄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에 윤대통령은 다음날 “살상 무기를 공급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한바 있다. 

10월의 푸틴 발언은 러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대한 경제 보복을 비롯해 북한과 군사협력 관계를 더욱 밀착해 한반도 안보 환경에 위협 수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됐다.

● 포탄 대여의 속사정은?

윤석열 대통령의 로이터 보도에 일주일 앞선 4월 12일, 미국을 방문 중인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절실하게 필요한 탄약을 더 공급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포탄 재고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히면서 “막대한 양의 포탄을 보유한 한국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4일(현지시간) 패트리엇 미사일 및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탄약 등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무기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지원에는 패트리엇 미사일 시스템을 위한 추가 탄약, HIMARS 탄약, 155mm 포탄, 지대공 미사일 나삼스 탄약 등이 포함됐다.
사진: 미국 정부는 지난 4일(현지시간) 패트리엇 미사일 및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탄약 등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무기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지원에는 패트리엇 미사일 시스템을 위한 추가 탄약, HIMARS 탄약, 155mm 포탄, 지대공 미사일 나삼스 탄약 등이 포함됐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지난 4월 11일, 복수의 외교안보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한·미 양국은 한국이 미국에 155㎜ 포탄 50만발을 대여하는 데 합의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한국산 155mm 포탄 50만 발을 대여 형식으로 제공받는다는 내용의 계약을 지난 3월 한국 정부·방위산업 업체와 체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미국 정부는 한국에서 받은 50만발을 우크라이나로 보내지 않고 일단 비축분으로 채워 넣은 후 미군의 기존 포탄을 우크라이나로 지원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앞서 외신들이 보도한 유출된 기밀의 내용을 살펴볼 때, 이들 포탄은 우크라이나 우회 지원을 위한 것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에도 한국으로부터 155mm 포탄 10만발을 구매하여 우크라이나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2022년 11월 10일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와의 비밀 합의를 통해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 군을 위해 처음으로 포탄을 판매해 제공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바 있다.

당시 우크라이나를 위한 한국과 미국의 포탄 제공 합의는 북한이 중동과 아프리카를 통해 러시아에 포탄을 제공했다는 백악관 발표 이후에 이뤄진 것이어서 유독 주목되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남북이 각각 간접 지원에 나선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지난 4월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되고 있는 유출 문건 가운데, 미국 정부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한민국 155 운송 일정표(33만)’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한국산 포탄의 운송 계획이 선명하게 적시 되어 있다. 문서의 오른쪽 상단에는 문서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2월 27일 오후 1시 30분이라는 구체적인 시간도 표기되었다. 이 문건에는 한국산 155㎜ 포탄 33만발을 유럽 등으로 옮기는 동선과 소요 시간 등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또 경남 진해항을 출발해 독일 북쪽 브레멘 인근 노르덴함으로 포탄을 수송한다는 것으로 보이는 일정도 제시된다.

살펴본바, 얼마나 많은 포탄이 어떤 형태로든 우크라이나에 유입되었는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결국, 우크라이나에 직접 무기 지원이 현실화 된다면,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는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더욱이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군사협력 확대에 고삐를 죄고 있어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 구도도 한층 확연해질 것이다.

● 한반도 정세 ‘의미 있는 강대국’ 

2020년 9월 30일은 1990년 우리와 당시 ‘소련’이었던 러시아가 외교 관계를 수립한지 3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적대적일 수밖에 없었던 한러 관계는 고르바초프가 등장하면서 해빙기를 맞이했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 개최된 1988년 하계 올림픽에서는 소련 대표팀이 참가하여 소련이 금메달 55개로 종합 1위를 차지하였다. 이어 1990년 9월 30일 한-소 국교 정상화를 달성하였다.

북한과 러시아의 국기
사진: 북한과 러시아의 국기

러시아는 우리와의 수교 이후 다분히 친한적인 외교 노선을 택하고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이 들어있던 1961년의 ‘조‧소 우호 협력 및 상호 원조 조약’을 만료시켜 버림으로써 북한과의 사실상의 동맹 관계를 해지하게 된다. 한국 외교로서는 주적(主敵) 북한의 가장 든든한 후원 세력의 하나인 러시아를 분리하는 매우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

구소련 제국이 해체된 이후엔 경제, 문화, 우주개발, 정치에서 대폭적인 협력을 이루고 있다.  2010년 9월 21일 현대자동차가 15만대 규모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준공했다. 시제품에 정몽구 회장을 태우고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직접 운전을 했다. 러시아 국민들은 2000년대 후반부터 의료관광의 목적으로 대한민국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2014년 1월 1일부터는 대한민국과 러시아는 무비자관광을 통해 무비자로 입국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처럼 양국 간 비약적 경협의 활성화에 따른 경제적 측면을 보면 한‧러 교역은 1990년 수교 당시 9억불에 약간 못 미치던 규모에서 2019년에는 223억불 규모(우리측 기준으로 수출 77.7억불, 수입 145.6억불)로 무려 25배 증가하여 러시아는 한국의 10위 교역 대상국(수출 대상국 15위, 수입 대상국 9위)이 되었다.

● 사실 왜곡 ‘외교력 극히 훼손’

국제관계에서 기본적 사실의 과장‧왜곡은 그 자체로 외교력을 극히 훼손시키는 패착이다. 고의적인 목적이 아니라면 최대한의 신중함이 요구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만 해도 한국과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중국, 일본과 비교해 역사적, 영토적, 국제정치적 갈등이 없고 오히려 북방 진출의 중요한 협력 파트너다. 우리는 중국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러시아는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러시아는 결코 쉽게 볼 나라가 아니다. 

러시아는 여전히 한반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강대국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서도 냉철한 손익계산을 하여 임해야 한다. 러시아가 북한에 다시 기울게 하는 자충수를 둘 것인가? 우리는 한미동맹과 가치외교 차원에서 대러 제재에 동참하긴 했지만 과도하게 외면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