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20일’ 제43회 장애인의 날!

지난 4월 20일은 제43회 장애인의 날이었다. 유엔은 1981년을 ‘세계 장애인의 해’로 선언하고 세계 각국에 기념사업을 추진하도록 권장하였다. 이에 한국에서는 당시 보건사회부(現 보건복지부)는 이 날을 ‘제1회 장애인의 날’ 행사를 주최했다. 그럼에도 법정 기념일로 지정되지 못하면서 다음해인 1982년부터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주관으로 ‘장애인재활대회’라는 명칭 아래 기념식을 개최하였다.

사진: 처음 타보는 지하철 = 21일 오전 광주 동구 도시철도 1호선 문화전당역에서 장애인들이 지하철을 타고 있다. '420 광주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이날 2023년 장애인 권리 확보를 위한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지하철 타기 등 행진을 했다.
사진: "장애인 편견과 차별 반대" = 21일 오전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420 광주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 2023년 장애인 권리 확보를 위한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10년 후인 1991년 정부는 ‘장애인복지법, 장애인고용촉진법’을 제·개정하였고, 장애인복지법 제14조의 규정에 “국가는 국민의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의욕을 고취하기 위하여 장애인의 날과 장애인 주관을 설정한다.”고 명시함으로써 ‘장애인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설정되었다. ‘장애인복지단체협의회’가 주관하였던 ‘재활의 날’ 전통을 계승하기로 결의하여 1991년 4월 20일을 ‘제11회 장애인의 날’로 정하게 된 것이다.
우리 사회의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장애인 비율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현재 대한민국 국민 20명 중 1명은 신체 또는 정신적 장애를 갖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올 4월 19일 발표한 국내 등록장애인은 2022년 말 기준 265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인구의 5.2% 수준이다. 중중 장애인은 98만 4,000명(37.1%), 심하지 않은 장애인은 166만 9,000명(62.9%)으로 파악된다. 
우리는 장애인 하면 흔히 선천적 장애만 생각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7년 장애인실태조사’를 보면, 장애인 가운데 88.1%가 후천적으로 장애를 얻었다. 원인은 질병(56%)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사고(32.1%)다. 

지난 3월 23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서울지하철 1호선 시청역 승강장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활동지원서비스 예산 삭감을 의도로 진행되는 ‘서울시 장애인활동지원급여 수급자 일제점검’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서울시는 지난 2월 탈시설 정책의 성과와 문제점을 살펴본다는 취지로 거주시설에서 나온 장애인 1000여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오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장애인 권리 예산을 촉구하는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오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장애인 권리 예산을 촉구하는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는 지난해부터 중단됐다 재개되기를 반복하고 있다. 전장연 측은 핵심 요구인 장애인 권리예산 반영에 대한 기획재정부가 매우 소극적이라는 입장이다.

전장연이 지하철 시위의 종식이 어려운 것은 지난 연말 국회를 통과한 올해 정부 예산안에 장애인 권리 예산이 턱없이 적게 배정됐기 때문이다. 예산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고는 이동권·노동권·교육권 등 장애인의 시민권 보장이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음은 자명하다.

전장연의 핵심 요구사항은 크게 ▲장애인 이동권 보장 ▲장애인 탈시설 지원 ▲장애인 교육 보장과 예산 반영이다. 여기에서 ‘장애인 탈시설 지원’은 장애인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이 시설 밖으로 나와 ‘치료, 훈련, 교육 및 재활’ 등에 적절한 대안을 마련하여 지역사회에 적응하는 것을 말한다.

▶ 편의시설’ 여전히 태부족 

2015년 8월 20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펴낸 ‘장애인의 활동 실태’ 보고서를 보면, 외출을 포함해 집 밖에서의 활동이 불편하다고 응답한 장애인은 45.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관련 편의시설 부족’이 가장 많았고 ‘외출 시에 동반자의 부재’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주종을 이루었다.

지난 2001년 1월에는 설을 맞아 역귀성한 노부부가 ‘오이도역 장애인’ 수직리프트를 이용하다 승강기 케이블이 끊어져 추락하면서 할머니는 사망하고 할아버지는 크게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장애인 이동권’ 사회적 논의가 시작됐다.

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위한 ‘저상형버스’도 이때 처음으로 도입됐다. 특히 지난 2004년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하 교통약자법)’ 제정돼 장애인 이동권 개념이 처음 법에 명시됐다.

이에 따라 2007년부터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 5개년 계획’이 수립됐다. 

2021년 현재 기준 전국 시내버스 중 30.6%가 저상버스이다. 또한 지난 2021년 12월 31일 노선버스 운송사업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버스를 대폐차(代廢車)하는 경우 저상버스로 도입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교통약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됐고, 이는 의무적 조항이 들어가 있는 법이어서 장애인 이동권의 염원은 어느 정도 달성된 것이다. 그럼에도 2021년 한국교통안전공단 조사에 따르면, 지체 장애인의 실제 시내버스 이용률은 38.9%에 불과했다.

사진: 지하철 기다리는 장애인들 = 21일 오전 광주 동구 도시철도 1호선 문화전당역에서 장애인들이 지하철을 타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420 광주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이날 2023년 장애인 권리 확보를 위한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지하철 타기 등 행진을 했다
사진: 지하철 기다리는 장애인들 = 21일 오전 광주 동구 도시철도 1호선 문화전당역에서 장애인들이 지하철을 타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420 광주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이날 2023년 장애인 권리 확보를 위한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지하철 타기 등 행진을 했다

다음은 지하철의 ‘1역사 1동선’의 문제이다. 지상의 외부 출구부터 지하 승강장까지 교통 약자가 별도의 도움 없이 승강시설을 이용해 지하철을 탑승할 수 있는 동선은 100% 미달성이다. 서울시는 2022년 4월 19일, 교통약자를 위한 대중교통·보행 이용환경 개선안을 내놓으며 2024년까지 지하철 전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서울시의 ‘1역사 1동선’ 확보율은 93.55%로, 전체 326개 중 21개역에 아직까지 엘리베이터 설치가 되지 않았다.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공공시설조차 장애인 편의시설이 태부족하고 많은 예산을 들여 설치한 시설도 이용하기 불편하다. 장애인용 화장실은 너무 좁게 설계되어 휠체어가 들어가지 않는 곳도 있다. 화장실 바깥에 휠체어를 두고 다른 사람의 부축을 받거나 업혀 들어가야 한다.

이와 함께 장애인용 진입로 기울기 문제 또한 주목받고 있다. 보건복지부 지침은 동사무소 등의 장애인용 진입로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혼자 오를 수 있도록 기울기를 5.6도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건물 여건 등을 고려해도 최고 8.3도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 규정에 맞게 만들어진 진입로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리고 진입로 일부에는 장애인이 잡고 걸을 수 있는 쇠파이프가 설치돼 있지 않다. 또 경사로에 설치된 손잡이용 쇠파이프는 지름이 3.2~3.8㎝여야 하는데도 너무 굵어 잡는데 불편한 곳도 있다. 도로의 점자블록, 점자표지판 부족뿐만 아니라 점자 업무 안내 책자 또한 여전히 부족하다.

▶ 장애인의 선진복지 ‘전력투구해야’  

이전 ‘장애인복지법’ 제15조의 일부 항목에서 ‘정신장애인’은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의 적용을 받기에 ‘장애인복지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한을 받을 수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었다. 

‘정신건강복지법’의 내용을 상세히 살펴보면, 정신장애인에 대해서는 ‘복지’적인 측면보다 ‘의료’에 대한 내용에 치중되어 있었다. 이 규정으로 인해 정신장애인이 장애인으로 등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복지법’의 복지서비스 등을 제공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런 위헌적 독소조항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하는 등 거듭된 노력으로 ‘장애인복지법’ 개정법률안이 결실을 맺게 된다. 2021년 12월 2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이라는 문구가 삭제되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이번 폐지로 정신장애인들은 장애인복지법이 규정한 지역사회 서비스들을 신체장애인과 동일한 위치에서 제공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법의 제도적 보완과 함께 이제는 장애인의 ‘여가문화’에도 실질적 관심을 제고할 시점이다. 

여가문화는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현실은 장애인의 사회적 관심과 이해의 부족, 환경의 제한성 등으로 여가활동에 참여하기 어려웠다. 한편, 다양한 프로그램의 부재와 전문인력 부족 등으로 능동적이고 체계적인 여가활동 프로그램을 제공하지 못하였다. 그 동안 구체적인 연구와 프로그램개발, 교육 및 훈련, 국가의 정책적 지원이 미흡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여러 문제점을 극복하여 장애인도 여가문화 참여기회가 넓혀질 수 있도록 사회구성원들은 총체적 관심과 노력을 한층 배가해야 한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19조에는 “모든 장애인은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선택권을 가지고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지역사회 통합’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이다. 

이제, 장애란 질병이나 손상에서 비롯된 활동의 제약이라는 관점을 넘어 사회로부터 적절한 대처를 제공받지 못하기 않기 때문에 수반되는 어려움이라는 관점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장애 개념의 패러다임이 ‘의학적 모델’에서 ‘융합 모델’로 변화하면서, ‘개인적‧사회적‧환경적’ 요소 등 복합적인 측면을 감안하는 추세로, 국내 장애인 지원정책도 통합서비스 및 지역사회 서비스 지원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장애인에게 맞춤형‧통합형 서비스 지원을 위한 정책 변화와 시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지원 체계는 여전히 공급자 중심으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와 복지의 연계를 위한 협의체 운영 및 플랫폼 구축과 공유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장애인에 대해 명확한 지원 목표와 대상자를 설정하고, 각 유형에 적합한 지원체계 구축과 함께 서비스의 충분성과 다양성 확대를 통한 ‘통합돌봄 인프라 구축’이 요망된다.

사진: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오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장애인 권리 예산을 촉구하는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 43회 장애인의 날,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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