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강남의 한 고층 건물에서 10대 학생이 소셜미디어(SNS) 생방송을 켜놓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방송을 통해 투신을 예고했고, 이를 수십명이 동시에 접속해 지켜봤다고 한다. 방송을 본 사람의 신고로 경찰과 소방당국이 현장에 출동했으나 비극은 막지 못했다. 영화나 드라마도 아니고 타인의 비통함과 참담한 현장을 흥미 위주로 시청하는 일이 아무런 통제 없이 벌어졌다니 큰 충격이다. 청소년들의 호기심과 자극적인 것을 찾는 온라인 관음증과 자살 장면까지 생중계하는 그릇된 SNS 의존증이 사회적인 큰 문제다. 

그런데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바로 다음날 또 다른 10대가 강남의 한 중학교에서 같은 동급생에게 흉기를 휘두른 뒤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투신했다. 그리고 뒤이어 또다시 강남구 한 아파트에서 10대가 떨어져 숨진 채 발견됐다. 불과 닷새 사이에 10대 학생 3명이 극단 선택을 했다니 참담하기 그지없다.  

더 큰 문제는 SNS를 통해 이런 비극이 아무런 통제 없이 실시간 방송된다는 점이다. 인터넷 기반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방송법 규제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많이 사용하는 SNS에서 이 같은 극단적 선택이 생방송 된다는 것은 그 확산성으로 인해 모방행위와 집단 트라우마를 통한 사회적 부작용이 크게 우려된다. 이 사건 영상만 하더라도 순식간에 온라인 공간으로 확산됐다가 현재는 대부분 삭제됐다고 한다.

최근엔 전(前) 대통령 손자라는 청년이 SNS 생방송을 통해 몇가지 마약을 투약하고 광란을 일으키자 곧바로 구조대원들에게 들려 나가는 사건이 있었다. 불법 마약을 투입하는 장면을 의도적으로 생방송 한 것은 현행범으로 매우 위험한 범죄행위다. 모방심리와 충동성이 강한 청소년들에게는 바로 ‘베르테러의 효과’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작용 된다는 점이다.

‘베르테러의 효과’란 사회적으로 유명한 사람의 죽음, 특히 자살에 관한 소식에 심리적으로 동조하여 이를 모방한 자살 시도가 잇따르는 사회 현상을 이르는데,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출판된 후 이 책을 읽은 다수의 청년 독자들이 주인공인 베르테르의 죽음을 따라 모방 자살을 했던 것에서 유래했다.

이번 SNS 생방송을 켜둔 채 투신한 10대 여학생은 극단적 선택을 하기에 앞서 우울증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했고, 여기서 알게 된 이들로부터 동반 자살 메모를 받고 자신의 SNS 생방송을 켜 놓고 실행에 옮겼다. 특히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청소년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SNS발 자살유발정보에 대한 경각심과 대책이 시급하다. 자살유발정보는 자살 동반자 모집, 실행을 유도하는 글 등 자살을 부추기거나 돕는 방식의 정보들로, 현행법상 이를 유통할 경우 2년 이하 징역에 처하거나 2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지난 19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자살유발정보에 대한 시정 요구 건수는 2021년 713건에서 지난해 1046건으로 급증했다. 건수가 1000건을 넘긴 것은 처음이다. 과거 특정 사이트에서만 나타나던 자살유발정보가 이제는 트위터 등 일반 SNS에서도 쉽게 발견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청소년들이 쉽게 접속하는 SNS 미디어로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동반 자살 등을 모의하는 커뮤니티들의 폐쇄를 통한 강력한 조치가 요구된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삶의 만족도는 67%(만 15살 기준, 2018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하위권이다. 치열한 학력 경쟁사회에서 성장해야 하는 청소년에게 스트레스는 있기 마련이다. 궁극적으로 과도한 경쟁사회를 지양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을 펴야겠지만, 은둔형 청소년 등 당장 위기에 처한 이들이 극단의 상황에 내몰리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와 지원에 나서야 한다.

사진: 지난 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16∼2020년 '기분장애(F30~F39)' 질환의 건강보험 진료 현황에 따르면 우울증이나 조울증 등 기분장애로 진료를 받은 환자가 해마다 약 7%씩 늘어 지난해 100만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지난 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16∼2020년 '기분장애(F30~F39)' 질환의 건강보험 진료 현황에 따르면 우울증이나 조울증 등 기분장애로 진료를 받은 환자가 해마다 약 7%씩 늘어 지난해 100만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10대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다. 10대 자살률(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자 수)은 7.1명으로 한해 전보다 10.1% 증가했다. 병이나 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청소년보다 스스로 삶을 등지는 청소년이 더 많다. 12~14세 자살률은 2000년 10만 명당 1.1명에서 2021년 5.0명으로, 15~17세는 5.6명에서 9.5명으로 늘었다.

우리나라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부동의 자살률 1위 국가다. 자살자 수가 OECD 평균의 2배를 넘는다. 자살률은 2011년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였는데, 최근 4~5년 다시 늘고 있다. 고령자 자살률은 줄고 있는데 반해 10~20대가 증가하고 있다. 2021년 자살 원인은 정신적 문제(40%), 경제생활(24%), 육체적 질병 문제(18%) 순이었다. 특히 젊은 층의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2021년 20대 우울증 환자는 2017년에 비해 127%나 늘었다. 20대 불안장애 환자도 87% 늘었다. 한국 사회 특유의 과당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비교를 부추기는 SNS 등이 요인으로 거론된다.

무분별하고 유해한 반사회적 생방송에 대한 행위로부터 SNS 이용자 보호 방안과 규제 마련이 시급하다. 현재 유해 콘텐츠 등을 일일이 모니터링하기에는 인력 부족으로 쉽지 않겠지만,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서라도 적극적으로 대처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도 SNS상에 반사회적 유해 콘텐츠가 올라올 경우 즉시 삭제하고, 플랫폼 업체들의 자정 노력과 철저한 단속도 요구된다.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규제는 ‘표현의 자유’와 상충되지만 극단 선택을 부추기고 이를 생방송 중계로 전파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가 아닌 공동체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반사회적 범죄 행위다. 청소년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 다양화되고 심화됐다. 어린 시절부터 치열한 경쟁에 노출돼 상대적 박탈감과 불안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은 학업 스트레스가 과도하고, 학교 폭력이나 유해 정보가 담긴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 라이브 방송, 동영상에 무분별하게 노출돼 있다. 반사회적 콘텐츠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고 치유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자율 규제를 강화하는 SNS 미디어 관련법이 조속히 정비돼야 한다. 

최충웅(언론학 박사) 주요약력 

ㅇ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ㅇ 경남대 석좌교수
ㅇ YTN 매체비평 고정 출연
ㅇ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예오락방송 특별 위원장
ㅇ 방송위원회(보도교양/연예오락)심의 위원장
ㅇ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ㅇ 방송통신학회 수석 부회장
ㅇ 방송통신연구원 부원장
ㅇ KBS 예능국장, TV제작국장, 총국장, 정책실장, 편성실장
ㅇ 중앙일보·동양방송(TBC) TV제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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