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위상 신뢰도’ 밑바닥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따르면, 지난 4월 25일 출범 당시 임용됐던 검사 두 명이 또 사표를 냈다고 한다. 이로써 2년 전 출범 때 임용된 검사 13명 중 8명이 떠나게 됐다. 두 검사의 사표가 수리되면 공수처 검사 정원 25명 중 20명이 남게 된다. 이미 공수처는 검사의 만성적 인원부족으로 계속 충원을 진행하고 있지만, 계속적 이탈로 인해 검사 정족수 도달은 여전히 미지수이다. 이들의 사표 행렬은 한결같이 “공수처에 더 남아 있어도 기여할 바가 없을 것 같다”는 언급에 귀결된다.

사진: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범 당시 '1기'로 임용됐던 검사 2명이 또 사표를 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권수사정책관 김성문(사법연수원 29기) 부장검사와 수사기획관 박시영(변호사시험 2회) 검사는 최근 공수처에 사의를 표명했다.
사진: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범 당시 '1기'로 임용됐던 검사 2명이 또 사표를 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권수사정책관 김성문(사법연수원 29기) 부장검사와 수사기획관 박시영(변호사시험 2회) 검사는 최근 공수처에 사의를 표명했다.

공수처는 당장 수사 차질을 고민하는 상황이 됐다. 공판 절차가 길게는 수년까지 소요되는 만큼, 공소유지만 하더라도 상당수 인력이 필요하다. 공수처가 수사 중인 사안들이 향후 재판에 넘어가게 된다면 인력 차질은 한층 심화될 공산이 크다.

여타 다른 조직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러니 2년간의 수사 실적도 낯부끄러울 정도이다. 자체적으로 범죄 혐의를 포착한 인지(認知) 사건은 물론 체포·구속 실적은 전무에 가깝다. 손에 꼽기도 민망할 정도의 성과에 ‘빈손의 공수(空手)처’라는 비판이 뒤따른다. 이렇듯, 왜 공수처의 위상과 신뢰도는 민망할 정도의 수준에까지 곤두박질쳤을까? 

공수처는 2021년 1월 21일에 출범한 권력형 비리수사 전담 기구이자 국가인권위원회와 더불어 대통령의 업무 지휘를 받지 않는 독립된 중앙행정기관이다. 검찰의 권한을 분산, 견제하고 정치권력 영향으로 매우 미흡했던 권력형 비리를 뿌리 뽑기 위한 시대적 사명을 안고 공수처가 출범한 것이다. 원칙적으로는 수사권만을 가지나,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는 기소권까지 보유하게 된 것이다. 

‘검사동일체 원칙’과 ‘기소편의주의’(불기소처분)는 견고한 카르텔을 형성하여 검찰권 남용이란 폐해를 낳았다. 검찰 권력의 핵심은 기소권에 있다. 특히 기소권은 1949년 검찰청법이 만들어진 이후 오직 검찰만이 소유하고 있는 고유 권한이었다. 누군가를 재판에 넘길 수 있는 권한(형사소송법 제246조)은 재판에 넘기지 않을 수 있는 권한(제247조)과 결합해 무소불위 힘을 발휘하였다. 

‘기소독점주의’는 검사가 특수한 사정에 영향을 받지 않고 공소권 행사의 공정을 기하려는 취지로 형성됐지만, 공수처의 탄생은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깨는 신호탄이었던 것이다. 특히 검찰의 범죄를 검찰 자신이 수사하는 것을 차단하는 역할이 부여되는 헌정사 초유의 대업이었던 것이다.  

수사력 강화 ‘인력충원 병행돼야’

공수처의 수사대상은 △대통령 △국회의원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국가정보원 3급 이상 공무원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 등으로, 전체 규모가 7000여명에 이른다. 수사대상인 고위공무원의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부장검사 1명을 추가로 공모한다고 4일 밝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부장검사 1명을 추가로 공모한다고 4일 밝혔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이 규정한대로 검사 총 25명, 수사관 40명, 행정인력 20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규모로 인한 수사능력 저하가 공수처 출범 전부터 논의돼 왔지만, 실제 법에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이처럼, 매우 적은 인력에 공수처 검사들은 업무 효율이 매우 어려운 수준이라고 토로한다. 시간과 인력이 필요한 인지수사는 시도조차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또한 공수처가 이첩·수사 의뢰된 사건에 검찰과 경찰, 감사원 등에 의존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사 실무를 담당하는 수사관들은 이미 과부하가 걸려 있다. 

검찰은 통상적으로 검사 한 명당 수사관 2~3명을 배치하고 있다. 공수처는 검사 한 명당 수사관이 고작 1.6명이다. 이와 함께 신설기관이라 축적된 수사 관련 자료와 정보, 데이터 등이 태부족인만큼, 업무 과중의 고충 역시 간단치 않다.

공수처가 정상 가동되려면 조직 규모를 확대해 조직체계의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2022년 11월 15일 ‘공수처 조직역량 강화 방안 마련 정책연구’보고서가 발간된바 있다. 공수처는 지난해 5월 한국정책능력진흥원을 연구용역 수행기관으로 선정한 뒤 동년 6월부터 10월까지 4개월간 정책연구용역을 실시했다.

보고서는 공수처 정원은 85명에서 170명으로 2배가량 늘어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됐다. 검사(공수처장·차장 포함)는 부장검사 5명·부부장검사 7명·검사 26명 등 총 40명이 필요하고, 수사관은 검사 인력의 두 배인 80명, 행정직원은 50명이 적정 인력으로 판단됐다. 확대된 인력을 통해 수사 조직을 전문화 및 세분화하는 등 직제의 혁신이 시급하다는 게 보고서의 요체다.

그러나 공수처 인력을 늘리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정원을 확대하려면 법을 바꿔야 한다. 이미 국회에는 공수처 정원을 늘리는 법안 등 관련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인력 증원은 공수처가 제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인력 충원 못지않게 다음의 난점들이 거론된다. 

고위공직자 비리는 통상 민간 비리와 얽혀 복잡한 구조와 양상을 보인다. 그러나 공수처법은 법으로 정한 수사 대상과 범죄만 수사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검찰·경찰의 하부 구조부터 수사와는 달리 ‘윗선’부터 수사를 시작해 아래 단계로 내려가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실패 가능성이 높고 명료한 증거 없이는 시도하기 힘든 수사 방식이다.

이런 매우 취약한 조건이라면, 공수처 수사능력의 평가절하에 앞서 “사실상 할 수 있는 수사는 거의 없다”라는 공수처의 항변에 대해, 의회는 인력보강부터 우선시 협조해야 한다.

“이첩 기소권, 우선 수사권” 

공수처와 검찰, 이 두 기관의 또 다른 갈등 원인으로는 공수처법에는 이첩한 사건의 기소권을 어느 기관이 갖는지에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공수처는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더라도 기소권한은 공수처에 있다고 보고 있다. 검사, 판사 등에 대한 기소권이 공수처에 있다는 규정에 근거한 판단에서이다. 하지만 검찰은 사건이 이첩된 이상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함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검찰 내부에서는 공수처의 ‘조건부 이첩’에 ‘수사 권한’만 이첩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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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공수처에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고발

이와 함께 우선적 수사권 문제이다. 공수처법 24조는 공수처가 다른 수사기관에 앞서는 ‘우선 이체 수사권’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전부터 이 조항을 독소조항으로 규정하고 폐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행 공수처법 24조에 따르면 “공수처는 공수처 수사와 중복되는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 중인 사건을 가져올 수 있고, 타 기관이 고위공직자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공수처에 즉시 통보해야 한다. 공수처는 이렇게 타 기관에서 통보 받은 범죄 사실에 대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수처는 “24조에 대해 이를 남용할 염려는 없다. 우선 이첩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다면 기존 수사기관들이 수사하며 조심할 것”이기에 “이런 점에서 그 자체만으로도 24조는 충분히 존재의의가 있다”는 것이다.

공수처의 탄생은 태생부터 검찰과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 공수처는 검찰을 견제하고 검사 등 고위공직자 비리를 수사하기 위해 설치한 기관이기 때문이다.

수사 현안을 둘러싼 권한을 분점하지 않으려는 양 기관의 다툼과 갈등은 멈추기 쉽지 않은 구도이다. 고위공직자와 검찰 권력을 견제하는 수사 기관으로 안착하기 위해선 불완전한 법 조항을 정비하고, 수사 기관 간 견해차를 중재해야 할 정부·여당의 역할도 크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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