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ChatGPT)가 미국의 ‘의사’ ‘변호사’ ‘경영대학원(MBA)’ 시험에 통과해 ‘3관왕’으로 화제를 끌며 유명세를 탔다. 챗GPT는 2022년 11월 30일 OpenAI에서 공개한지 불과 5개월만에 사용자 1억 명을 돌파했다. 챗GPT는 고도로 학습된 AI 프로그램으로 누구나 원하는 질문을 던져 해답을 얻을 수 있는 공개 프로그램이다.

블러그 갈무리
블러그 갈무리

AI가 사람보다 더 뛰어나게 정보를 찾고 보고서를 만들어낸다. 명령어 몇 마디만 있으면 순식간에 시와 소설은 물론 그림까지 그린다. 미국 인공지능 기업 오픈AI의 챗GPT를 필두로 세계 곳곳에서 경쟁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거대 AI들이 출몰하고 있다. 이제 인간보다 지적으로 더 뛰어난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단계로 접어든 셈이다. 창의성이 인간을 앞선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몇 년 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그런데 인공지능을 개척한 석학 대부가 챗GPT 위협을 경고해 세계는 놀라고 있다. 인공지능(AI) 분야의 '대부'로 불리는 제프리 힌튼 교수가 AI의 위험성에 대해 국제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며 10년 넘게 몸담았던 구글을 떠났다. 구글과 결별한 이유에 대해 힌튼 박사는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얼마나 위험한지 자유롭게 비판하고 경고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인공지능 개발에 속도를 내는 구글에 머물면서 인공지능을 비판하는 건 모순이기 때문이다. 힌튼 교수는 일생의 업적인 AI 개발에 대해 후회한다고 했다. 그는 “내가 AI를 연구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사람이 연구했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한다”며 평생 이룬 성과가 후회스럽다고 밝혔다.  

영국 태생인 힌튼 교수는 에든버러대 박사 과정이던 1972년부터 AI를 연구했다. 그는 인공신경망의 학습 방식을 개선하는 ‘역전파 알고리즘’ 개념을 고안, 인간이 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과 비슷한 방식으로 컴퓨터가 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AI의 ‘딥러닝’(기계학습) 기술 기반을 닦았다. AI 전문가들은 딥러닝 기술 없이는 현재의 챗GPT도 나오기 어려웠을 것으로 본다. 그는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로 일하며 AI 업체 DNN리서치를 창업했고, 2013년 구글에 인수되면서 구글 부사장 겸 엔지니어링 펠로우로 연구 활동을 지속했다. 그는 50년을 인공지능 연구에 바쳤다. 또 2018년에는 ‘컴퓨터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튜링상’을 받았다. 그래서 그는 ‘인공지능의 대부’로 불린다.

힌튼 교수가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당초 AI가 사람보다 더 똑똑해질 수 있는 시점이 멀었다고 생각했다. 30~50년 또는 그보다 더 멀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이제 분명히 더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AI가 매우 빠르게 발전하며 인간을 위협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어쩌면 AI 시스템에서 일어나는 일이 실제 사람 뇌에서 일어나는 일보다 훨씬 나은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는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의 경쟁은 글로벌 규제 없인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AI 개발 경쟁을 벌이는 것에 대해 우려했다. AI 분야에 국제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픈AI의 공동 창업자였던 일론 머스크 역시 AI의 잠재적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AI 개발에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유럽연합과 주요 7개국 등 세계 곳곳은 AI 규제 관련 논의에 착수했지만, 규제 강도는 제각각이다. 유럽은 챗GPT 같은 생성형 AI를 고위험 도구로 분류해 엄격한 규제 대상으로 삼는 방안을 논의 중인다.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건 그동안 이미 충분히 예상했다. 그림이나 작곡, 문예 창작 같은 예술 영역에서도 인공지능이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미 인공지능이 창조한 예술 작품이 인간 예술가를 따돌리고 수상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생성형 AI 열풍을 일으킨 ‘챗GPT3′ 버전은 매개변수 고작 1750억개로 놀라운 대화 능력을 보여주었다. 곧 나올 차기 버전의 ‘챗GPT4′는 매개변수가 수 조 개로, 이미 ‘튜링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추측이 파다하다. 대화만 보면 인간인지 기계인지 구별 불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뜻이다. 매개변수가 인간 뇌의 시냅스 수준인 100조개 정도에 이르면 상상도 못 한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힌튼 교수는 AI 기술이 적용된 ‘킬러 로봇’이 현실이 되는 날이 두렵다고도 했다. 나쁜 행위자들이 AI를 악용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가장 두려운 건 인공지능이 ‘뛰어난 지능을 가진 자율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코드를 만들고, 그 코드를 실행하는 상황이 되면 자신만의 행동 방식을 설계하고 행동할 수 있는 진정한 자율무기인 킬러 로봇이 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류의 삶을 바꿔 놓고 있는 인공지능 발전 속에는 가짜 동영상, 보이스피싱 등 AI 이용 범죄가 출몰하고 있다. AI로 인간의 목소리를 복제한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도 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AI가 시스템에 침투해 전력, 교통, 통신 등 공공기능을 교란할 위험까지 우려된다는 점이다. AI는 기업 생산성을 높이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이보다 더 큰 위험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급기야 AI 전문가들까지 나서 ‘미래의 충격’을 염려하기 시작했다. 오늘의 AI를 만든 ‘딥러닝의 대부’ 힌턴 박사도 AI의 악용 시도를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픈AI 공동 설립자이면서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도 “AI에 대한 선의의 의존도 인류 문명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월 AI업계 유명 인사들과 함께 “최첨단 AI 시스템의 개발을 최소 6개월간 중단하라”는 공개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힌튼 교수는 AI 연구에 대한 규제가 요구된다며, 최선의 희망은 세계 최고의 과학자들이 기술을 제어하는 방법에 대해 협력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규제 도입에 앞서 AI 발전 속도를 늦출 것을 주장했다. AI 시대 제도·윤리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점이다.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 히브리대 교수, 스튜어트 러셀 UC버클리대 교수 등 세계 석학들을 중심으로 AI 개발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유발 하라리 교수는 “강력한 기술적 도구가 나왔을 때는, 안전을 점검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I 기술로 수익화하려는 빅테크 기업들은 AI 속도 조절론에 저항할 가능성이 크다.  

평생 AI를 연구개발한 석학도 우려할 만큼 AI 기술의 발전 속도는 빨라진 데 비해, 각국의 제도적 준비는 부족한 상태다.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할 뿐 아니라 AI 기술을 활용한 사이버 해킹, AI 악용 가능성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에 “선한 의도로 개발된 AI나 자동화 기술조차도, 기술과 기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잊어버릴 수준으로 개발되면 인류 문명이 위험해진다”고 했다. 

AI가 인간의 통제 범위를 벗어날 위험성에 대해 많은 전문가가 경고해왔다. 일론 머스크는 AI가 “핵폭탄보다 위험할 수 있다”고 했고, 스티븐 호킹은 “인류의 종말을 불러올 수 있다”고 까지 했다. 언젠가는 AI가 인간 지능을 뛰어넘는 ‘특이점’이 온다는 것은 과연 몇년 후냐 하는 문제일 뿐이다. 그렇게 초지능으로 도약한 AI지능이 인류보다 우위에 서면 AI 연구자들이 예측하는 최악의 미래가 온다는 것이다.

초거대 AI를 개발하는 기업을 감시하기 위한 ‘국제기구’를 설립하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AI 전문가인 게리 마커스 뉴욕대 교수와 앵카 루엘 스탠포드대 박사는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 기고를 통해 “2차 대전 이후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국제사회가 만들었듯이, AI 개발을 감시할 수 있는 글로벌 중립 비영리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본적으로 AI는 인간을 위한 도구다. 우선 챗GPT의 능력과 한계를 잘 알고 사용해야 한다. 인간과 AI가 상호 보완적으로 팀을 이뤄 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동화할 수 있는 업무는 AI가 수행하고 인간은 소통과 공감을 바탕으로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한 업무에 집중하는 협업이 중요하다. AI는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이기(利器)도 될 수 있고 흉기(凶器)도 될 수 있다. AI의 순기능은 살리면서도, 예상되는 사회적 문제점은 제도로 보완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AI 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을 촉진하되 통제를 놓쳐서는 안 된다. 인공지능이 우리 인간에게 던진 과제에 대해 현명한 해법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  

최충웅(언론학 박사) 주요약력 
ㅇ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ㅇ 경남대 석좌교수
ㅇ YTN 매체비평 고정 출연
ㅇ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예오락방송 특별 위원장
ㅇ 방송위원회(보도교양/연예오락)심의 위원장
ㅇ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ㅇ 방송통신학회 수석 부회장
ㅇ 방송통신연구원 부원장
ㅇ KBS 예능국장, TV제작국장, 총국장, 정책실장, 편성실장
ㅇ 중앙일보·동양방송(TBC) TV제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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