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최고위원 전격 사퇴

지난 5월 10일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당원권 정지 1년, 태영호 의원에게 당원권 정지 3개월의 징계를 결정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윤리위 결정으로 사실상 내년 총선 출마가 원천 봉쇄된 반면, 태영호 의원은 최고위원직 자진사퇴로 ‘정상 참작’을 받으면서 내년 제22대 총선 공천을 신청할 길은 일단 열리게 됐다. 

사진: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이 3일 국회에서 녹취 파문, 후원금 쪼개기 의혹 관련 입장 발표 후 기자회견장을 나가고 있다.

이날 윤리위는 “최고위원이면 높은 품격 갖추고 일반 국민의 건전한 상식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며 “자꾸 반복되는 설화는 외부적으로 당 명예를 실추시키고 민심을 이탈케 하는 심각한 해당행위”라고 징계 이유를 밝혔다.

태영호 의원은 지난 4월 13일 “제주4.3사건은 명백히 북한 김일성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태의원은 페이스북에 “일본 외교청서 공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에 대한 일본의 화답징표다”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 외교청서는 일본이 ‘독도는 자기 땅’이라고 우기는 것이 담긴 책인데, 그걸 가지고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화답의 신호라는 억지 궤변을 늘어놓은 것이다.

이어 동월 18일에는 백범 김구 선생에 대해 “북한을 모르는 사람들이 그걸 봤을 때는 김구 선생이 통일을 위해 노력했다고 하겠지만, 북한의 대남 전략 전술을 아는 사람 입장에서 봤을 때는 김구 선생이 김일성의 통일전선 전략에 당한 것”이라는 발언으로 우리 국민들에게 경악스런 분노를 안겨주었다.

또한 지난 4월 17일에는 더불어민주당을 종교집단에 빗댄 게시물을 올리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태 최고위원은 SNS를 통해 “쓰레기(Junk) 돈(Money) 성(Sex) 민주당. 역시 JMS 민주당”이라고 민주당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곧바로 삭제했다. 해당 글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돈봉투가 오갔다는 의혹과 최근 민주당 인사들의 성비위 의혹에 비판을 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표현의 무절제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5월 1일 이른바 ‘대통령실 공천 개입’을 시사하는 녹취가 공개되며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다. 해당 녹취록에는 태영호 최고위원이 보좌진들을 향해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본인에게 공천문제를 거론하며 정부의 외교정책을 잘 옹호해달라고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탈북민 출신 첫 지역구 의원인 태영호 의원은 주 영국 북한 공사로 근무하다가 탈북해 2016년 8월에 한국에 입국했다. 그해 12월 대한민국 국민임을 공식으로 인정받았고, 지난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태영호 의원은 그동안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으면서 특히 지난 3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새지도부를 선출한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서 13.11% 득표율로 최고위원에 당선되며 주목 받았다.

태영호의원 설화 ‘오래전 예견’ 

2022년 7월 20일, 태영호 의원은 2019년 11월 삼척으로 내려왔던 북한주민 2명이 판문점을 통해 송환한 사건에 대해 거두절미하고 이런 논평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탈북민 강제북송 사건은 문재인 정부의 통치행위라기보다 악랄한 범죄에 가깝다. 배를 타고 동해상으로 탈북한 북한 주민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나포 닷새 만에 포승줄로 결박하고 안대로 눈을 가린 채 판문점을 통해 강제 북송해 버렸으니 말이다.” 

그러나 실상의 진실은 정반대이었다. 북한 어선에서 선장의 가혹행위로 불만을 품은 남성 선원 3명이 배에 탄 선장을 포함한 16명의 동료들을 죽이고 배를 몰아 NLL을 넘어 탈북하였으며, 이들 중 2명이 11월 2일에 대한민국 해군에 나포되었다. 이 두 명은 선원 생활 유경험자였다. 반면 살해된 선원들은 대부분 정식 선원이 아니라 선상 경험이 없는 노동자들이었다.

태영호 의원의 이런 논리는 현 정부의 논지와도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다. “전 정부는 귀순한 탈북자도 헌법상 우리 국민으로 간주하는 국내법과 고문방지협약에 따른 강제송환금지의 원칙 등 국제법을 무시하며 귀순자의 범죄행위만 부각시켰다”는 것이다. 이는 보편적 인권문제에 눈감은 것이 아니라 치명적 범죄까지 포용해야 한다는 억지 논리에 가까운 것이다.

이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2020년 6·25 70주년 추념식 행사에서 연주된 애국가 도입부가 북한 국가와 비슷하다는 태영호 의원의 주장에 대해 “해당 전주는 차이코프스키 교향곡과 영국 국가 도입부의 느낌을 염두에 두고 KBS 교향악단이 편곡했다고 팩트체크가 됐다”면서 “그런 사실을 알텐데도 북한 국가 운운하며 색깔론을 펼친다”고 조목조목 반박한 바 있다. 

대한민국 역사관 ‘온전히 배워야’ 

태영호 의원이 아직도 북한에서 교육받은 역사를 근거로 대한민국의 역사를 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좌파나 우파에 의해 왜곡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왜곡의 시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바로 복원할 수 있는 건강한 토론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제주4·3을 왜곡하고 폄훼했다는 지적을 받은 국민의힘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과 제주4·3유족 사이에 면담이 추진되고 있다.
사진: 제주4·3을 왜곡하고 폄훼했다는 지적을 받은 국민의힘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과 제주4·3유족 사이에 면담이 추진되고 있다.

애초에 그의 문제는 사고방식이 이분법적이란 것에 있다. 잇단 태영호의원의 설화가 정부, 여당 측의 주장이란 점을 감안하면, 국민들은 야당 측의 주장에 더 크게 공감하고 있다는 걸 여론조사는 한결같이 예시한다. 출범이 얼마 되지 않은 ‘국민의 힘 리더십’을 심히 훼손하면서 현 정권의 충견에 가까운 밀착행보를 보이다가 오히려 부담스런 계륵의 존재가 된 것이다.

1997년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오신 지, 13년 만인 2010년 10월 10일  전 노동당 비서 고 황장엽 선생이 세상을 떠났다. 황장엽 선생은 회고록에서, “내가 결단하지 않는다면 먼 훗날 역사는, 북에서는 엄청난 폭력과 불합리 속에 인민들이 고통 받고 있는 데도 당당하게 나서서 비판하거나 저항한 지식인이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말할 것”이라는 ‘민족적 양심’의 목소리에 내몰렸다고 고백했다.

황장엽 선생은 생의 후반기에 북한의 모순을 깨닫고 남한으로 탈출해서 북한 동포들에게 해방의 빛을 전하려 노력했다. “지금 나에게는 죽을 권리도 없다. 마지막 힘을 다해 투쟁할 의무만이 있을 뿐이다”며, 숨을 거두는 그 순간까지 북한의 실상을 알리고, 북한의 민주화와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을 위한 투쟁에 매달렸다.

북한에서 최고의 금수저였던 태영호 의원은 지난 1월 19일 국민의 힘 최고위원 출마의 변에서 이렇게 힘주어 말한바 있다. “북한 세습정권의 속성을 훤히 들여다보면서 그 약점을 가장 정확히 꿰뚫어 보는 태영호가 대한민국 집권당의 최고위원이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할 일일 것입니다. 저의 모든 의정활동은 북한 엘리트들이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들은 대한민국 정치의 다양성과 포용력에 크게 놀랄 것이며 더욱 큰 동요가 있을 것입니다.”

또한 태영호의원은 제21대 국회의원 출마 당시 선언문에서도 대한민국의 그 어느 누구보다 북한 체제와 정권에 대해 상세하게 알고 있다고 자부하면서, 대한민국과 한민족공동체에 가장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해보니 그것은 북한 체제와 정권에 대한 이해와 경험과 예측 능력이었다고 말한바 있다. 아울러 국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진정한 통일정책이 입안되고 실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하였다.

다음 총선에도 공천을 받기위해 최고위원직을 사퇴하였다는 당리당략적 오해를 태영호위원은 조기 불식시키길 바란다. 오직 황장엽 선생의 유업을 본받아 북한 독재정권의 야욕을 분쇄하고 인권과 민주화에만 헌신하길 거듭 당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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