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혜의 영화나들이] 초호화 쿠루즈 전복으로 드러난 새로운 권력관계

영화 ‘슬픔의 삼각형’은 2022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유럽영화상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본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하고, 2023년 95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3개 부문 후보에 오른 영화다. 2017년 ‘더 스퀘어’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이 연출한 영화로 전 세계 영화제 21개 부문에서 수상, 71개 부문 후보에 오른 영화다.

영화 '슬픔의 삼각형'의 한 장면
영화 '슬픔의 삼각형'의 한 장면

‘슬픔의 삼각형’은 돈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호화 크루즈에 #협찬 으로 승선한 인플루언서 모델 커플 야야(고 샬비 딘)과 칼(해리스 디킨슨)이 각양각색의 부자들과 휴가를 즐기다가 뜻밖의 사건으로 배가 전복되고, 8명만이 간신히 무인도에 도착하여 벌어지는 일을 다룬 블랙코미디 영화다.

‘슬픔의 삼각형’은 2017년 ‘더 스퀘어’로 칸영화제 첫 경쟁 진출과 동시에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던 루벤 외스틀룬드에게 두 번째 황금종려상을 안겨 준 영화로,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은 올 5월16일 개막하는 제76회 칸영화제의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영화 '슬픔의 삼각형'의 한 장면
영화 '슬픔의 삼각형'의 한 장면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은 그동안 타협하지 않고 솔직하며 관객들이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는 영화, 예술이 계속해서 스스로 창조하게끔 유도하는 영화를 만들어 온 감독으로, ‘슬픔의 삼각형’에서도 그의 이같은 작업은 계속되어 웃음과 함께 성찰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

‘슬픔의 삼각형’은 호화 크루즈에 탑승한 이들의 예측 불가 계급 전복 코미디로, 크루즈가 전복되고 외딴 섬에 남은 8명의 사람들이 구조를 대기하며 생존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생존을 위한 삶에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 의외의 인물이다.

영화 '슬픔의 삼각형'의 한 장면
영화 '슬픔의 삼각형'의 한 장면

‘슬픔의 삼각형’은 총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에서는 모델 커플 칼과 야야를 통해 성역할의 고정관념을 전복시키고, 2부에서는 초호화 크루즈를 배경으로 다양한 부자들의 위선과 치부를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3부에서는 고급 크루즈 안에서 존재하던 계급이 전복되며, 계층 피라미드의 밑바닥에 있던 청소부 애비게일이 돈이 소용 없어진 무인도에서 캡틴으로 수직 상승하는 새로운 장을 맞이한다. 

모든 걸 가졌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부자들 사이에 캡틴으로 군림하는 필리핀 여성 청소부, 그러나 다시 반복되는 권력 관계의 재편성은 모두의 예상을 뒤집으며 충격적 엔딩으로 마무리 된다.

영화 '슬픔의 삼각형'의 한 장면
영화 '슬픔의 삼각형'의 한 장면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은 집단 하에서 인간 행동의 모순을 다룬 영화들을 주로 만들어 왔는데, ‘슬픔의 삼각형’에서는 크루즈가 좌초되면서 무인도에 도착한 생존자들 사이 뒤집어진 관계를 통해 이야기를 확장해 나가며, 젠더, 돈과 아름다움, 사상과 정치, 계급과 계층, 인종 문제까지 다양한 사회 이슈를 다룬다. 

‘슬픔의 삼각형’에서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은 더욱 적나라하고 노골적인 시선에 신랄한 유머 감각까지 더해 사회의 갖가지 요소를 꼬집어 낸다. 그리고 모든 걸 전복시키는 코미디로서 확실한 웃음을 선사하는 한편, 씁쓸한 풍자의 매운 맛까지 남기며 잊지 못할 영화적 경험을 선사한다.

영화 '슬픔의 삼각형'의 한 장면
영화 '슬픔의 삼각형'의 한 장면

잘나가는 패션 모델 겸 인플루언서로 당당하고 솔직한 매력을 발산하는 ‘야야’ 역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배우 고 샬비 딘이 맡았다. 샬비 딘은 6살 때부터 모델 일을 시작, 실제로 유명 패션쇼에 섰던 탑 모델이다. 

모델 활동에 이어 ‘슬픔의 삼각형’을 통해 배우로서의 활동을 시작한 샬비 딘은 칸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았고 기대되는 라이징 스타로 떠올랐으나, 얼마 뒤, 세균성 패혈증으로 32세의 나이에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샬비 딘은 ‘슬픔의 삼각형’에 대해 “사람들이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토론하고 싶어하면서 극장을 떠나길 바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마음을 움직이고, 약간 화나게 하고, 웃고 울게 하는 영화”라는 말을 남겼다.

영화 '슬픔의 삼각형'의 한 장면
영화 '슬픔의 삼각형'의 한 장면

패션 모델 ‘칼’ 역은 ‘말레피센트 2’,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마티아스와 막심’, ‘가재가 노래하는 곳’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해리스 디킨슨이 맡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찌질하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남자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해 냈다.

해리스 디킨슨은 ‘슬픔의 삼각형’의 오디션에서 12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패션 모델 ‘칼’ 역에 캐스팅되었는데,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은 그를 캐스팅한 이유를 “못생김을 연기할 수 있는 배우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영화 '슬픔의 삼각형'의 한 장면
영화 '슬픔의 삼각형'의 한 장면

“배에선 청소부 여기선 선장”인 애비게일 역은  30편 이상의 연극 작품과 다양한 TV 시리즈에 출연하며 경력을 쌓아온 필리핀의 베테랑 배우 돌리 드 레온이 맡아 강한 생존력으로 무인도에서 권력을 잡게 되는 청소부 애비게일 역을 맡아 많은 관객들에게 계급 전복의 통쾌함을 안긴다.

돌리 드 레온은 필리핀 배우 최초로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과 골든글로브 시상식 연기상 후보로 되었다. 2023년 영국 보그지는 돌리 드 레온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 31인” 중 한 명으로 꼽기도 했다. 

돌리 드 레온은 “애비게일은 자기 자신을 위해 권력을 사용했다. 살면서 가져본 적이 없는 것들을 가지기 위해권력을 이용한 것이다. 무인도에 도착하기 전까지 애비게일은 아무것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러니 권력이 생기자 거기 있는 사람들로부터 무언가를 얻어낼 기회라고 생각한 거다. 아주 똑똑하고 훌륭한 방식으로 사용했다”고 애비게일을 변질시킨 권력에 대해 말했다.

영화 '슬픔의 삼각형'의 한 장면
영화 '슬픔의 삼각형'의 한 장면

“난 개똥 같은 사회주의자야”라고 외치는  선장 토마스 역은 아카데미 3회 노미네이트, 골든글로브 4회 노미네이트, 미국배우조합상(SAG) 2회 수상이라는 뛰어난 경력을 가진 헐리우드의 우디 해럴슨이 맡아 호화 크루즈를 이끄는 선장이지만 마르크스주의자로서 크루즈에 탑승한 부자들을 비판하는 토마스 역을 맡아 코믹한 연기로 관객들의 웃음을 유도한다.

영화 '슬픔의 삼각형' 포스터
영화 '슬픔의 삼각형' 포스터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은 ‘슬픔의 삼각형’의 의미에 대해 “뷰티 업계에서 사용되는 용어다. 한 친구가 파티에서 성형외과 의사 옆에 앉았었는데, 그 의사가 그녀의 얼굴을 보더니 눈썹 사이 주름을 가리키며 "슬픔의 삼각형이 꽤 깊게 패었네요... 하지만 보톡스로 15분이면 고칠 수 있어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스웨덴어로는 '트러블 링클(trouble wrinkle)'이라고 하는데, 인생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황금종려상을 2회 수상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미카엘 하네케, 다르덴 형제, 켄 로치를 포함해 전 세계 단 9명 중의 한명인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영화 ‘슬픔의 삼각형’은 5월1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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