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뉴스프리존]김 석 기자= 사흘 전 서울 양천구에서 전세사기 피해자가 사망해 경찰이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8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4층짜리 빌라 2층 이모(30)씨가 세들어 사는 집에서 이씨가 쓰러진 채 숨져 있는 것을 가족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가족은 이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집에 찾아갔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 씨의 임대인은 '무자본 갭투기' 방식으로 1천139채의 주택을 보유했던 김 모 씨로 이씨는 '빌라왕' 김모(43)씨 사건 피해자였다.

세입자들의 피해가 한창 드러나던 지난해 10월, 지병으로 사망했다.

경찰은 이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정황이나 유서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부검 구두 소견상 이 씨의 사망 원인은 뇌출혈로 유족은 평소 지병이 없던 이 씨가 지난해 전세 사기 피해를 인식한 뒤, 극심한 스트레스와 피로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이씨는 '빌라왕' 김모(43)씨 사건 피해자였다. 김씨는 빌라와 오피스텔 등 주택 1천139채를 보유하고 전세를 놓다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채 지난해 10월 숨졌다.

등기부등본과 경찰 설명을 종합하면 이씨는 2021년 6월 김씨와 보증금 3억원에 2년 전세계약을 맺어 다음달 만기를 앞두고 있었다.

김씨는 이씨와 계약하기 한 달 전 26.63㎡(8평)짜리 이 빌라를 3억원에 사들였다. 매입 직후 같은 액수의 보증금을 받고 '무자본 갭투자'를 한 것이다.

김씨는 2021년 4∼5월 이 건물 11세대 가운데 5세대를 사들였다. 지난해 5월 1세대를 팔아 숨질 당시 4세대를 소유하고 있었다.

김씨는 모두 62억5천만원의 종합부동산세를 체납했다. 이씨가 살던 집을 포함한 4세대 모두 세무서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에 압류된 상태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신축이라지만 전세가 너무 비싸다. 이 근처 방 2개짜리 빌라 전세는 1억8천만원에서 2억원이 정상"이라며 "이 동네 신축 빌라 매물은 위험해 취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건물에 거주하는 또 다른 전세사기 피해자는 "이씨가 피해자들이 모인 대화방에 참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2월28일부터 지난달 17일 사이 인천에서 '건축왕' A(61)씨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20∼30대 피해자 3명이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된 바 있다.

눈물 흘리는 전세사기 피해자들 = 서울 양천구에서 전세사기 피해자가 사망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주최 전세사기 피해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3.5.11
눈물 흘리는 전세사기 피해자들 = 서울 양천구에서 전세사기 피해자가 사망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주최 전세사기 피해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3.5.11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등은 이날 오후 국회 앞에서 전세사기 특별법과 관련해 정부여당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며 이씨를 추모했다.

대책위는 "얼마나 더 죽어야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을 건가"라며 "특별법에 정부가 보증금 채권을 매입하는 '선구제·후회수' 방안을 포함해달라"고 촉구했다.

같은 빌라 내 다른 피해자들과 공동 대응을 계획하는가 하면 언론에도 피해사실을 알리고 변호사를 선임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출 이자와 소송 비용에 빚은 불어만 갔고, 결국 본업에 아르바이트까지 병행하며 휴일도 없이 밤낮으로 일했다.

세상을 떠난 날 오전에도 대출 기간 연장 상담을 위해 은행에 갈 계획이었다.

피해자 단체들은 고인을 추모하는 한편, 해법이 막막한 현실을 되새겼다.

특히 임대인이 사망하는 등 수사가 불가능할 경우 구제가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이를 개선해 달라는 수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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