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코로나19 여파를 벗어나며 흑자 전환에 성공한 호텔롯데의 행보에 재계 관심이 몰리고 있다.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 영향에서 벗어나려는 신동빈 회장의 숙원 사업을 이루기 위한 IPO(기업공개)를 중장기적으로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호텔롯데는 지난 15일,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357억 원을 기록해 작년 동기(영업손실 1244억 원)와 비교해 흑자 전환했다고 공시했다.

이완신 롯데호텔군HQ 총괄대표가 호텔롯데 법인 창립 50주년 행사에서 'Expand Your Experience'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호텔롯데)
이완신 롯데호텔군HQ 총괄대표가 호텔롯데 법인 창립 50주년 행사에서 'Expand Your Experience'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호텔롯데)

사업 부문별로 보면 호텔 부문은 영업손실 173억 원을 기록하며 작년보다 적자 폭을 줄였다. 매출은 2642억 원을 기록했다. 흑자 전환에는 실패했지만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단행한 호텔-리조트 사업부 통합 조치가 시너지 효과를 냈다. 작년 1분기 호텔과 리조트 부문 합산 매출은 1807억 원, 영업손실은 397억 원 수준이었다.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한 데다, 국빈 방문, 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등 대규모 행사가 재개된 점이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작년 코로나로 내국인 수요가 몰렸던 제주, 리조트, 골프장 등의 1분기 실적은 다소 하락했다. 해외여행이 재개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전체 매출의 약 70%를 차지하는 면세 부문 매출은 7542억 원으로 작년보다 39%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358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지난 1월부터 다이궁(보따리상)에 대한 송객수수료를 내려 비용이 줄어든 데다, 동남아시아·일본 등 외국인 관광객을 다수 유치하고 내국인 매출까지 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호텔롯데 측은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면세사업자를 위한 정부 지원책 가운데 하나인 보세판매장 특허수수료 50% 감면분이 반영된 것도 일조했다.

월드 부문 매출은 작년보다 94% 늘어난 850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72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이는 역대 1분기 중 최대 실적이기도 하다.

이번 호실적으로 올해 1월 26일 취임한 롯데그룹 호텔군HQ 이완신 총괄대표의 부담은 크게 줄었다. 이 총괄대표는 취임 직후 조직 개편을 통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호텔과 리조트를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호텔롯데 대표이사직은 이봉철 전대표, 안세진 전 대표 등을 거쳐 이완신 총괄대표에게 맡겨지는 등 지난 3년간 세 차례 교체되기도 했다. 이 전 대표와 안 전 대표가 모두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했던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번 실적은 이완신 대표의 어깨를 가볍게 해 줄것으로 보인다.

이 총괄대표는 1987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해 2017년부터 롯데홈쇼핑 대표이사를 맡아온 ‘정통 롯데맨’으로, 롯데그룹 유통 및 호텔사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로 꼽힌다.

나아가 이번 호실적을 계단으로 삼아 다시 IPO를 추진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호텔롯데의 IPO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이유는 상장시 국내외 투자자들을 통해 일본 지분율을 희석시킬수 있으며, 향후 롯데지주와의 합병으로 호텔롯데 산하 계열사들을 한국 롯데 그룹으로 흡수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이뤄낼 수 있어서다.

현재 호텔롯데는 롯데지주 지분 11%를 보유하고 있으며, 호텔롯데는 일본롯데홀딩스가 지분 19.07%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또 일본 롯데 계열사 지분율이 99.28%에 달한다. 사실상 일본회사로 평가받는 이유다. 하지만 IPO를 진행하면 한국 투자자들의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

참고로 호텔롯데는 2015년부터 IPO 추진을 구체화했으나 신동주ㆍ동빈 형제간 경영권 다툼과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 여기에 코로나19 여파로 실적 부진에 빠지면서 IPO 작업이 중단된 상태다.

한편 호텔롯데는 24일, 잠실 롯데호텔 월드에서 창립 50주년 기념식을 열고 '익스팬드 유어 익스페리언스'(Expand Your Experience, 롯데와 경험을 함께하는 모든 이들에게, 무한한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를 새로운 비전으로 선포했다.

이완신 총괄대표는 환영사에서 "50년 전 관광보국(觀光報國)의 일념으로 출범한 호텔롯데는 롯데호텔을 시작으로 롯데면세점, 롯데월드까지 문화·관광 사업을 지속해 확장하며 전 세계 고객에게 사랑받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쌓아온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대한민국과 온 세상을 풍요롭게 하고 고객에게 행복한 경험과 빛나는 순간을 제공하는 아름다운 100년 기업으로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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