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도의 날 ‘갑자기 멈춰’

미국 재무장관 ‘재닛 옐런’(Janet Yellen)이 경고한 ‘美 부도의 날(채무불이행)’인 6월 5일을 향해 맹질주하던 파국 열차가 불과 몇일을 남기고 일단 갑자기 멈춰 섰다.

부채한도 협상하는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하원의장 = 미국의 국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시한(6월 5일)을 8일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28일(현지시간) 부채 한도 상향 협상의 최종 합의안을 도출했다. 이번 합의를 두고 민주당과 공화당 양측 모두에서 일부 강경파 의원들의 불만이 나오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의장은 부채한도 상향 법안의 의회 통과를 위해 주어진 시간 안에 각 진영 의원을 설득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사진: 부채한도 협상하는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하원의장 = 미국의 국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시한(6월 5일)을 8일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28일(현지시간) 부채 한도 상향 협상의 최종 합의안을 도출했다. 이번 합의를 두고 민주당과 공화당 양측 모두에서 일부 강경파 의원들의 불만이 나오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의장은 부채한도 상향 법안의 의회 통과를 위해 주어진 시간 안에 각 진영 의원을 설득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미국 연방정부 부채한도 문제와 관련, 팽팽한 대립국면 속에 파행의 연속이었던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Kevin Mccarthy) 하원의장이 최종 합의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의안은 민주당과 공화당 간의 길고도 치열한 협상 끝에 도출되었다. 미 CNN 등 외신은 공화당 주장이 대거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한다. 오는 31일 의회 표결을 남겨 놓고 있는데, 양측 모두 협상안이 의회를 통과할 거라는 데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 5월 27일 밤, 연방정부 부채 한도를 올리는 대신에 연방정부 지출을 제한하기로 절충점을 찾은 것이다. 이들 리더는 현재 31조4천억달러(약 4경원)인 부채 한도를 2025년 1월까지  2년간 부채한도를 상향하는 대신 비국방 분야의 2024 회계연도 지출은 동결하고, 2025년에는 예산을 최대 1%만 증액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안에 따르면, 공화당 요구대로 에너지 프로젝트 허가 과정은 신속화 된다. 공적인 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 정책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이며, 양측은 퇴역 군인을 위한 건강 보험 지원 보장에도 합의했다. 반면에 민주당 진보 진영이 거부하던 사회복지 축소가 포함됐다. 푸드스탬프 등 일부 연방정부 복지 프로그램 수혜자에 대해 근로 요건을 강화하고, 사용하지 않은 코로나19 예산은 환수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도 2025년까지 부채한도가 상향 조정되는 터라 내년 대선까진 부채한도로 옥신각신할 필요가 없게 됐다. 결국, 이는 채무불이행 사태를 막는 한편 공화당이 요구하는 정부 지출 축소를 받아들인 타협안인 셈이다. 

‘미국 부채한도’ 31조4천억 달러

미국은 든든한 국가 신용과 대표적 기축통화인 달러화를 기반으로 엄청난 규모의 국채를 발행한다. 그럼에도 추후 국채를 갚지 못하거나 이자 지급을 못 하면 ‘국가부도 사태’로 속개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21일(현지시간) 전화통화를 하고 교착상태에 빠진 연방정부 부채한도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21일(현지시간) 전화통화를 하고 교착상태에 빠진 연방정부 부채한도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때문에 의회는 정부가 과도한 빚을 내지 않도록 ‘국가부채 상한선’(Public Debt Ceiling)을 두어 통제하고 있다. 미 의회는 조 바이든 정부 취임 첫해인 2021년 12월 협상을 통해 국가부채 한도를 2조5000억 달러(약 3340조 원) 늘린 31조4천억 달러로 책정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리면서 올해 1월 한도에 도달했다. 의회가 부채 한도를 허용하지 않으면, 연방정부는 국채를 더 이상 발행할 수 없는 절박한 처지로 전락한 것이다.

상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부채 한도 증액에 찬성하지만 문제는 하원이었다. 현재 하원은 야당인 공화당이 222 대 213석으로 우세하며, 반대로 상원의 경우 민주당이 51대 49석으로 우위이다.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향후 예산 증가율을 1%로 제안하는 등 바이든 행정부가 예산 절감을 약속하지 않는다면 부채 한도를 증액시킬 수 없다고 완강하게 맞서왔던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로는 차기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상황에서 쉽게 수용할 수 없었다. 신재생 에너지 확대, 인프라 투자 확대, 학자금 감면 등의 표심을 자극할 호재를 놓고 주저할 입장이 아니었다. 

 ‘달러 시대’ 저물고 있어

부채한도를 설정한 나라는 미국과 덴마크 두 나라밖에 없다. 덴마크는 1990년대 처음 부채한도를 도입했으나 상한선이 높아 정부와 의회가 힘겨루기할 일은 전무했다.

미국의 국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시한(6월 5일)을 9일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27일(현지시간) 부채한도 상향 협상에 잠정 합의했다.부채한도는 미국 정부가 차입할 수 있는 돈의 규모를 제한하기 위해 의회가 설정한 것으로, 현재 한도는 31조3천810억 달러다.
미국의 국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시한(6월 5일)을 9일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27일(현지시간) 부채한도 상향 협상에 잠정 합의했다.부채한도는 미국 정부가 차입할 수 있는 돈의 규모를 제한하기 위해 의회가 설정한 것으로, 현재 한도는 31조3천810억 달러다.

미국에서 ‘국가부채 상한제’는 미국 재무부에 정해진 금액까지 돈을 빌릴 수 있는 포괄적인 권한을 부여했다. 매년 1조 달러가 넘는 재정적자를 내온 미국 정부는 국채를 발행해 이를 메워왔다. 그러나 연방정부의 이 제도는 의회 동의가 필수적이다. 의회가 한도를 늘려주지 않으면 미국 정부는 국가부도를 맞는다.

미국이 부채한도를 첫 설정한 것은 제1차 세계대전 때인 1917년이다. 당시 막대한 전비가 시급하게 필요하게 되자, 부채한도 내에서 정부가 자율적으로 국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후 미국은 초기에 ‘채권, 어음’ 등 다양한 부채의 개별적 한도를 설정했지만 1939년부터는 ‘부채 총합’에 대한 규정으로 변경했다.

1960년 이후 부채 한도를 높이기 위한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립과 갈등은 한층 심화되었다. 의회는 공화당 대통령 집권때 49번, 민주당 대통령 집권때 29번 등 78번이나 상한선을 올렸다. 1963년 5억달러를 삭감한 3000억달러 한도를 마지막으로 단 한 번도 감소된 적은 없다.

1980년대까지 한해 수백억달러 증가하는 규모였지만 1990년대 이후로는 한 번에 수천억달러 규모로 급증했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겪은 2008년 부채한도는 10조달러를 넘어섰으며, 2019년에는 20조 달러로 폭증했다. 마지막으로 2021년에 31조4천억 달러로 조정됐다.

부채한도를 올린다는 것은 미국 정부가 국채를 추가로 발행할 것임을 뜻한다. 공무원 월급, 건강보험, 각종 사회보장제도, 군대운영 비용은 태반이 국채 발행으로 충당해 왔다. 미 정부 빚의 약 75%는 외국을 포함한 국내외 투자자들이 갖고 있다. 해외 정부가 보유한 부채는 전체의 약 3분의 1이다. 

올 3월 미국 빚이 31조 달러 선을 넘는 시점에서 미 중앙은행 연준이 배포한 자료를 보면 일본 보유액은 1조800억 달러로 미국 국채의 최대 보유국이다. 2위 중국 보유액은 8695억 달러였다. 한편, 영국은 6,458억 달러로 세 번째로 큰 보유국이다. 룩셈부르크는 3,329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미국이 일단 국가부도 국면을 피했을지언정 그 이후가 문제일 수 있다. 2011년에도 부채한도 협상 타결 이후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된 것에 긴박감을 가져야 한다. 2011년 7월 31일 일요일,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John Boehner) 하원의장’ 간 부채협상이 극적 타결되었다. 이는 사상 초유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시한(8월 2일)을 불과 이틀 남긴 시기였다. 

그러나 그 대가는 혹독했다. 8월 5일,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하나인 S&P가 재정적자 우려를 이유로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췄고, 세계 경제는 말 그대로 패닉에 빠졌다.

현재 31조5000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 국가채무는 세계 최고이다. 이 액수는 2022년 미 국내총생산(GDP) 25조3000억 달러의 125% 정도다. 올 3월 현재 IMF 집계로 전세계 GDP 규모는 현 시세로 105조 달러가 약간 넘는다. 세계 각국의 국가 빚은 이보다 적어 100조 달러에 약간 못미친다.

이와 함께 2018년 말 현재 금융회사를 제외한 전 세계 기업들이 채권발행의 형태로 보유한 부채의 총액은 13조 달러(약 1경4천560조 원)에 달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전과 비교할 때 2배가량 늘어난 규모다.

위의 수치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미국의 일방적 제1기축통화 달러 위력은 서서히 저물고 있는 중이다. 1971년 닉슨쇼크로 촉발된 달러와 금과의 고리 단절 이후 달러는 인플레이션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무제한으로 발행되었다. 하지만 이것이 문제의 시작인지 그때는 아무도 몰랐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통화정책은 국제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기축통화국로서의 위상보다는 자국의 경제문제를 타결하는 데 중점을 두었기에 국제사회의 이해관계와 충돌하게 된다. 

세계 각국은 외환시장에서 복수의 국제통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무역결제 및 외환보유고 통화를 달러 중심에서 ‘유로, 위안, 엔’ 등으로 다변화하였다. 유럽연합의 유로는 달러에 도전하는 기축통화로서 지위를 높여갔고, 중국의 위안화도 국제화를 통하여 기축통화의 길을 밟아 나가는 등 복수의 통화가 세력균형을 이루는 형태로 급속히 이동하였다. 

또다시 이러한 기축통화의 세력균형을 재차 뒤흔드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러-우크라니아 전쟁에 따른 에너지 위기를 기회로 석유 달러의 패권에 도전하고, 러시아 금융제재에 대한 반발로 새로운 국제결제 시스템 태동이 가속화하고 있다. 우리는 새로운 국제 금융질서의 재편을 목도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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