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사다큐가 OTT에 탑승해서 화제를 모았다. 그동안 OTT는 드라마, 영화와 예능 중심으로 서비스를 해왔는데, 다큐멘터리까지 선보이며 시선을 끌었다. 넷플릭스에서 지난 3월 3일 공개한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과 같은 날부터 웨이브의 <국가수사본부>가 공개됐기 때문이다.

<나는 신이다>는 사이비 종교의 만행과 이를 폭로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는데, 사이비 종교 단체의 악행에 대한 노골적이고 선정적 장면과 경악스런 영상들을 그대로 노출해 큰 충격을 줬다. <국가수사본부>는 한때 지상파 방송사나 종편채널에서 편성했던 <경찰청 사람들>과는 차별화를 시도해 경찰수사 과정을 생생하게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기존 방송의 저널리즘보다는 대체적으로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라는 지적이다. 

그동안 기존 방송의 사이비 종교 대상 다큐보다 훨씬 화제를 불러왔다는 평이다. <나는 신이다>나 <국가수사본부>는 KBS<추적 60분>, MBC의 <PD수첩>이나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와 유사한 포맷으로 시사 다큐멘터리와 탐사보도로 구분될 수 있다. <나는 신이다>는 시사 다큐멘터리로서 사회적 주목을 받게 되자, OTT 오리지널 콘텐츠가 저널리즘적 영향력을 보여준 첫 사례가 된 셈이다. 이를 두고 이제 OTT가 지금까지 드라마와 예능 위주의 고정관념을 벗어나 시사교양물까지 OTT 영역을 넓히는 것이 언론기능 확대 여부에 대한 논란이 회자되고 있다. 

<나는 신이다>는 성범죄 혐의로 구속 기소된 JMS 정명석 측이 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해서 방송되기 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서울서부지방법원은 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는 국내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에 가처분 신청이 제기된 첫 사례였다. 넷플릭스 OTT가 시사교양물로도 사회적 영향력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줬다. 이로서 OTT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객관적인 방증에 따라 OTT를 ‘언론’으로 인식하며 ‘OTT 저널리즘’이라는 단어를 일부 언론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직 OTT 저널리즘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어디까지나 OTT 서비스는 저널리즘 목표의 기획이라기보다 시청률을 노려 흥행을 앞세운 선택이라는 점이다. 또한 심의규제에서도 기존 방송보다 자유롭기 때문에 더 선정적이고 더 폭력적인 성격이 강할 것으로 간주된다. OTT가 저널리즘 영역에 포함된다면 이를 위한 심의나 규제가 요구될 수밖에 없다. OTT 저널리즘을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심의 방향과 형식에 대한 모색이 다급해졌다.
 
기존 통신이나 방송사가 아닌 새로운 미디어 OTT는 동영상 온라인서비스 사업자로 이용 시간이 자유롭고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다양한 기기에서 원하는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OTT 서비스는 소비자가 원하는 동영상 콘텐츠를 온디맨드(On-Demand) 방식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다. TV 방송과 거의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입지를 다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규제는 없기 때문에 지상파는 물론 케이블TV와 위성방송 등 기존 미디어 시장을 뒤흔들며 위협하고 있다.   

2022년 6월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97%가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올해 1분기 하루 평균 이용자 수는 303만 명으로 추정됐다. 같은 기간 티빙은 115만 명, 웨이브는 100만 명 수준이었다

이번 <나는 신이다>를 <PD수첩> 출신의 현직 MBC 시사교양 PD가 연출했다. OTT 입장에선  지상파에서 표현할 수 없는 걸 바라며, 표현의 자유와 다룰 수 있는 수위도 다르다. 특히 PD들은 사내 예산으로는 불가능한 대형 프로그램을 제작해볼 수 있고, 글로벌 플랫폼과의 협업으로 소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지상파 3사 시사교양 PD들이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OTT 무대에서 새로운 도전이 가능한 시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실 향후 방송계에 미칠 파장이 예고된 것이다.  

문제는 IP(지적재산권)를 넷플릭스가 독점한 상황에선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다’는 말이 나온다. 지상파가 글로벌 OTT에 콘텐츠를 납품하는 하청기지로 전락한다는 우려도 현실적인 지적이다. 향후 글로벌 OTT와의 IP에 대한 합리적 협상이 큰 과제이다.  

이제 OTT의 저널리즘적 역할을 정의하고 규제하는 법·제도적 마련이 다급해졌다. 현시점에서는 방송법이 적용되지 않는 OTT 플랫폼에선 어떤 표현까지 허용될 것인가에 대한 합의도 없는 상황이고 사후 제재도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 제작자 각자가 알아서 제작 윤리를 판단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OTT에 대한 세계 각국의 관심도와 규제에 대한 정책이 대두되고 있다. 영국은 OTT 콘텐츠의 폭력성과 선정성 등을 규제하기 위해 사업을 하려면 TV온디멘드협회(ATVOD)에 신고하고 가이드라인을 지키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는 방송과 영화 콘텐츠 생산에 OTT가 부정적인 영향을 줄 위험성이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번 OTT가 제공한 시사 프로그램에 대해 다양한 반응이 있다. 우선 기존 방송의 엄격한 프로그램 내용 규제 장벽을 넘어 적나나하게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줬다는 점이다. 그러나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의 유해한 콘텐츠로서 저널리즘 준칙에서 벗어났다는 지적이다. 현실적으로 방송법 규정이 없어 심의규제를 할 수 없는 상태에서 OTT 영역에서 유해한 콘텐츠가 늘어난다면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최종적으로 미디어 수용자가 선택적으로 소비하는 것 외에는 안전장치가 없는 현실이다.  

OTT가 언론의 저널리즘 영역에 포함된다면 이를 위한 심의나 규제는 필수적이다. 방통심의위원회는 OTT에 대한 세부적인 심의규정이 아직 없다. 내용 규제를 위해서는 단순히 등급 분류 이외에 사후적인 조치를 위해 세부적인 유형화와 플랫폼별 법적 정의가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내용 규제를 위한 구체적인 법적 근거가 요구된다. 현재 방통위와 과기정통부에서 추진하는 미디어 관련 입법이 조속히 마련되어 OTT 분야와 영상 콘텐츠 분야에서 구체적인 규제제도가 정비돼야 한다.우선 관련법 규정이 마련되기 전이라도, 시사다큐 제작자는 새롭게 열린 OTT라는 공간에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표현 수위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기보다는 OTT 업계가 자율적으로 불법적이고 유해한 영상 콘텐츠에 대한 윤리기준을 마련하고, 이 기준을 자체적으로 준수하는지 규율할 수 있어야 한다.

최충웅(언론학 박사)

최충웅(언론학 박사) 주요약력 
ㅇ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ㅇ 경남대 석좌교수
ㅇ YTN 매체비평 고정 출연
ㅇ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예오락방송 특별 위원장
ㅇ 방송위원회(보도교양/연예오락)심의 위원장
ㅇ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ㅇ 방송통신학회 수석 부회장
ㅇ 방송통신연구원 부원장
ㅇ KBS 예능국장, TV제작국장, 총국장, 정책실장, 편성실장
ㅇ 중앙일보·동양방송(TBC) TV제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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