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위원장, 외부 인사 이장호 감독 선임 배경 놓고 '논란' 일 듯
김창규 시장, 조직위원장 안 맡은 건지 못 맡은 건지 해명해야 할 듯
집행위·조직위 모두 외부 인사로 채워져...'남의 집 잔치 격' 지적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1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조직위원장 자리에 결국 김창규 제천시장이 아닌 외부 인사가 결정됐다. 18회를 이어오면서 '영화제 조직위원장=제천시장'의 관례가 깨진 초유의 사태다.

(사)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1일 총회를 열고 영화 ‘별들의 고향’을 감독한 이장호 감독(78)을 조직위원장에 선임했다. 이장호 감독은 지난해부터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제1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조직위원장에 선임된 이장호 감독(사진=연합뉴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집행위원장과 조직위원장이 모두 외부인사로 채워진 남의 집 잔치가 된 기분이다"는 곱지않은 시선이 있다.

이 번 조직위원장 외부인사 선임은 영화제 정관상 '운영의 자율성 제고를 위해 총회의 승인을 얻어 이사장이 위촉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에 따른 것'이라는 후문이다. 여기서 '운영의 자율성 제고'라는 대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역설적으로 해석하면 김창규 제천시장이 조직위원장을 맡을 경우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뜻이 된다. 하지만 이는 그 자체로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지난해 외부 인사인 집행위원장에게 '운영의 자율성'을 맡겼다가 회계부실 논란을 불렀다. 결국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대수술을 단행해야 하는 호된 홍역을 치른 바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제1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그 어느 해보다 안방 주인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라는 것이 지역사회의 공통된 시각이었다. 따라서 조직위원장을 외부인사에 맡긴 선택은 제천시민들의 정서를 반영하지 않은 시대착오적인 악수로 기록될 수 있다.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조직위원장 자격으로 공식기자회견장에 선 김창규 제천시장(가운데) (사진=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제공)

한 때, 김창규 제천시장의 조직위원장 고사 이유가 '엄태영 의원과의 불화설'에서부터 기인하고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았지만, 제천시장 당선을 함께 일궈낸 정치적 동지이자 동기동창이라는 끈끈한 관계가 바탕에 깔려 있어 결국 봉합의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에 더욱 그렇다.

한 지역 언론이 조직위 위원의 말을 인용해 보도 한 바에 의하면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처음 태동시킨 엄태영 국회의원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올해 영화제를 지켜보면서 조직위원장과 집행위원장 선임에 추천 역할을 담당했다. 이같은 차원의 선임으로 해석해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번 조직위원장 선임의 배후에 엄태영 의원의 입김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쯤에서, 김창규 시장이 조직위원장을 자신의 소신에 따라 맡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맡을 수 없었던 특별한 사유가 있었던 것인지를 시민들은 궁금해 할 수 있다.

김창규 시장이 지난 6·1지방선거 당시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명실상부한 국제행사로 육성하겠다'고 한 공약의 진정성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오랜 외교관 생활을 통해 쌓아온 정치적 인맥과 외교력으로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이름만 국제음악영화제가 아닌 실질적인 국제음악영화제로 만들고 싶었던 포부가 있었기에 자신있게 내걸었던 공약이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다른 유수의 영화제도 조직위원장을 외부인사로 선임하는 예는 있다. 하지만 작금의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하는 위기에 직면해 있기에 행사의 주체인 제천시와 제천시장의 역할이 더욱 요구되는 중요한 시기다. 

만약 이 사안에서도 '보지 않는 손'이 절대적으로 작용했다면 지역의 대표적인 행사가 특정 인사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후진적 정치놀음에 시민들이 놀아나는 셈이 된다. 또한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더이상 대한민국 유일의 음악영화제가 아닌 그저 동네 잔치쯤으로 전락시키는 어리석음을 자초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나아가 엄 의원과 김 시장의 불화가 계속 이어진다면, 제천시의 향후 3년은 '잃어버린 3년'이 될 공산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돋 13만 제천시민의 삶에 그대로 떠안겨질 수 있다.  

처음 이 행사를 기획했을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안개를 뚫고 높이 비상하기를 바라는 제천시민들의 마음을 헤아렸다면, 적어도 정치적 이해관계나 정치적 계산에 따라 조직위원장이 외부인사로 선정된 것은 아니었길 바랄 뿐이다.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