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를 겨냥한 정부여당의 시계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5일 비영리 민간단체(NGO)에 지난 3년간 지급된 보조금을 감사한 결과 대규모 부정·비리가 확인된 것을 두고 "시민단체가 아닌 범죄단체"라고 비판했다.

또 보조금 지급 규모가 문재인 정부 시절 급증했고, 보조금을 받은 단체들이 당시 친정권 활동에 앞장섰다면서 민주당과 '공생 관계'를 형성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대통령실이 국가 재정 부정사용 실태를 발표한 바로 이튿날,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자체 보조금이 부정사용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전선은 넓어졌고 동시에 더 촘촘해졌다.

여당은 시민단체 압박의 신호탄으로 '전장연 집회 일당 지급' 의혹을 쏘아올렸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장연이 그동안 교통방해 시위를 해왔는데, 시위에 참여한 장애인들이 일당을 받았고, 그 일당이 서울시에서 준 보조금이었다는것.

'전장연 시위'와 '일당'은 여론의 주목을 끌기 충분했다. 전장연은 권리예산 보장을 요구하며 출·퇴근길 지하철 운행을 방해하는 방식의 시위로 논란을 빚었다. 게다가, 집회에 일당을 줬다는 의혹은 박근혜 정부 시절 어버이연합이 일당 2만 원을 주고 탈북민들을 집회에 동원한 사건을 떠올리게끔 했다.

◆"보조금으로 불법시위 일당 지급" vs "여당이 재판관인가"

국민의힘 '시민단체 선진화 특별위원회' 하태경 위원장은 서울시의 보조금을 받은 전장연 소속 단체가 제출한 실적보고서에서 비리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했다. 이 보고서에는 중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보조금 1억7천만 원을 받아 미취업 중증장애인 19명의 공공일자리를 마련했다고 기재됐다.

국민의힘은 해당 단체가 근거자료라며 제출한 사진이, 중랑구청 앞 도로를 점거한 채 시내버스를 가로막고 시위를 벌이는 장면이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집회시위 참석이 일자리라는 주장도 납득이 안 가지만, 버스 운행을 방해한 불법시위에 서울시 보조금을 줬다는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하 위원장은 일갈했다.

특히 이같은 전장연 소속 단체들이 서울시 중증장애인 일자리사업 전체 보조금 81억 원 가운데 71억 원을 받아갔고, 사업의 절반은 집회나 가두홍보에 참여하면 일당 2만3천 원~3만7천 원을 나눠주는 것이었다며, "불법시위에 열심히 참여할수록 지자체 보조금을 더 많이 준 것"이라고 촌평했다.

"세금으로 불법시위대 일당 지급"‥선진화인가 마녀사냥인가

하지만 당사자인 전장연은 매체 취재진과 만나 "정부여당이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자기 편과 상대 편을 갈라치고, 그 희생양으로 시민사회단체를 활용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특히 여당의 발표는 주장뿐만 아니라 내용상으로도 틀린 구석이 많다면서 조목조목 반박했다.

국회의사당역 지하 농성장에서 만난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하태경 의원이 불법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재판관이냐"며 "자신들의 권한을 남용하는 것도 모자라 거기에 보조금까지 걸어 협박하는 것"이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박 대표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을 홍보하는 캠페인은 유엔이 대한민국 정부에 권고한 사항이자, 서울시가 공고문을 내 정식으로 참여자를 모집한 활동"이라며 "일자리의 취지와 목적에 맞게 활동한 것이고, 캠페인과 집회와 시위의 차이를 단정지어 구분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지하철 시위에도 보조금, 비자발적 동원" vs "마녀사냥"

실적보고서 속 한 장의 사진에서 단서를 찾은 여당은, '지하철' 운행방해 시위에도 시청 보조금이 흘러갔다는 의혹과, 시위대를 반강제적으로 동원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하 위원장은 지난 3년간 전장연이 88차례 지하철을 멈췄고 평균 1시간 2분씩 열차가 지연됐다고 운을 띄웠다. 그러면서 "지하철 운행방해는 보조금 실적보고서에 적혀있지 않은데, 시위에 참가한 장애인 당사자들에게서 지하철 시위도 관련성이 있다는 진술을 몇 개 확보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중앙장애인위원장인 이종성 의원도 "보조금을 지원받아 중증장애인들을 집회시위 현장에 비자발적 형식으로 동원시킨 사실이 파악됐다"며 "당사자 몇 명을 접촉해서 비자발적이라는 문제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다만 구체적인 진술자나 진술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는데,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내부인의 제보가 무엇인지를 좀 밝혀달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지하철 시위는 보통 아침 8시를 전후로 하고 있다"며 "권리중심 공공일자리의 근무시간이 오후 2시부터 5시 또는 6시까지인 만큼, 서울시 보조금 지급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에 정부·여당, 사정당국까지‥"입맛 따라 선진화?"

국민의힘 '시민단체 선진화 특별위원회'는 이르면 오늘, 보조금을 불법 전용한 혐의로 전장연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또 서울시에는 지급된 보조금의 전액 환수와 향후 보조금 지급중단을 건의하기로 했다.

수사를 당할 처지에 놓인 박 대표는 "서울시가 공고한 원래 목적에 맞게끔 활동한 것이어서 보조금 '전용'이 아니"라고 해명했고, "20년 넘게 장애인 이동권 운동을 해 왔지만 지금같은 상황은 윤석열 정권에서 처음 겪는다"면서 이 상황을 보다 큰 틀에서 바라봐 달라고 호소했다.

박 대표는 "권력을 비판하면 문제가 무엇인지를 반성하거나 돌아봐야 하는데, 되레 비판하는 사람들을 표적삼아 검찰 수사하듯 하고 있다"면서 "자기 입맛에 맞으면 선진화, 안 맞으면 불법이라는 포장을 붙여 몰아가는 잘못된 행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무조정실도 이날 전 부처 감사관 회의를 소집해 국고보조금을 불법 전용한 비영리 민간단체 등에 대한 보조금 환수와 수사의뢰,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어서, 대통령실과 정부·여당, 수사당국으로 이어지는 시민단체 압박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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