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바아 압승 ‘이변은 없어”

“세계박람회 유치를 향한 대한민국의 도전! 부산이 시작하고, 대한민국이 함께 이뤄갑니다”  ‘세계의 대전환, 자연과의 지속가능한 삶,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 2030부산세계박람회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대신 2030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개최되는 등록박람회 장소로 최종 확정되는 외교적 대참패를 기록하였다, 

사진: 지난 29일 오전 부산 동구 부산시민회관에서 열린 2030부산세계박람회 성공유치 시민 응원전에서 부산의 2030엑스포 유치가 무산되자 시민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 지난 29일 오전 부산 동구 부산시민회관에서 열린 2030부산세계박람회 성공유치 시민 응원전에서 부산의 2030엑스포 유치가 무산되자 시민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한국시간 2023년 11월 29일 새벽, 프랑스 파리 외곽 팔레 데 콩그레에서 열린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 총회에서 총 165개국이 투표한 결과 1차 투표에서 대한민국의 부산은 29표, 이탈리아의 로마는 17표를 얻으면서 2/3 이상을 확보한 것을 넘어 부산의 4배를 넘는 표를 쓸어담은 119표의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로 낙점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아예 결선 투표에서 치열하게 경합하지 않고 바로 본선으로 직행하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결선투표 없이 엑스포 유치가 확정된 경우는 후보가 2개 국가밖에 없었던 2015 밀라노 엑스포 이후 15년 만이다. 3개 국가 이상이 유치에 참여해서 1차 투표만에 승부가 난 경우는 엑스포 경선 역사상 최초이다. 

1차 투표에서 곧바로 엑스포 유치가 확정되기 위해서는 전체 투표수의 2/3 이상을 석권해야 하기에 세 도시 이상일 때에는 표가 분산되어 가능성이 낮아진다. 따라서 이런 경우는 경쟁 도시들이 유치에 성공한 도시에 비해 압도적으로 경쟁력이 낮다는 얘기인데, 이번에 부산이 그런 상황에 처하는 대굴욕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전체 기록으로는 아시아에서 일본의 1970 오사카 엑스포와 2005 아이치 엑스포, 중국의 2010 상하이 엑스포, 중동의 2020 두바이 엑스포, 일본의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에 이어 아시아 6번째 등록박람회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는 2020 두바이 엑스포 유치전 당시 두바이가 받은 116표 기록을 10년 만에 119표로 갈아치워 엑스포 유치전 역사상 역대 가장 많은 득표 수를 배가시킨 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번 사우디아라비아의 엑스포 유치는 ‘네옴시티’(neom city)를 비롯해 미래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경제를 다각화하는 대형 국가 프로젝트인 ‘사우디아라비아 비전 2030’의 일환이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전통적으로 경직된 이슬람 원리주의 국가이나, 2030 리야드 엑스포를 마무리한 후, 4년 뒤인 2034년 2034 사우디아라비아 월드컵을 개최하면서 2번 연속으로 국제대회를 개최하게 되었다. 그 외에도 2027 AFC 아시안컵 사우디아라비아, 2029 네옴시티 동계 아시안 게임, 2034 리야드 아시안 게임도 사우디가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박진 외교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여 1차 투표에서는 어렵더라도, 2차 투표에서는 최선을 다하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뛰었다”고 밝히면서 “결과에 대해 국민께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엑스포 유치 실패가 ‘문재인 정부 탓인가’라는 질문에는 관계없는 일이다. 답했고, 올해 8월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파행과 이번 투표 결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있었다는 느낌은 못 받았다”고 했다.

한편,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연 대통령께 각종 사항이 진실과 사실에 입각해 보고되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국정 전반에서 여러 가지가 진실과 다르게, 대통령이 듣고 싶은 것만 골라서 보고가 가는 것이냐는 데 대해 근본적 점검이 필요하다”고 밝힌다. 이와 함께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렇게까지 판세를 모르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막판에 프랑스까지 가서 정말 뭐가 이뤄질 것처럼 보여줬던 것은 철저하게 국민을 속인 거나 다름없다”며, 현정부를 맹성토했다.

이제 더 이상의 윤석열표  외교 실패나 참사는 분명 방점을 찍어야할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아무튼 이번 부산엑스포 대좌절은 철저한 원인 대규명과 함께 분석 및 공조 국제외교망 재점검의 과정이 필히 수반되어야만 한다. 

‘약·단점 파악’ 매우 미흡?

이번 개최가 확정된 리야드는 2030 엑스포 개최지로 유력한 후보였다.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2016년 사우디를 최첨단 기술과 민간투자의 핵심 모델로 조성하겠다며 ‘비전 2030’을 발표했다. 기존의 석유 의존 경제에서 벗어난 친환경 구축에 중지를 모으는데, 원년으로 삼은 것이다. 2030 엑스포는 자연스럽게 사우디의  극적 변화를 세계에 보일 수 있는 최적의 수단으로 인식됐다. 사우디는 신속하게 대세론을 형성했다.

사진: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팔레 데 콩그레에서 열린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030년 세계박람회 개최에 도전한 부산의 매력을 보여주는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팔레 데 콩그레에서 열린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030년 세계박람회 개최에 도전한 부산의 매력을 보여주는 발표를 하고 있다.

반면, 부산은 달랐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대한민국이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며 잘해왔다”는 식으로 말했다.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점, 명분과 전략 등에서 이미 사우디에 역부족이란 사실을 자인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가관인 것은 제1차 투표에서 리야드가 3분의 2 이상을 득표하지 차단하고, 2차 투표에서 이탈리아 로마의 표를 모두 흡수해 역전한다는 전략도 밝혔다. 그 결과는 참혹히도 부산이 로마 표를 모두 흡수해도 리야드가 1차 투표에서 받은 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부산과 로마의 격차가 고작 12표 차였다.

맹목적으로 덮어놓고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로 이어지는 책임 회피 구조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정부와 여당, 일부 시민단체 등에서 ‘값진 성과’를 얻었다는 어이없는 자평이 나온다. 

이러한 평가는 미리부터 예단하고 그 성과를 과대평가하는 후안무치의 자승자박 행위로 간주된다. 이는 ‘값진 경험’과 ‘무능력’의 경계를 급속히 붕괴시킨다. 그렇다면, “대체 왜 스스로 불리하다고 말한 유치전에 막대한 세금을 쓰며 뛰어들었나? 선거 직전까지 확실히 몇 표를 자신할 수 있었는지 정말 몰랐나?, 182개국과 접촉해 29표를 얻은 것이 외교적 자산인가, 아니면 외교적 낭비인가” 등을 진솔하게 복기해 보아야 한다.  

한국에서 등록 엑스포가 열린 적이 없는 만큼 유치에 성공하면 기념비적 성과인 것은 맞다. 임기 4년의 광역자치단체장이 메가 이벤트를 유치한다면 당장 대선주자급으로 웅비할 수 있다. 일단 유치에만 성공하면 온통 장밋빛으로 물들인 예상 효과를 내놓아도 쉽게 시비를 걸 수는 없다. 정치인이라면 누구라도 유혹의 사과인 셈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번 엑스포 유치전을 통해 부산은 전 세계로부터 뛰어난 역량과 경쟁력, 풍부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 부산 시민과 충분히 논의해 2035년 세계박람회 유치 도전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판세를 왜 오판했는가? 회원국 상대 교섭은 왜 실패했는가? 보다 재도전 의사가 우선이었다. 이는 여수엑스포처럼, 여러 번의 재도전에 나서 최종 결실을 이룬 사례를  반면 교사로 삼아도 절대 늦지 않다.

국제 메가행사 ‘자원분배 왜곡 가능성“

특히 문제는 국가 예산이 매우 빈약한 상황에서 이러한 메가 이벤트 유치가 자원분배을 심히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우선 서울(수도권·충청·강원)과 부산(영·호남 포괄)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발전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다. 부산 엑스포 준비를 위해 필요한 예산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이 점을 심히 우려해야 한다. 

지난 30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지난 30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윤석열식 세일즈 외교는 1국 1표로 돌아가는 국제기구에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미국·일본 등의 강대국 중심 외교, 편 가르기 외교가 내포한 한계도 실증해 보였다. 특히 공을 들인 미국·일본과의 관계에서조차 낭패를 보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모든 것은 전부 저의 부족이라고 생각해 달라”며 “글로벌 중추 외교라는 기조하에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 있는 기여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위해서도 반드시 철저하게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 있는 기여’를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행태는 결국 돈만 쓰고,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농후해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횟수가 아니라 정상외교 효과이다.  그동안의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도, 윤 대통령이 정상외교에 긴축 예산을 잘 활용하지 않다는 건 부인하기 어렵다.

특히 일부 인사가 국제사회의 사우디 지지를 ‘금전적 투표’라고 표현한 것은 외교 결례 논란을 부를 수 있는 대목이다.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